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4월 03, 2021

양평집 2021년 3월: 성미급한 크로커스 첫 개화

양평집 2021년 3월: 성미급한 크로커스 첫 개화

보름마다 절기가 있었던 것을 보면 예전부터 날씨 이야기는 생활속에 깊숙히 박혀 있었나 봅니다. 예전에는 날씨에 의해 생활이 많이 좌우되었겠지만 현대인들은 그나마 조금은 극복했나 싶더니 기상관측 이래... 라는 말을 매년 같은 절기마다 듣는걸 보면 기상이변이 만만치 않습니다. 3월 초에 한차례 폭설이 내리고 아침 날씨가 여전히 영하에 머뭅니다.

지난 겨울은 백년만의 한파니 어쩌니라는 말이 있더니 3월 중순이 되자 한파도 별 수 없이 꺾이고 마당에 노란 크로커스가 피었습니다. 울타리 주변에 원추리가 고개를 내밀었는데 어찌나 귀여웠는지요. 3월 말에는 아침 기온이 연일 영상이더니 한낮 기온이 초여름을 방불케 합니다. 덕분에 무스카리, 할미꽃, 수선화 까지 피기 시작합니다. 진즉부터 산수유를 시작으로 매화, 앵두나무, 자두 나무에도 꽃이 달리기 시작 했습니다. 남쪽 지방에 사는 친구로부터 벚꽃이 벌써 지기 시작한다는 전언이 있었지만 제가 사는 양평은 이제 나오고 있습니다.

집터 절반 가량이 텃밭 이었는데 지금은 사분의 일로 줄였고 꽃밭 정원으로 변했습니다. 대문 앞을 주차할 자리만 남기고 허브 밭을 조성하려고 흙을 한차 받았습니다. 5톤 트럭으로 온 흙을 펴느라 이삼일간 종일 삽질을 했는데 만만치 않네요. 쉬엄쉬엄 하라지만 쌓여있는 모래더미 앞에서 마음이 분주해 집니다. 아직 도시에서 일하던 얼른 얼른 습성이 안빠졌나 봐요. 가축분 퇴비를 넣은 밭에 바질과 카모마일, 메리골드 밀식할 참입니다. 흙더미에 한숨 짓다가도 작년 꽃핀 마당을 기억하며 힘을 내 봅니다.

초여름부터 피어날 흰 카모마일, 가을에 피는 붉은 메리골드, 스파게티와 피자에 얹을 바질을 생각하면 사나흘 눕게 만든 삽질의 고통 쯤이야 산들바람에 실려올 달콤한 허브 향기에 비할바 아닙니다. 벌써부터 다가올 여름과 가을이 기대됩니다. 봄의 농번기에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집 마당냥이들은 한가하기 그지 없네요.

 

방구석 영화관은 연일 절찬 상영중 입니다. 정원 이야기를 보며 앞으로 내집 앞마당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 보면 즐겁습니다. 노부부 다큐를 보며 눈물을 찔끔 거리기도 하구요 빵집 드라마를 보며 브런치 식당을 해봐? 라는 상상도 해봅니다. 그리고 KBS에서 아카이브를 많이 풀고 있습니다. '인간극장 레전드' 중 2010년에 방영됐다는 '날마다 소풍' -적게 벌어 행복하게 사는법 이랍니다. 십여년 전에 지금의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많이 공감하며 봤습니다. 

[인간극장 레전드 #21-1] 날마다 소풍 - 적게 벌어 행복하게 사는 법

https://www.youtube.com/watch?v=9X00uvmsTEs&t=7s

한낮의 봄볕이 좋아 마당에서 점심을 먹기도합니다. 밭갈다 출출할때 먹는 김밥은 꿀맛입니다. 지금은 맥주와 함께지만 애플민트 잎이 풍성해지면 바질잎을 얹은 스파게티에 모히또를 즐길 수 있겠지요.

연일 빵만들기에 정진하고 있습니다. 하루 한끼는 빵을 먹는 것 같네요. 커피와 빵을 간식으로 싸서 마당 한켠에 세워진 파고라(우리는 원두막이라고 부릅니다.)에 앉아 먹곤 합니다. 봄나물 부침개도 해먹습니다. 매일매일 봄소풍인 셈입니다.

