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린이의 무선공학] 글을 쓰게된 동기
최근 매체마다 넘치는 표현으로 '-린이'가 있다. ‘어린이’에서 따온 말로 그 분야의 초보 또는 입문자를 뜻한다. 일예로 주식초보를 주린이, 요리초보는 요린이라고 부르는데 해당 업계에서 쓰이다가 이제는 보편어가 되다시피 했다. 처음에는 초보자를 얕잡아 부르다가 자신을 겸손하게 표현하려고 쓰이기도 하나보다. 이제는 널리 알려져 쓰임세에 따라 귀엽게(?) 들리기도 한다. 항간에는 비하의 표현이라고 몰아가지만 과한 반응이다 못해 뒤떨어진 느낌마져 든다.
햄(HAM)은 아마추어 무선사(amateur radio operator)를 일컽는 근본이 애매한 영어 단어다. 여기에 입문자라는 의미로 '햄린이'라고 한단다. 최근 어느 유튜버의 소개로 '햄린이'들이 늘었다 한다. 한때는 '취미의 왕'이라고 하던 이 취미가 이제 한물간 탓에 올드-타이머(물리적 나이뿐만 아니라 생각의 나이 또한 그렇다)들만 드글드글 한다. 나누는 대화래 봐야 '안싸우면 다행'일 정도다. 누군가 뭐라 할까봐 일부 그렇다고 부연해 두겠다.
전파가 허공을 퍼져나가는데 자연의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수십 와트 출력으로 원할 때 교신이 이뤄지는 경우가 드믈다. 동호인 수가 줄어든 탓도 있다. '무선통신을 통해 세계인을 친구로'라는 말은 옛사람의 허사다. 예전에 안그랬는데 지금와서 그럴리가 없다. 최근에 컴퓨터를 통한 디지털 통신 방식 덕분에 세계를 내 무전기 안에 끌어들이게 되어 다행이긴 하다.
여가시간에 즐기자는게 취미인데 막상 여가가 생겨 무전기를 틀었다가 응답을 얻지 못하길 몇번 격다보면 시쳇말로 '현타'가 온다. 겨우 누군가와 연결이 됐지만 할말이 없다면 이 또한 곤란하다. 무전기 켜기전에 대화꺼리를 준비 한다지만 그 또한 부담이다. 어재 만난사람 또만나고 한말 또하고 또하고 그러다 다시 '현타'가 온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깨닳음의 순간을 맞으면 디지털 카메라가 그랬듯이 무전기는 장롱행이다. 천체 망원경처럼 빨래걸이로도 못쓴다. 무전기는 '당근'에서도 인기품목이 아닐텐데 난감하다.
어찌어찌 해서 아마추어 무선이라는 취미에 일단 발을 들여다 놨을 햄린이들에게 두가지 고민을 덜어주고 싶어서 [햄린이의 무선공학]을 연재해 보려고 한다. 첫째는 무선통신이라는 취미를 가진 이상 이 쪽에서 쓰이는 용어 정도는 이해하고 무선통신의 기술을 대화 꺼리로 삼아 보자는 것이다. 둘째는 공부하기가 제일 재미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무선통신이 일상이 되었다. 휴대전화의 신기술이나 우주 탐사선이 보내오는 사진들이 뉴스를 장식 할 때마다 무선통신으로 화재를 이끌 수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말이다. 전파가 '꽝'일땐 취미관련 공부다. 여느 취미가 안그렇던가! 낚시꾼의 허세에도 낚시 전문용어가 등장한다. '세계인을 친구로 만나 외국어 대화'라는 구호가 얼마나 덧없는지 알사람은 다 안다. 그러지 말고 무선통신 상식이나 늘려보자.
아마추어 무선이라는 취미가 '무전기'라는 전문적이고 다소 위험할 수 있는 장비를 다루다 보니 국가공인 자격을 가져야 한다. 시험 과목으로 무선공학, 관계법규, 통신보안 그리고 통신술이 있다. (맞을거다. 시험본지 오래되서...) 법규나 통신보안은 외우거나 기출문제를 하룻밤 읽어보면 될 정도다. 난이도는 자동차 운전면허의 필기시험에 비교할 만 하다. 통신술은 모르스 부호로 교신 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으로 실기로 치뤄진다. 요즘은 전신통신이 상업통신에서 거의 사라졌고 아마추어 무선에서 나마 명목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필기 시험으로 대체 됐다는 말도 있다. 이제 문제는 '무선공학'이라는 과목이다. 알고보면 생활과학 정도인데 '공학' 이라는 말이 붙어 있듯이 어쩐지 '문과' 혹은 '문돌이' 에게는 넘사벽처럼 들리더라도 걱정말자. 사실 취미로 무선통신을 다루는데 뭐 그리 난해한 내용을 요구하겠는가 말이다.
