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5월 01, 2022

[양평집] 2022년 4월, 봄을 튀기다

[양평집] 2022년 4월, 봄을 튀기다

분명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아직 겨울이었습니다. 함박눈이 펑펑 내렸으니까요. 그런데 4월들어 꽃들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더니 월말에는 마당이 푸르게 변했습니다. 마을 도로가에 심어진 벚꽃도 예외없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밤 벚꽃놀이 삼아 저녁 마실을 다녀오기도 합니다.

  

마당 한켠에 작은 나물밭을 조성해 뒀는데 봄나물이 가득하네요. 3년전 이웃에서 참나무에 표고버섯 종균을 박는다기에 조금 도와 드리고 얻어온 것이 있었습니다. 한해 두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길래 포기하고 화단 막이로 뉘어 놨는데 버섯이 올라오지 뭡니까. 횡재 했습니다.

 

두릅, 오가피, 참나물, 머위, 취, 미나리, 돌나물, 키다리 나물, 달래, 방풍나물, 명이나물, 당귀, 울릉도 바위취, 곤드레, 하얀 민들레, 부추, 상추 그리고 쑥. 뜯어놓고 보니 꽤나 여러종류 입니다. 방금 뜯어온 봄나물로 비빔밥을 해 먹으니 이게 꿀맛임을 실감 했습니다.

나물 비빔밥에 물리면 당귀와 명이 잎은 장아찌를 담그고 나머지 나물들은 버섯과 함께 튀겼습니다. 이름하여 '봄 튀김' 입니다. 봄의 맛을 어떻게 표현 할 수가 없군요. 도시에 사는 지인들에게 조금씩 가져다 드렸더니 향이 진하다며 칭송이 이만저만하질 않았습니다. 허기사 하우스 재배 나물과 비교할 바는 아니죠.

사진만 봐도 침이 고이네요. 한국인 평균 수명을 감안하면 앞으로 스믈 댓번 남은 봄을 아껴야 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인생 뭐있어 즐기자며 마구 쓰는 중입니다.

마당의 봄꽃들이 한창 입니다. 4월에는 튤립, 수선화, 매발톱, 향플록스, 바람꽃이 한창 입니다. 마당 곳곳에 심은 꽃잔디에서도 향기가 납니다. 이웃에서 놀러 오셔서 이집 마당에는 향기가 난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기분이 참 좋았구요. 여러해 살이 꽃은 뿌리를 분해서 더러 나눠 드리기도 합니다. 

 

 

 

 

과실수에서도 꽃을 피었습니다. 매실, 꽃사과, 복숭아, 블루베리, 보리수, 자두, 앵두, 오미자 그리고 배 꽃이 피었고 포도 순도 무럭무럭 올라오는 중입니다. 블랙 커런트도 꽃을 꽤 많이 피웠는데 블루베리와 산딸기를 섞어 쨈을 만들 생각에 부풀어 있네요.  

 

 

올해는 노지 딸기도 꽤 실하게 열릴 모양입니다.

 

월말에 이르러 울타리로 심은 철쭉이 불타오릅니다.

 

마당의 잔디관리가 시골생활의 불편 사항 중 하나 라고들 합니다. 심지어 '전쟁' 이라고 하면서 견디다 못해 공구리 치는게 답이라는 말도 참 많습니다. 영국의 BBC 뉴스에 이런 꼭지 기사가 있더군요.

Gardeners urged to let lawns go wild to boost nature [https://www.bbc.com/news/uk-61264905]

마당 잔디를 깍지 말고 두면 자연이 돌아올 거랍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5월 한달간 잔디 안깍기(No Maw May) 운동을 한 후 모든 꽃의 종류를 세어보자(Every Flower Counts survey)고 합니다. 작년에 45만 6천 송이가 헤아려 졌는데 그중 25만 송이가 데이지(daisy) 였다고 합니다. 겨우 45만 송이? 물론 헤아릴수 없는 꽃송이가 피었겠지만 이 숫자는 이 운동에 참여하고 조사에 응답한 숫자라네요. 이 운동은 생물다양성(biodiversity)에도 기여 하는데 여러 곤충들이 돌아왔고 새들의 숫자도 늘었다고 하네요. 제가 시골로 정착하기 전에 주말 주택이었는데 늦가을이면 앞마당에 반딧불이가 심심치 않게 날아 올랐더랬죠. 솔직히 반딧불이를 그렇게 가까이 본적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귀촌을 하고 두해가 지난 지금은 반딧불이가 귀해졌습니다. 부지런히 집주변의 풀들을 베어버린 탓일 겁니다.

 

다행히 새들은 여지없이 찾아주고 아침저녁으로 노래해 주어 귀를 즐겁게 합니다. 밤에 멀리서 소쩍새 소리가 들리고 저멀리 논에서 개구리 합창소리와 어우러지는 고즈녁한 밤이면 음향기기의 스테레오로 들리는 여행 스케치의 '별이 진다네'와 비할 수는 없지요.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모습을 티브이 화면이 아니라 바로 눈앞에서 본다는 것도 신기하다 못해 경이롭습니다.