아침 일과는 영문 소설읽기로 시작 하는데 포크너의 Barn Burning을 겨우 끝냈고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를 읽기 시작 했습니다. 방통대 신현욱 교수님께서 유튜브 강독을 연재 하셔서 따라하고 있습니다. 꾀 긴 중편 소설인데 하루 한쪽씩 읽기가 목표 입니다. 전편 완독 하려면 가을까지 읽게될 듯하네요. [신현욱교수의 유튜브 채널 : https://www.youtube.com/c/HyunShin]

그외 물리학과 수학 강의를 듣습니다. 그간 주로 외국의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가 우연히 한국의 온라인 개방강좌를 보게 됐습니다. K-MOOC라고 하는데 사실 이곳을 알게 된것은 몇년전 입니다. 온라인 강의가 어설프다 싶었는데 지금보니 좋은 강좌가 많이 생겼네요. 강의실 현장 녹화보다 기획된 강의가 늘었습니다. 현장 녹화의 경우 어수선 해서 흥미를 금방 잃게 되는데 기획 강좌는 짜임새 있게 구성되고 15분 내외로 편집이 잘되서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차동욱 교수의 '현대인을 위한 물리학 강좌'를 추천해 봅니다. 이 분은 인하대에서 정년 퇴임하시고 물리학 강좌 유튜브도 운영하시고 계십니다. 10분 만에 끝낸다는 제목을 달고 현혹 하는 그런 수많은 속성 이야기가 아닌 정통 물리학 강의 입니다. 현직 은퇴후 일반인을 위한 강의를 개설하는 경우를 외국의 사례에서 종종 듣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도 늘어가나 봅니다. 앞의 신현욱 교수님의 영문강독도 그렇고 구독자와 조회수가 너무나 적다는 점은 아쉽네요. [차교수와 물리산책 : https://www.youtube.com/c/DongwooCha]

코로나 때문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져서 그런지 유튜브가 활성화 되었다는 느낌입니다. 쓰레기라 할만한 것들도 있지만 좋은 컨텐츠도 많습니다. 짐 홀트의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When Einstein Walked with Goedel, Jim Holt)라는 책을 몇장 읽다가 책장에 고이 꼽아두었는데 이 책을 다시 집어들게 만드는 유튜브 방송이 있네요. 부끄럽지만 이 책의 7부 18편을 원문으로 읽어 봤더랬습니다[...]

[알릴레오 북's 21회] 신의 향기 /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 짐 홀트

https://www.youtube.com/watch?v=FlFgg0XlJ5w

그나저나 촌에 내려와 살면서 목공을 해보리라 마음먹고선 지난 겨울 이런저런 전동 공구를 잔뜩 사놨는데 아직 손도 못대고 있네요. 천문학 강의를 듣다가 사진건판 이야기가 나오길래 초창기 핀홀 사진기에 마음이 홀려서 목공으로 만들어 보려고 한겁니다. 흑백 사진 정도는 집에서도 간단한 암실 도구로 현상 인화 할 수 있거든요. 요즘 마당 가꾸느라 낮엔 삽질좀 하고 저녁엔 와인 한잔 걸치면 노곤해서 초저녁부터 골아 떨어지기 일쑤 입니다. 다다음달..(4월도 바쁠테니까..)쯤 한가해 지려나요? 그전에 목공실을 지어야 하는데 온통 꽃밭이라 땅이 모자랍니다. 읍내에 작은 브런치 공방을 꾸며볼까? 이런저런 꿈나래를 펼쳐보는 봄 입니다.

금요일, 4월 02, 2021

온라인 강의 동영상 유감

[온라인 강의 동영상 유감]

강의실에서 직접 녹화해서 올리는 강좌의 경우 산만하거나 내용이 다소 오류가 포함된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비전공 분야를 소개할 때인데 그럴 수도 있지요. 문제는 공개되는 이런 동영상 강좌의 경우 리뷰 과정에서 자막으로라도 수정을 하는데 국내 최고 대학에서 공개한 강좌에는 이런 성의가 없더군요. 더 놀라운 점은 수강생 중 아무도 질문이 없이 받아적기에 열심이라는 겁니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대학의 강의실 풍경이라고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교양강좌라고는 하지만 수강생들을 보니 이과와 문과가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비전공 교양과목 인데다 한국 학생들의 수줍음 때문이라고 넘어가기에도 불편한 장면이었습니다.

강의실 녹화 강좌는 기획 강좌에 비해 단점도 있지만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질문과 토론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런 장점을 전혀 살리지도 못하고 오류 수정도 않되어 있다면 안하느니만 못해 보였습니다. 강좌가 '유튜브' 공개되어 있는데다 댓글에 오류 지적이 있던데 '용감하게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더군요. 게다가 강의 수준에서 당황스럽습니다. 강의자가 모르는 것인지 설명을 못하는 것인지.... 대학에 해당분야 전공자가 있을텐데 활용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더군요. 대학내 학술교류가 활성화 되지 않은 탓도 있을 겁니다. 정제된 전문가의 의견도 포함되어 있는 온라인 기획 강좌를 더 찾아보게 됩니다. 대학의 이름을 걸고 그수준의 강좌라면 신중 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