어쨌든 아마추어 무선이라는 취미를 하려다 보면 무전기라는 전자기기를 구입하고 다룰줄 알아야 한다. 하물며 티브이를 사더라도 사양을 따졌듯이 최소한 무전기의 사양서 정도는 읽을 줄 알 정도는 되어야 겠다. 딱 그정도의 '무선공학' 지식을 공부해 보기로 하자. 자동차 운전면허에 자동차 구조 과목이 있듯이 그정도 수준에서 '무선공학'을 다뤄보자.
책장에서 이책을 발견했다. 맙소사! 이거 어디서 났는지는 비밀이다. 내용은 책 제목 그대로 '초급'이다. 무선공학 편의 목차를 따라가 보기로 한다. 가능하면 수식은 피하고 그림으로 그리고 말로 풀어보겠다. 정량적이기 보다는 정성적으로 써보겠다. 일테면 이런 식이다. 우리 '햄린이' 끼리이니 만큼 반말투에 대화체로 쓰겠다. 혹시 기분 나쁘면 앞으로 이 연재글 읽지 않으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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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적으로 알아보는 트랜지스터 증폭 회로야. 먼저 아래 그림을 보지.
맨 왼쪽 그림. 스위치를 연결 시키면 전구에 불이 안켜져. 전구는 저항이 있지만 접지로 가는 선에 저항이 없어지기 때문이지. 그러니 전기가 모두 전구라는 저항을 넘기보다는 스위치로 흐르지. 소위 쇼트 난 셈이야. 스위치를 떼면 전구에 불이 켜지고. 근데 스위치를 누르면 쇼트 나서 전원장치가 난리 나겠지. 그래서 저항 R_0을 달아 주자고. 쇼트 나면 거기서 열이 펄펄 나게. 전류가 무한정 흐르지 않게 막고 있는 거지. 두번째 그림 말이야. 스위치에 달아준 R_0가 전구의 저항보다 작아야 해. 만일 저항 R_0가 전구의 저항 R_L보다 아주 많이 크면 스위치를 눌러도 전기는 전부 전구로 갈거야. 전기가 R_0를 넘기보다 R_L을 넘기 수월할 테니까.
이번에는 스위치 대신 가변저항을 달아 놓기로 하자구. 왼쪽에서 세번째 그림 처럼 말이지. 가변저항을 손가락으로 돌려서 0옴에 놓으면 쇼트 시키는 거랑 같지. 저항을 높여 놓으면 스위치를 뗀거랑 같을 테고. 그럼 손가락 놀림을 부드럽게 시계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돌려 보자고. 그럼 전구의 밝기도 같이 변하겠지. 왼쪽에서 네번째 그림처럼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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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지스터(transistor)라는게 있다더라고. 이게 돌덩이 세개를 붙여 놓은 거라 전기가 안통하지. 그런데 이 돌멩이가 전압을 주면 갑자기 미쳐서 전기가 통한다네? 이 미친 돌멩이를 반쯤 미친 도체라고 '반도체'라고 한다데. 암튼, 조건만 맞으면 통한다, 영어로는 트랜시언트(transient) 하게 만들어 준다고 트랜지스터야. 이 조건이란게 전압인데 '조건맞춘 전압' 을 영어로 바이어스(bias) 전압이라고 하지. 한쪽으로 끌어당겨주는 전압이지. 암튼 트랜지스터는 가변저항을 대체하는 물건이야. 그대신 손가락으로 돌리는게 아니고 전압으로 저항을 조절 할 수 있다네.
트랜지스터를 기호로 표시한게 왼쪽 아래 그림이지. 별거없어 가변저항이랑 똑같은데 B 라고 표시한 곳에 바이어스 전압으로 C 랑 E 사이의 저항을 바꿔주지. 그럼 먼저 그림에서 가변저항 대신 이 트랜지스터로 바꿔 그려보자구. 두번째 그림이지. 그리고 전압으로 저항을 조절 한다고 했으니까 V_in으로 표시 하자고. 그리고 트랜지스터란 놈은 아주 작은 전압에도 가변저항치를 조절 한다네. 대단하지? 그래서 저 트랜지스터 발명한 사람이 노벨상도 타고 그랬지.
