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5월 21, 2014

20년 후에 할 거면 지금하지....

20년 후에 할 거면 지금하지....

매일 꼭 들여다 보는 카페가 있습니다. 제주의 "생태마을 이랑"
http://cafe.naver.com/wooriecovillage

오늘 아침 이런 글이 게시되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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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가만히 생각해 볼 이야기 (생태마을) |작성자 샹디
http://cafe.naver.com/wooriecovillage/1354

한 미국인 사업가가 멕시코의 작은 바닷가 마을로 휴가를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작은 배를 타고 들어오는 어부 한 명을 만나 말을 걸었다.

"이것들을 잡는데 얼마나 걸리셨어요?"

"많이 안걸렸수다."

"그럼 더 많이 잡을 수도 있었겠군요. 더 많이 잡으면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지 않아요?"

"뭐, 가족들 먹을 정도랑 친구들 나눠줄 정도만 있으면 되는걸."

"그럼 남는 시간에는 뭐 하시는데요?"

"낮잠 좀 자고, 아이들과도 좀 놀고, 아내와도 좀 놀고, 뭐 그런다오. 저녁에는 마을을 어슬렁거리다 친구들 만나면 포도주도 한 잔 하고, 기타도 치고, 뭐 그러고 보내지."

이 말을 듣자 미국인 사업가가 웃으며 말했다.

"저는, 아실지 모르겠지만, 미국의 하버드대학교 출신입니다. MBA를 가지고 있지요. 제가 아저씨를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아저씨가 잡은 물고기를 소비자에게 직접 팔아서 나중에 통조림 공장을 열게 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아저씨는 생산에서 가공, 유통까지 이르는 모든 과정을 손에 넣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멕시코 전지역은 물론 전세계로 수출도 할 수 있지요."

"음... 그렇게 하는데 얼마나 걸리겠소?"

"한 15년에서 20년 정도면 됩니다."

"그럼,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우?"

그러자 미국인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답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주식을 상장하고 주식을 팔아 엄청난 부자가 되는 거죠. 수백만 달러를 손에 거머쥘 수 있을 겁니다."

"수백만 달러? 수백만 달러를 갖게 되면 그 다음에는 뭘 하면 되우?"

"그 다음에는 은퇴해서, 작은 바닷가 근처에 집을 지은 다음, 낮잠 좀 자고, 아이들과도 좀 놀고, 아내와도 좀 놀고, 저녁에는 마을을 어슬렁거리다 친구들 만나면 포도주도 한 잔 하고, 기타도 치고, 뭐 그러고 보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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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떠도는 "흔한" 지혜 같은 이야기 입니다. 한번 읽고 "그렇지" 라며 공감하게됩니다. 20년 후 할 일을 지금 하지 뭘... 그렇담 지금 작은 바닷가에 집짓고 앞으로 20년 30년 동안 뭘하지?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은 그간 30여년 동안 생활 해 오며 뭐라도 해왔던 관성 때문인가 봅니다. 

사실 뒤돌아보면 그리 치열하게 산 것 같지도 않아요. 남들 다 하는대로 공부하고 연애하고 회사다니며 꾸리며 이런저런 일도 했구요. 앞으로도 그렇게 살겠죠. 어느 땐가 그랬던 것 처럼 싸우고 좌절하고 혹은 죽을 것 같이 힘든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똑 같이 반복하고 싶지 않군요.

20년 후에 할 거면 지금 "어슬렁" 거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다 죽어도 여한은 없을 것 같아요. 앞으로 20년 30년 동안 심심하지 않게 밥술이라도 넘기려면 건강한 호기심을 잃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이제 50줄에 들어 섯네요. 책상, 컴퓨터, 티브이, 스마트 폰 앞에서 떨어지는 연습을 시작 했습니다. 공중파 방송 만으로 지낸지 4년째 입니다. 집에 인터넷 없이 살고 있습니다. 당연히 집에서 업무 이메일 따위를 열어보는 일도 없구요. 좋아하는 카페를 기웃 거릴 땐 옆집 무선 인터넷을 몰래 쓰기도 합니다.

뉴스는 안봐도 그리 답답하지 않더군요. 동료들과 잡담할 때 집어 유선 채널 안나온 다고 하면 서로 제게 이야기 해주겠다며 모여 듭니다. 티브이 안보면 대화가 안된다는 말은 분명 방송업자들의 거짓말일 겁니다. 카톡이니 뭐니 그런거 없어도 고독하지 않습니다. 바쁘거든요.

티브이 시청 대신 틈틈이 몸을 움직여 운동도 하구요. 주중에도 들로 나가 벌레에게 물려보기도 하구요(캠핑), 별보러 나가구요(천체관측), 무전도 칩니다(아마추어 무선). 주중에 쉬는 대신 가끔 주말에 출근하기도 합니다. 본업이 땜쟁이라 취미로 라디오도 만들어보고 재미있는 실험도 합니다. 물론 컴퓨터 게임도 하는데 주로 비행 시뮬레이션 입니다. 감히 접근 도 못해본 외국의 유명 대학 강좌 동영상을 보기도 하죠. 요즘 천문학 수강중인데 유료로 학점 인정도 해준다네요. 좀 벅차긴 합니다. 이제 집도 지어볼까요?

이러니 회사일이 잘될까 싶죠? 출근 해서 이런 궁리만 하는데 잘될 턱이 있겠습니까. 그 대신 기대를 절반으로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조만간 짤리거나 문 닫을 지도 모릅니다. 그럼 앞으로 뭐 먹고 살 거냐구요? 그야 저도 모르죠.

다행히 그간 공부하고 일해온 경력이 조금 있습니다. 머리도 그럭저럭 굴리고, 손재주도 좀 있다고 자부하니 뭐라도 되겠죠. 가끔 강의도 나가고, 글쓰기도 하구요. 자질 구레한 전자키트도 만들어보고 누가 필요하다면 팔아볼려구요. 

그래서 밥먹기는 힘들다고 들 합니다. 하지만 뭘 얼마나 잘먹길 바라나 싶죠. 돌이켜 보면 그간 그리 호사를 누리며 산 것도 아니었더군요.

그나저나 의식주 중 주를 해결해야 합니다. 터를 잡아야 "어슬렁"거릴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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