이 기사에서도 물론 모든 사람이 이 '잔디 안깍는 5월' 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81세인 저희 어머니도 단정치 못하다며 불만을 토로하십니다." 라고 남동부 런던에 살면서 수년간 한켠에 야생정원을 가꿔온 데이비드 씨가 웃으며 말했다네요.

저희 마당과 이웃해서 땅만 사놓고 놀리고 있습니다. 잡초가 무성하여 가을이면 씨가 날린다고 불평만 하고 있었는데 꼭 그럴 일만은 아니었군요. 그래도 풀이 무성하길래 예초기를 들고 베어 냈더니 풀향기가 마당에 그윽하게 깔립니다. 신선한 풀향기를 맞아 보셨나요? 이래도 공구리 타령 하시렵니까?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을 맞으며 산책을 나서니 마당냥이로 성장한 '꼬리' 와 '꼬북이'가 따라 나섭니다. 고양이는 산책을 따라 나서지 않는다는데 이녀석들은 제법 신통하네요. 앞서가다 집사가 따라오나 안오나 뒤돌아 보기도 하는 모습이 강아지가 아닌가 싶더군요.

 

또다른 마당냥이 '앵두'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아침부터 유난히 바짓가랑이를 부비길래 귀찮다 했더니 테라스 위에 놓아둔 빈 택배 상자에 치즈냥 세마리를 낳았더군요. 서둘러 가림막을 하고 수건을 깔아 줬습니다. 첫 출산인데 아기들을 잘 돌보더군요. 남들처럼 미역국은 못 끓이고 참치 캔과 황태 불린 것을 줬더니 게눈 감추듯 먹더군요.

 

열흘쯤 지나니 아기냥들이 눈을 뜨기 시작 했네요.

 

고양이 관리용품이며 간식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꼬리' 녀석이 꼬물이들만 들여다 본다고 자기도 봐달라며 보채는 군요. 고양이들 눈치가 빠르네요.

 

아마추어 무선을 다시 시작하고 창고에 쳐박아 뒀던 고전 장비를 꺼냈습니다. 송신에는 문제가 있지만 수신은 진공관 장비 답게 부드러운 소리가 납니다. 스완 500이라는 무전기인데 1970년에 제작 됐다고 하니 50년 묵은 100% 진공관 장비 입니다. 교신을 하다보면 QSL 카드를 보내달라는 요청을 가끔 듣습니다. 새로 인쇄 하자니 몇장이나 발행하랴 싶더군요. 남아도는게 시간이니 고무판에 칼로 조각하여 스탬프를 만들어 찍었습니다.

 

한해 한개씩 만들겠다던 종이공작 작품이 늘었습니다. 이번달 내내 작은 복엽기 세대와 F6F 헬켓을 만들었습니다.

제작기: 프랑스 뉴포트 복엽기[link], 영국 복엽기 [link], 독일 삼엽기[link

제작기: 엔진부분[link] 조종석[link] 완성[link]

날씨가 온화해 지니 별보기 좋은 계절입니다. 영어공부도 할 겸 매달 별보기 팟캐스트를 듣기로 합니다. Sky & Telescope 에서 제작하는 팟캐스트인데 약 10여분의 길이로 행성(planets)의 동향, 달의 모습(moon phase), 별자리(constellation and stars), 별똥별(meteor) 등에 관한 정보와 관측 요령들을 쉽게 설명 합니다. 별보기에 관한 팟캐스트가 꽤 어럿 되지만 내용이 현란해서 보기 어려운데 비해 이 팟캐스트는 짧고 쉽고 정확한 발음을 해서 듣기 편안할 겁니다. 특히 우리가 독일식으로 발음하는 별자리와 별 그리고 천문 관련 용어들이 미쿡 사람들은 뭐라고 발음 하는지 비교해 보면 재미있을 겁니다.

[Sky Tour] 5월, 월식과 행성(금성-목성/목성-화성의 근접) [한글]

[SKY TOUR ASTRONOMY PODCAST]
MAY: AN ECLIPSE, PLANETS & MORE [Link]
by J. KELLY BEATTY MAY 1, 2022


COVID-19 거리두기 완화되어서 도서관 출입이 자유로워 졌습니다. 꼭 도서관에 못가서 그런것은 아닙니다 만 종이공작 한다고 HLS-SystemVerilog 글쓰기, 수학-물리-천문학 공부 그리고 영문학 공부를 미뤄 뒀더니 찜찜하기 이를데 없군요. 5월 부터 다시 도서관에 나가 찜찜함을 해소해 보겠다며 다짐해 봅니다. 계절의 여왕께서 놔주실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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