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12월 02, 2022

[양평집] 2022년 11월, 김장 담그기

[양평집] 2022년 11월, 김장 담그기

매년 그랬듯이 올해도 김장을 담급니다. 생각해보면 김장을 담궈 먹기로 한 것이 시골에 내려와서 부터지만 마치 늘 그랬던 것처럼 여기는 군요. 그래도 몇해째 해봤다고 그리 야단스럽진 않습니다. 첫해에 배추 절인다고 밤잠 설치며 들락날락 했던 우스운 기억이 나네요. 배추가 숨이 죽지 않으니 뒤집어 주어야 한다며 한밤중에 떠들쳐 보고 아직 살아 있다며 걱정하다 새벽에 나가보고 그랬거든요. 이젠 절여 놓고 아침에 들쳐 보고 조금 뒀다가 꺼내는 수준에 이르긴 했습니다. 작년 배추보다 부실하네, 꼬숩네, 품종이 다르네, 속이 덜 찼다며 좀더 뒀다가 뽑을걸 그랬냐며 제법 농사경력이 있는 척 해봅니다.

 

한달전 까지만 해도 배추 한포기에 만원이라는 말에 나는 텃밭이 있다며 안도 했더랬습니다. 그러더니 김장철이 되자 유기농 절임 배추가 쏟아져 나오고 10키로에 오만원 이라고 하는 말엔 그냥 사다하면 편하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텃밭에서 내손으로 키운 농작물 만 하겠냐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자부심을 갖습니다.

 

일단 배추 한포기를 뽑아 전을 부치고 생굴전을 안주 삼아 재작년에 담궈둔 오가피주 한잔 합니다. 기운을 내서 김장 작전 돌입!

  

김치속과 생굴로 김장의 고단함을 싹 털어내구요.

 

무우청은 뒤켠 바람좋은 그늘에 말립니다. 시래깃 국이 맛있어지길 바라며.

김장을 담근 달에는 식탁이 풍성해 지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죠.

가끔 이렇게 간단히 먹기도 합니다. 불고기 버거와 텃밭 마당채소 샐러드. 마당에 샐러드용 쌈채소 씨를 뿌려 놓았더니 잘 자랍니다. 이웃들이 보고는 추워서 다 소용없다고, 얼어버릴 거라고들 한마디 듣긴 했지만 겨우내 뜯어 먹을 수 있길 기대하며 작은 비닐 하우스를 꾸며 놨습니다. 어찌 될지는 두고 봐야 겠군요.

 

월말인 지금 마당의 꽃들은 이제 다 동면에 들어 갔군요. 김장때 피는 용담과 가을 국화가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곧 영하의 추위가 다가올텐데  철없이 개나리와 명자나무에 꽃봉우리가 달렸습니다. 내년에 보자는 인사일까요?

 

용문 하면 역시 용문사 은행나무 아니겠습니까. 이웃과 함께 다녀 왔습니다. 몇백년을 꿋꿋하게 버티고 있었다는 군요. 용문산은 항일의병의 본산지 였다 합니다. 

때되면 고양이들이 밥달라고 몰려드는 통에 아침마다 문앞이 부산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추워 질텐데 집이라도 마련해 주어야 겠습니다. 마당에 진을 친 녀석들이 여덟마리나 되는데 어찌해야 할지 고심하다 마당 정자를 내주기로 했습니다.

  

11월은 생일이 있는 달 입니다. 조카가 쿠키를 보내와서 맛나게 먹었습니다.

이제 두말 할것도 없이 겨울입니다. 외부 활동이 뜸해집니다. 나이가 들어가는지 한해 한해 다르게 추위를 더 타게 되는 군요. 나이들면서 사는게 귀찮아지지 않려고 취미를 붙들고 있는데 그중 아마추어무선도 한자리 합니다. 무전기 켜고 딱히 할말도 없어서 그저 안부나 묻고 객쩍은 소리하기도 한두번이지 물리게 되더군요. 그래서 무슨 화제꺼리를 꺼내볼까 하던중에 생각해 낸게 무선통신에 적용되는 이론은 어떨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됐습니다. 마침 나이 지긋할 것으로 생각되는(얼굴을 본것도 아니고 민증을 깐것도 아니니 추정으로 70대는 넘으셨을 듯) 분과 교신하다가 최신 무전기들이 내세우는 SDR은 봐도 통 모르겠다는 말씀을 하시길래 말로 설명을 하려니 참 난감 하더라구요. 통화로 드린 말을 이해하셨는지도 모르겠구요. 말로 설명하려면 나부터 확실한 그림이 있어야 겠기에 쉬운 문서를 찾아봤습니다. 영문 기술기사 더군요.

A Software-Defined Radio for the Masses, Part 1 - ARRL [Link]
A Quadrature Signals Tutorial: Complex, But Not Complicated [Link]

현대적인 통신기술에 사용되는 이론을 아주 직관적으로 써놨는데 인상적 이었습니다. 내가 공부할 때 이 문서를 봤더라면 좀 덜 헤맸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니 허비한 시간들이 한편 억울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와서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드는 생각 이겠지만 아마 그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그리 똑똑하게 굴진 못했겠지요. 영어공부도 할겸 그간 공부했던 것들을 되살려 정리도 할겸 그리고 햄들과 교신하다 화제꺼리로 쓸겸 번역도 해보고 나름 해설도 달아보고 있습니다.

[HAM] 대중을 위한 소프트웨어 정의 라디오(SDR) [링크]
[HAM] 직교위상 신호(Quadrature Signals)는 복잡하지 않다. 복합적 일 뿐, [링크]

전파가 공간에 퍼져나가도록 만든 무전기를 수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하는지 이제서야 확실한 감을 잡아가고 있네요. 이번 겨울은 '수학'과 '디지털 신호처리(DSP)'로 보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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