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5월 27, 2016

2016년 첫 학기 "도강" 막바지에 즈음하여...

2016년 첫 학기 "도강" 막바지에 즈음하여...

그동안 Coursera 를 통해 인터넷 동영상 강좌 몇개를 수강하긴 했지만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수업 중 나누는 폭넓은 대화 라던가... 결국 벼르고 벼르다 대학의 우주과학과 학부 수업을 수강 하기로 결심하고 벌써 한학기 마감이 눈앞에 왔네요. 목요일에 저녁에 강의하러 학교에 나가는 김에 하루를 통으로 빼서 수업을 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목요일에 배정된 과목 중 4과목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천체 물리학 1, Solar Terrestrial Physics 1, 고등 수학 1, 전파 천문학. 모두 3학점 짜리라서 목요일에 1.5, 화요일에 1.5 시간씩 배정 되었습니다. 결국 크게 맘먹고 회사에서 이틀을 빠지기로 했죠. 회사일이 뭐 그리 크게 하는 일도 없거든요. 제가 다니는 회사는 한마디로 돈벌자고 애쓸 생각을 안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회사 비젼 이란게 그냥 셋이서 밥먹고 오래 오래 명맥을 유지하기로 정한거죠. 그덕에 점심은 맛집 찾아다니며 거하게 배 채우곤 합니다. 밖에서 보면 좀 이상한 회사죠.

수강하기로 한 과목들이 모두 어마무시한 것들이라 예습은 못하더라도 복습이라도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학교 이틀, 회사 사흘 그리고 주말 텃밭 가꾸기 이틀. 이렇게 지내니 일주일이 후딱 가버립니다. 옛날 "주경야독" 이라고 하더니만 낮에 일하다 저녁에 공부라니 턱도 없는 이야기 더라구요. 더구나 요즘 아버지께서 병원에 계시니 저녁마다 병원 다녀오고 나면 눈붙이기 바쁩니다. 복습 없는 이과학 수업은 수박 겉핧기라는 걸 절감하고 있네요. 대략 개념만 담아두고 방학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모처럼 수업을 듣고 있자니 머릿속이 쪼끔은 환한 기분입니다. 일방적인 동영상 강의에 비해 아주 흥미로운 수강이었습니다.

무단으로 대학 수업을 받는 행위를 "도강" 이라고 한다죠. "도강"과 "청강"의 큰 차이는 돈내고 수업 받는지 여부 랍니다. 아쉽게도 우리의 학사 운영 제도에는 자격(학점이나 졸업) 취득과 상관 없이 지적 호기심에 대학 수업을 수강하는 제도가 없어서 본이 아니게 "도강"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교육기관이 취업에 목표를 두는 지라 사회적인 재교육에 대해선 그리 큰 비중을 갖지 않고 있죠. 더구나 재미도 없는 수학, 물리, 천문학 이라니..... 취미로 이렇게 공치 아풀(?) 대학 수업을 수강하고자 하는 "괴짜"들도 거의 없을테니 애써 그런 제도를 마련하기도 어렵겠구요. 요즘 기대 수명이 백세인데 은퇴 연령은 5~60대까지 내렸갔다고 하지요. 방송에서는 인생이막 재출발 이라곤 하지만 말뿐 재교육 프로그램은 거의 찾아보기도 어렵네요. 대학을 비롯해 사설 기관에서 개설하는 교육원의 과정들은 마땅한 것이 없군요.

"도강"을 하면서 아쉬운 점이라면 적극적으로 수업 참여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비록 "도강"이지만 교수와 인사를 나눠 허락도 받고 질문도 하고 그럼 좋은데 튀는 것 같고 엉뚱한 질문이 수업에 방해 되진 않을지 제발이 저려 조용히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저사람 뭔가 하는 시선도 싫었구요. 요즘 괴짜 어쩌네 하는 류의 사람들이 종종 매체에 소개 되는데 그렇게 비춰질까봐 걱정이 들구요.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열시 반 부터 4시반까지 점심 시간도 없이 수업을 들었습니다. 뭐 딱히 어디에 써먹으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무슨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냥 아주 예전에 못가봤던 "천문학"을 다시 접했다는 것 만으로 무척 뿌듣 합니다. 가끔 제 스스로도 이걸 공부해서 뭘 할까 싶습니다만 뭐든 머리에 담아두면 언잰가는 유용할 거라고 자위해 보곤 합니다. 삼십년전 뭣도 모르고 그저 머리 싸매고 끙끙 대던 때를 생각하면 머릿속이 환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 만으로도 수업 시간만 되면 가슴이 설렙니다.

공부 못하는 학생이 그렇듣 학기중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것을 채워 보겠노라며 방학을 기다리고 있네요.

월요일, 5월 23, 2016

텃밭 농사에서 치커리는 조금만 심어야 겠네...

텃밭 농사에서 치커리는 조금만 심어야 겠네...

치커리의 번식력이 엄청 납니다. 그냥 물만 줘도 무럭 무럭 자랍니다. 3월에 씨를 사다 틔웠다가 옮겨 심었더랬습니다. 두달여 만에 치커리 숲으로 변했군요. 너무 빽빽히 자라서 절반정도 뽑아 냈는데도 여름 내내 치커리만 먹어도 되겠더군요.


건넛 이랑에 적상추, 겨자 상추 등등 잘 크고 있습니다. 목살 조금 사다가 구워 먹었죠.

마당 한켠에 놓인 원두막에 무선국을 펼쳐봤습니다. 서울 날씨가 무려 31도를 넘나드는 땡볕이었다는 군요. 양평 별장은 시원 했습니다.




산비탈로 솔솔 부는 바람과 그늘 아래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 이정도면 신선놀음이라 할만 합니다. 그러나! 이 멋진 무선국을 차려놓긴 했지만 교신은 겨우 한 건 했네요.

DS5ABK , 한글 전신교신을 원하시는데 제가 한글전신이 여전히 서툽니다. 10WPM으로 더듬더듬 하는 와중에 서울 동대문 운동장 근처에서 QRP라고 하시더군요. QSB 가 있었지만 음색은 아주 명료 했습니다. 송신 주파수를 잘 못 맞춘 것인지 아니면 무전기 송수신 주파수가 어긋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500Hz 아래로 수신 주파수를 맞출 수 있었죠.

전화 번호를 알려 주시면서 통화하고 싶다고 하시네요. 저는 교신하다 전화하는 걸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그냥 문자 드렸더니 전화 주시더군요. 교신중 목소리가 좋지 않다고 하시길래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목소리 장애가 있는 분 같았습니다. 목소리가 그래서 음성교신보다 전신을 하시는가 봅니다. 목소리가 좋지 않아 미안하다고 통화하는 중 계속 말씀하더군요. 충분히 알아 듣는데 문제 없으니 괜찮았네요.

장애가 있는 분들에겐 아마추어 무선이 세상으로 열린 창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된 인상적인 교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