금요일, 11월 08, 2013

"코동" 처음 들어온 날...

"코동" 처음 들어온 날...
 
"코동"은 저의 생애 첫 망원경 입니다. "코스트코에서 판 동생 망원경"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애칭입니다. 원래 모델명은 CELESTRON NexStar 90GT 입니다. 이 망원경을 사들고온 날 저녁 일단 마당으로 진격 했습니다. 삼각대를 펴고 망원경을 장착하는데 십분도 채 걸리지 않더군요. 그 자리에서 하늘을 겨냥하는데 자리가 맘에 들지 않습니다. 나무가 밝은 별을 가렸거든요. 조립된 채로 들고 마당 한켠으로 이동합니다. 그러다 화분에 삼각대 한쪽 발이 걸려 덜컹 했죠. 다행히 별일 없었습니다.
 
무작정 망원경을 들고 나갈 것이 아니라 첫 관측할 장소를 정하고 미리 정리해 둬야 합니다. 멀리 안가더라도 그냥 앞마당일 경우에도 미리 청소해두면 좋습니다. 생각보다 조립된 삼각대와 경통은 공간을 많이 차지합니다. 이동 시킬때 주위 화분이 걸리적 거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치에서 하늘을 봅니다. 삼각대 펴기전에 목표한 별이 혹시 주변 나무에 가리진 않는지 확인합니다. 다 조립한 후 들고 이동하기가 여간 번거롭지 않더군요.
 
이 망원경은 모터로 방향을 움직입니다. GOTO를 쓰지 않더라도 전지가 필요하죠. 망원경만 들고 나왔으니 전지 가지러 집에 갔다왔습니다.  요즘 가전 제품의 리모콘에 사용되는 건전지는 AAA 크기죠. "코동"에는 이보다 한단계 큰 AA 건전지 8개가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뒤져봐도 집에는 없군요. 집앞 편의점에 다녀와야 했습니다.
 
조립을 마치니 밤 8시경이군요. 좀 어둡습니다. 집 마당인데도 전원 꼭지가 잘 안보입니다. 접안경도 잘 구분이 안가네요. 다시 집에 들어가서 전등을 찾습니다. 관측지가 어두울 테니 꼭 전등을 준비합니다. 적색등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이제 전원도 넣었고 핸드 셋에 붉은 불이 들어오는군요. 핸드 셋 사용법이 중국어 아니면 영어군요. 까짓거 이정도 영어쯤이야. 영어공부한 세월이 몇년인데... 하지만 핸드 셋 사용법은 영어의 문제가 아니군요. 버튼 몇개에 여러 기능을 넣으려니 사용법이 복잡하네요. 별 수 없이 설명서를 읽어보기로 합니다. 읽다보니 한기가 느껴지네요. 집안으로 들어갑니다. 설명서 읽다보니 슬슬 짜증이 납니다. 하지만 참습니다. 대충 이해 됐다고 보고 다시 대망의 망원경이 기다리는 마당으로 나갑니다.
 
얼라인을 하랍니다. GOTO의 얼라인을 위한 정보로 시간과 관측지 위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휴대폰을 두고 나왔군요. 시계 가지러 다시 집안으로...무슨 똥개 훈련도 아니고 마당에서 집안으로 왔다갔다 벌써 몇번 짼가요. 하지만 참습니다. 별들이 자기들좀 봐달라고 빛나고 있잖아요.
 
시간을 입력 했더니 이번에는 관측지 위치를 입력하라는 군요. GOTO 컨트롤러에 아프리카를 비롯해 일본등 여러 도시명이 나오지만 한국과 서울은 없습니다(셀레스트론에게 한국의 위상이란?). 관측지를 위도와 경도로 입력해야 하는데 서울은 얼마인가요? 내 전화기는 스마트 폰이 아니라 인터넷 검색을 위해 다시 집안으로... 이참에 전화기 바꿔?
 
이어서 한국의 Time Zone 9를 입력 합니다. 자... 됐군요. 이제 얼라인 이란 것 해봅니다. SkyAlign 이라는 군요. 하늘의 밝은 별 3개를 찍으랍니다. 이제 파인더를 보며 겨냥해볼까요.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아주 당연하게도 파인더가 가리키는 방향과 망원경의 방향이 전혀 맞지 않습니다. 망원경을 받으면 제일 먼저 할 일은 광축과 파인더를 정렬해야 한다는 글귀가 떠오릅니다. 이 정렬은 밤에 야외에서는 불가하니 낮에 지상 목표보며 정렬해야 한다는 군요. 슬슬 속이 끓습니다. 환장할 일이죠. 하지만 참습니다. 별이 빛나니까.
 
정확하진 않지만 담장넘어 가로등 보며 어찌 어찌 파인더 정렬 했습니다. 3점 정렬을 시도해 봅니다. 맨눈으로도 뻔히 보이는 별 세개 조준하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계속해서 얼라인 실패라는 글귀를 몇번째 보고 있는지 모릅니다. 참습니다. 별이 빛나니까... 아닙니다. 그 별 때문에 짜증이 확 밀려옵니다. 
 
3별 얼라인이 않되면 1별 얼라인이라도 해보자. 1별 얼라인을 하려면 별 이름을 알아야 하네요. 다행히 천정에서 서쪽으로 약간 치우친 데네브 정도는 알죠. 하늘의 별자리 몇개와 별 이름 몇개는 알아 둬야 겠습니다. 어쨌든 GOTO 얼라인 됐다는 표시가 나오는 군요. 알테어를 지정하니 GOTO 모터가 움직입니다. 만세~!
 
하지만 접안경을 들여다 보니 깜깜하네요. 화딱지 납니다. 다 걷어치고 그날은 그냥 잤습니다.
 
다음날 낮에 저멀리 전봇대 철탑을 조준해 파인더와 망원경 광축 정렬을 칼같이 맞추고, 구글 지도에서 찾아서 집 앞마당의 위도 경도를 초단위 까지 계산해 입력해 뒀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은 하늘에 구름이 잔뜩.
 
다시 그 다음날 새벽. 하늘이 맑군요. 기대도 안하고 목성을 겨냥합니다. 줄무늬가 보입니다. 담담하게 감동 먹습니다. 출근하고 하루종일 목성의 줄무늬 몇개 봤다며 직장동료에게 떠벌립니다.

그날 저녁 다시 앞마당으로 진격합니다. 이번에는 망원경 외에 시계,전등,전지,별자리판을 모두 챙깁니다. 마당과 집안을 들락 거리지 않고 단번에 3별 얼라인 성공합니다. 데네브, 알테어 번갈아 지정만 해도 알아서 접안경 시야에 들어옵니다. 신통하네요. 하지만 집 앞마당은 가로들이 훤하게 밝다는거.... 급 우울해집니다. 하지만 별보러 야외로 나갈 궁리에 희망을 갖습니다.

결론은 생각 없이 망원경만 들고 나서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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