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6월 04, 2022

[양평집] 2022년 5월, 꼬꼬네 텃밭 딸기

[양평집] 2022년 5월, 꼬꼬네 텃밭 딸기

5월! 결실을 준비하며 생동하는 한편으로 떠나간 이가 그립습니다. 대지만큼이나 욕망도 꿈틀 대다가 혼자 어쩌지 못하고 주저앉아 작은 마당에 피어난 꽃을 보며 다친 마음을 달래 봅니다. 클레마티스가 마치 장례식 화환을 세워 놓은 듯 합니다. 붉은 장미꽃도 아름답구요. 슬퍼서 아름답다는 모순이 따로 없네요.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데 다 이유가 있겠지요. 지난달 마당을 지키던 튤립은 이제 다 시들고 초여름의 꽃들이 피어 납니다. 붉은 패랭이와 꽃 양귀비.

 

천인국과 한낮의 향달맞이꽃.

 

톱풀은 흰색 뿐만 아니라 분홍과 붉은색이 같이 펴야 어울립니다. 그리고 숙근 사루비아와 붓꽃의 보라색이 잘 어울립니다. 

 

 붉은 목단과 흰 목단. 향이 없다고 잘못 알려 졌다는데 은은한 향이 감미롭습니다. 크고 화려한 꽃송이는 보기만 해도 마음의 부자가 된 듯 합니다.

 

작약은 씨를 뿌려 놓고 삼년 만에 제대로 꽃을 피우는 군요. 작년에도 꽃을 피우긴 했는데 시원치 않아서 조바심을 냈더랬습니다. 보라색을 좋아 한다면 단연 아이리스 입니다.

  

 돌담에 번진 섬백리향. 향이 백리간다는데 꼭 그렇진 않더군요. 만지면 단내가 납니다. 다육이들도 마당으로 나왔군요.

  

5월의 마당에 달콤한 향내를 담당해 주는 카모마일과 데이지 그리고 토종으아리. 특히 카모마일은  잘 자라고 번식력도 좋습니다. 봄바람이 불면 마당 가득 기분좋은 향기를 풀어 놓습니다.

 

5월초 마당 전경

여름 내 식량 공급처가 되어주길 바라며 텃밭에 이것저것 모종을 사다 심었습니다. 올해는 조금 늦게 심은 셈입니다. 농협 모종시장에서 하시는 말씀이 아침 기온이 적어도 12도 이상은 되어야 한다네요. 작년에는 봄 기온이 낮아 일찍 심은 모종들이 서리를 맞아 다시 심는 일이 많았답니다. 모종 시장의 손님들은 대개 텃밭 농사지기들 인데 초보 농삿꾼 들이라 모종을 얼려 죽이고 다시 심기를 반복한다네요. 그러면서 뭐가 그리 급한지 때 이르게 모종을 찾는다며 끌끌 하시더군요. 올해 텃밭의 주요 관심 작목은 토마토와 가지 입니다. 작년에 익혀둔 요리법인 토마토 스튜와 가지밥을 자랑해 보고자 함 입니다. 잘 되야 할텐데....

 

고구마와 감자도 빠질 수 없구요.

  

오이와 호박. 완두콩은 벌써 꼬투리가 익어가고 있네요.

  

고추. 그리고 겨울을 지낸 마늘.

  

때이른 잠자리가 날기 시작했고 벌레들도 나옵니다. 방제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해봅니다. 저 벌레들도 이땅의 주인일 텐데요.

 

이제 매실과 포도 송이가 달리려고 합니다. 송이가 너무 많아지면 알도 작고 송이도 부실해 진다는데 저렇게 달린 모습을 보니 아까워서 솎아줄 수가 없네요.

  

마당의 꽃들 사이에서 자라던 딸기가 마구 열리기 시작 합니다. 마당에서 이삼년은 묵어야 제대로 열리는것 같습니다. 딸기가 달릴때 역시 솎아주기 아까워서 그냥 뒀더니 자잘하게 달렸습니다. 굵은 알은 그냥 먹고 자디잔 알들을 모아 잼을 만들었습니다.

 

딸기 맛은 과육이 아니라 딸기 씨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씹을때 마다 씨앗이 터지며 딸기향을 더합니다. 스콘을 구워서 클로티드 크림과 함께 딸기잼을 발라 먹으면 브런치로 이만한게 없습니다. 딸기잼을 작은 병에 담에 이웃들과 나눠 먹습니다. 어디서 인증 받은건 아니지만 '유기농' 수제 딸기잼 입니다. 우리집 고양이 '꼬리'와 '꼬북이'의 이름을 따서  '꼬꼬네 텃밭 딸기잼'이라고 스티커를 붙여 보았습니다.

 

지난달에 태어난 아기냥이 세마리. 월초만 해도 겨우 눈을 뜨는가 싶더니 말경에는 펄적펄쩍 날아 다닙니다. 어미젖을 아직 떼지는 못했지만 사료도 먹기 시작 했구요. 쬐끄만 녀석들이 사료를 아드득 아드득 씹는 소리가 귀엽습니다.

 

잠든 모습이 평화롭군요. 아기냥이 이름은 숫컷은 장갑낀 '가비'와 양말신은 '마리' 암컷은 삼선 무늬의 '써니'라고 지었습니다. 오른쪽 부터 시계방향으로 마리, 써니, 가비입니다.

내 마음에도 그리고 이 글을 읽을 모든이에게도 평온이 찾아오길 기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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