그럼 V_in을 변화시켜 보자고. 왼쪽에서 세번째 아래 그림 처럼 말이지. 바이어스 전압이 높으면 C 와 E 사이에 저항이 낮아져 도통되고 전압이 낮으면 C와 E 사이에 저항이 아주 높아져서 가 끊어진 셈이 되니 전구가 밝아지겠지? 그러니까 밝기랑 V_in이랑 반대네?
가변저항을 손으로 얼마나 빠르게 돌릴거며 아름답게 돌릴 수는 더더욱 없겠지? 사인파를 초당 수만회에서 수백만회씩 돌려댈수 있겠냐고! 그런데 V_in의 전압을 빠르게 변화 시키고 사인 곡선처럼 아름답게 할 수 있다고 하자고. 그리고 V_in은 0~0.5볼트인데 V_out은 0~5볼트를 낼수 있잖아. 뭐야 전압이 열배나 늘었네? 뭐겠어? 증폭이지. 이게 바로 트랜지스터 증폭의 원리지.
근데 말이지. 전구를 밝기는 전압만 있는게 아니고 전류도 있지. 말하자면 허우대 멀쩡한데 삐쩍 말라서 힘을 못쓸 수도 있잖아. 허우대 멀쩡을 전압이라고 하면 근육질을 전류라고 하자고. 그럼 힘을 내는데 두가지 요인이 필요하지. 전압과 전류야. 밝기를 결정할 요인이 두가지로 늘었네? 이래서 저항으로 분압이 어쩌네 흐르는 전류가 어쩌네 따지기 시작하면 골치 아퍼져. 그러니까 우리 문돌이들은 공돌이 한테 떠맞기자고. 근데 말이지. 그림에서 세번째 위아래를 봐바. 파형이 반대지? 이래서 증폭회로는 위상이 반대니 어쩌니 그런말을 하는거야.
그리고 말이지. 그림을 보니까 전압이 0 에서 5V 사이를 왔다갔다 하네? 우리가 알기로는 자연계는 플러스 전압과 마이너스 전압을 오락가락 해야 한다며? 그래서 난리 안난다며? 근데 왜 0~5V 사이에만 있지?
플러스 전압과 마이너스 전압을 왔다리 갔따리 하는 걸 AC 라고 하지. 왔따리 갔다리를 영어로 alternate 라고 한다네? 그래서 전류가 왔다리 갔따리 한다고 AC, alternating current 라고 한대. 근데 마이너스는 없고 플러스에서 전압이 요동치는 건 AC 가 아니잖아? 그것은 한쪽 전압에서 요동치는 거잖아? 한쪽 전압에서 전류가 흐른다고 DC, direct current 라고 한다네. 근데 자연으로 뻗칠라믄 AC 여야 한다니까 DC 에서 요동치는걸 AC 로 요동치게 바꿔줘야 하는데 어떻게? 그때는 컨덴서라는 물건을 동원하지. 케페시터(capacitor)라고도 한다데. 전압이 플라스로 올라가면 충전했다가 0으로떨어지면 방전하고 그러는 신기한 물건이라고. 컨덴서(condensor)나 커페시터나 다 영어인데 커페시터를 영어사전에서 찾으면 컨덴서 또는 축전지라고 나와. 오히려 컨덴서라고 하면 영어권 애들은 못알아 들을꺼야. 왜 컨덴서라고 했는지 몰라....
암튼 컨덴서는 나중에 발진 회로 다룰때 이야기 해보자고. 일단은 트랜지스터로 증폭회로는 감이 와? 별거 아니지?
요정도 수준이면 괜찮겠지? 이런 글을 연재하는 이유는 나도 심심해서지. 어쩌다 열번 CQ를 내면 한두번 응답을 받거든. 아무도 응답 없이 전원 끄기가 뻘쭘 하더라고. 같이 놀아줄 사람 양성해 놓고 얘기하다보면 나도 배우는게 많더라고.
- 시골사는 여느 한가한 햄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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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회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LT-Spice
전류와 전압
직류와 교류, 그리고 맥동류?
저항
컨덴서
코일
공진회로
다이오드
트랜지스터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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