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2월 02, 2021

양평집 2021년 1월, 추위 덕에 제빵에 입문하다!

양평집 2021년 1월, 추위 덕에 제빵에 입문하다!

2016년 1월에 시작한 시골 텃밭이 올해로 6년째에 접어 들게 됐습니다. 벌써 5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주말 별장으로 쓰다가 작년 봄에 증축 공사를 해서 마련한 집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러니까 '귀촌'경력은 반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시골의 겨울은 깁니다. 심심할 거라는 각오는 했습니다. 이런저런 공부하기, 목공, 종이공작 등등 여러 계획을 세웠더랬지요. 목공으로 나무 기어 시계와 핀홀 카메라를 만들어 보리라 작정 하고선 스크롤 쏘까지 구입은 했는데 시작도 못했네요. 연일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씨에 문밖은 위험(?)했거든요. 눈오는 창밖을 쳐다보며 벽난로를 쬐다가 문득 빵 구울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빵을 떠올리는데 이사오면서 발견한(?) 전기 오븐도 한 몫 했습니다. 12월에 처음 굽기 시작해서 1월 한달동안 열심히 연마한 결과 식빵, 스콘, 에그타르트 정도는 자신 있는 경지에 이르렀 습니다. 제과점 빵만은 못해도 제법 자랑하며 나눠줄 만큼은 됩니다. 아! 마카롱에 도전했다가 계란빵으로 끝난건 안 비밀입니다. 조만간 다시 도전해 볼겁니다.

직접 만든 빵과 과자로 아침을 먹습니다. 전에 우유에 시리얼을 먹던 때보다 아침이 풍요롭습니다. 귀촌을 하고서 바뀐 점 중 하나라면 먹는 수준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도시에 살던 때는 주로 외식을 했었습니다. 시골에 오니 갈데가 없습니다. 아니 외식하러 가려해도 멉니다. 차타고 나가면 20분은 걸리는가까운 면까지 가봐야 음식점이 딱히 마땅치 않고 읍까지 가려면 왕복 한시간 거리죠. 결국 집에서 해먹습니다. 겨울이라 시간도 많아 이것저것 요리에 도전해 보는데 제법 재미 있네요. 삼시 세끼를 해먹습니다. 예전보다 라면소비가 확 줄었고, 과자 군것질은 아예 없습니다. 그대신 가계부를 쓰진 않아서 정확 하진 않지만 식재료 비용이 엄청(?)올라가긴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하나로 마트로 장을 보러 가는데 고기를 꼭 사옵니다. 전에는 레스토랑에 일년에 한두번 가야 먹을 스테이크를 심심치 않게 먹고, 치킨 배달이 않되니 닭다리를 사다가 튀겨보기도 하고, 스파게티도 삶아보고, 갈비찜도 해먹습니다. 시골에 오니 식생활의 수준이 엄청 올라갔습니다. 텃밭에서 키운 배추로 담근 김치의 감칠맛은 덤입죠. 이게 다 시골 겨우살이의 무료함 때문에 시작된 식생활 문화 수준 향상효과 입니다. 겨울이라 텃밭에 푸성귀들 덕을 보지 못해도 입이 즐겁습니다. 졸지에 안심, 등심 따위의 부위별 고기맛이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 했네요. 닭 가슴살 스테이크는 그전에 먹던 닭가슴살 소세지와 비교하면 혼나야 한다는 것도요. 주는대로 먹는게 아니라 골라먹다니 이얼마나 식생활 수준 향상인가요!

2021년 1월은 정말 추웠습니다.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 날이 이십일 이상은 되나 봅니다. 눈도 많이 내렸구요. 그러다보니 난방비가 많이 들었는데요. 작년 11월 말에 난방유를 가득 채워넣고 1월 중순에 28만원 어치를 다시 넣었습니다. 그리고 전기를 많이 썼군요. 누진요율이 높은지 무려 12만원 가량 나올 예정이라 합니다! 주방에서 인덕션 렌지를 쓰고 있고, 전기 오븐을 사용합니다. 밥을 자주 해먹으니 전기 조리기구의 사용량이 높은가 봅니다. 게다가 제빵에 스테이크 굽는다고 사용한 전기오븐도 한몫 하나봅니다. 방 일부에 전기 패널이 깔려 있던 탓도 있구요. 다행히 춥지 않게 지내고 있어서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만 난방비가 만만치 않긴 하네요. 그렇다고 폭탄 수준은 아닙니다.

지난 여름 유난히 심했던 장마를 피해 온실로 고양이 암놈이 새끼 네마리를 물고 피신 왔길래 마당을 내줬더니 제법 자랐습니다. 추운 날씨에 새끼 한마리는 나타나질 않는데 독립 했을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나머지 세마리와 어미가 마당에서 살고 있습니다. 주말에 이웃에 인기척이 있으면 뭘 얻어 먹는지 나갔다가 주중에는 밥달라고 마당에서 서성입니다. 몇달을 밥을 줬는데 딱 1미터 이상 접근 하지 않고 있네요. 하는 짓들을 보면 귀엽습니다. 외출 했다가 들어오면 어디선가 달려와 반겨주니 사료를 안줄 수가 없네요. 비교적 값이 싸다는 길냥이 사료로 입맛이 길들여 있어서 잘 받아 먹네요. 길냥이 사료는 이웃에서 키우는 집냥이는 안먹더군요. 겨울 추위를 피하라고 스티로폼 박스로 집을 만들어 줬는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오후에 해가 기우는 위치가 점점 서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대한이 제아무리 추워도 곧 입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