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1월 01, 2023

[양평집] 2022년 12월, 겨울 추위가 맵다

[양평집] 2022년 12월, 겨울 추위가 맵다

매년 돌아오는 겨울이지만 올해는 초입부터 추위가 맵습니다. 북극에서 발달한 추운 제트기류를 밀어 올리지 못해서 생긴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 또한 지구 온난화 탓이라는데 금방 이해는 못하지만 예년에 비해 연일 추운 날씨가 이어졌습니다. 삼한사온의 특징은 아예 사라지고 연일 영하 십도의 날씨를 보여줬고 눈도 많이 내렸군요. 지난 여름에 완전히 털어냈던 전 직장의 동료들과 저녁 약속을 했었는데 눈이 너무 와서 참석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구요. 누가 들으면 두메 산골에 사는 줄 알겠습니다.

중순경에 대설 경보와 함께 십여 센티미터의 눈이 내렸는데 외출 나가는것 보다 밤늦게 돌아올 일이 걱정되더라구요. 하필 대설경보가 내린날 약속 날자가 잡혔더군요. 사실 참석하려고 마음 먹으면 못갈 것도 없겠습니다만 정성이 모자란 탓도 있었을 겁니다.

작년 12월에 우리집으로 들어온 손님이 있었지요. 꼬리와 꼬북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두마리 길고양이. 한녀석은 다리가 부러져 마당을 서성이길래 병원에 데려갔다가 결국 절단하기에 이르렀던 꼬북이. 그리고 한배에서 나온 꼬리 까지 작년 겨울을 거실 냥이로 들이게 됐었습니다.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내내 마당에서 다른 길냥이와 함께 뒹굴다 다시 거실로 들어왔습니다.

 

제 집인 양 팔자좋게 드러눕는 꼬북이, 아침마다 밥때만 되면 한입 달라며 불쌍한 표정을 짓다가 황태포 한개 물고 가는 꼬리. 우리집에 들어온 날을 생일로 정했습니다. 내년 봄에 또 마당으로 나갈테니 굳이 캣 타워를 설치하진 않았습니다. 택배 상자로 임시 고양이 집을 만들어 줬는데 들팡날팡 하며 잘 놀아주는군요.

고양이도 제각각 성격이 있습니다. 요녀석은 기둥에 집착하고

요녀석은 책상 아래서 자리를 잡습니다. 발꼬락 냄새는 아랑곳 하지 않고 바닥에 깔린 무릎담요와 발 전기장판이 따뜻한가 보군요. 그러다 쫒아내면 소파에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죠.

 

월드컵 16강에 오른날은 고양이와 함께 응원

 

시골살이를 시작하고 크게 달라진 점 중 하나라면 역시 생활의 여유가 생겼다는 걸 겁니다. 식생활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동지라고 팥죽도 쑤고 고양이 생일이라고 케익도 사고 이런저런 요리를 시도하게 됐습니다. 작년에는 겨우내 익힌 빵만들기에 자신이 생겼고 올해는 파스타 정도는 거뜬 합니다. 사실 이런 일들은 시골로 오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이기도 합니다.

 

닭봉 간장조림까지 하게 될 줄이야. 음식 배달이 불가하니 직접 해먹게 된거죠.

동생이 지나는 길에 들럿다가 사다준 수제 맥주 세트와 크리스마스 케익.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세월을 즐기는 겁니다. 이 또한 시골 살이가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입니다.

 

겨울이 되면 밤도 길어지고 추위에 문밖으로 나갈일이 줄어듭니다. 생각보다 도시 살때보다 대문밖으로 나가는 일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마당을 서성일 망정 대문을 나서게 되지 않더군요. 실내 생활이 긴 겨울은 취미로 하루를 보냅니다. 이것저것 취미를 정해 놓았습니다. 이름하여 취미 시즌제 입니다. 이번 시즌은 '아마추어 무선'입니다.

처음 무선사 자격증을 딴다며 보던 책을 발견 했습니다. 무려 40년전의 수험서가 나왔군요. 그때는 멋도 모르고 외우기에 급급했는데 이제와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군요. 내용도 이해가 빨라지는 것을 보면 나이 들어가며 세상을 보는 안목이 넓어진 탓일까요? 그러고 보니 이번달에 무선공학 관련하여 블로그에 올린 글이 십여편이 넘네요. 한편으로는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공부하지 못하고 쫒기듯 했던 시절에 괜시리 부화가 나네요. 진즉 이렇게 공부를 했으면 인생이 달라졌을까? 하면서 웃고 맙니다.

매일 한쪽씩 이라도 글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써보자는 계획을 실천 중 입니다. 시간을 보내기도 좋고 늙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내년이면 어느새 환갑이군요. 또 무슨 일로 세월을 낚을지 생각에 잠겨 봅니다. 내년에는 그동안 접어 뒀던 핀홀 카메라를 손대보구요, 감동적으로 봤던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Where the Crawdads Sing)'을 원서로 읽어보기로 했고 소형 무전기 들고 야외로 좀더 나가볼까 등등, 뭐 그런 계획을 세웁니다. 아! 집도 새로 지어 놀이터를 마련한다는 원대한 계획이 있었네요.

웰컴 환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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