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M] 나잇값
어재는 모처럼 무선국을 운용했더랬습니다. 전신으로 일반호출 신호를 냈더니 응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무선국이 많이 등장하는 시간도 아니었고 자연 잡음이 심하기도 했구요. 이럴땐 문득 '나 왕따인가?' 라는 생각이 들죠. 이내 그러려니 하면서 그냥 닫기 서운해 음성 주파수대로 옮겨서 호출을 해봤더니 그나마 몇국과 교신 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 들리는 인공잡음과 방해는 여전 하더군요. 설마 어린아이가 저러진 않을 텐데 '스스로 잡음원이 된 저 무선국 운용자의 나잇값은 얼마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늘 등장하던 그 무선국과 교신이 이뤄 졌습니다. '왕따'의 기분을 알기에, 어느 무선국이라 해서 가리고 싶지 않기에 종종 긴 교신을 하기도 합니다. 꺼내놓는 화잿꺼리를 들어보면 아마 70 가까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나이에 호기심이 많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적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 또한 젊게 사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주제를 가지고 너무 멀리 나가는 경우도 있고 과학이라고 말하면서 미신과 영적인 내용과 연결 지으려는 무리수를 두기도 하더군요. 아마 '신기한 이야기' 따위를 많이 보시나 봅니다. 가끔은 수학을 끄집어 내는데 빠진 부분이 넓거나 크게 어긋나 있기도 합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 무선통신 상에서 논쟁할 필요는 없기에 '그 나이에' 대단한 호기심이라고 부추기며 마치곤 했습니다.
우리는 가끔 어린아이의 엉뚱한 생각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길 듣습니다. 그리고 그리 말하기도 합니다. 인터넷에 초등학생 쯤으로 보이는 한 어린아이의 재미있는 일화가 기억 납니다. 휴대전화의 배터리를 착탈 가능하게 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그 아이는 그 기술이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는 겁니다. 그 아이의 나이에 어울리는 값어치를 가진 아이디어라 하고 말 일이지 그 앞에서 타박하진 않겠습니다. 만일 이런 아이디어를 70은 되어 보이는 분이 주장한다면 나잇값 못한다고 해야하지 않을까요?
후쿠시마 발전소가 폭발하고 노심이 녹아내린 불상사가 일어난지 십여년이 지났습니다. 엄청난 재앙을 격은 이웃나라에 무슨 인류애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이 동정심이 듭니다. 하지만 녹아내린 핵발전소 노심에 스며든 지하수를 앞으로 수십년간 바다에 버리겠다는데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처리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비용이 많이 든다며 가장 싼 방법을 택하면서 늘어 놓는 변명이 희석이라 합니다. 과학이라며 희석비율을 이야기 하고 자연 방사능 물질에 노출된 량보다 적다고 말 합니다. 심지어 우주에서 쏟아지는 방사선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 합니다. 병원에서 진단을 위해 쏘이는 엑스선 량과 비교하며 과학을 앞세웁니다.
시골에 살면서 격는 이웃간 불화는 다양합니다. 그중 텃밭 멀칭에 쓰던 비닐을 태우는 이웃에 항의한 적이 있습니다. 지자체에서는 수숫대, 깻대 같은 농산물의 부산물도 수거해 갈테니 태우지 말라 합니다. 하물며 비닐을 태우면 환경공해를 말 할 필요도 없이 매우 고약한 냄새를 풍깁니다. 때마다 지자체에서 수거해 갈 뿐만 아니라 종량제 봉투에 넣어 내놓으면 될일 입니다. 설마 종량제 봉투 값이 아까워서 태우는 것이라 믿고 싶진 않습니다. 공기중에 퍼져 나가니 조금 참으면 된다고 말하는 이웃이 있다면 그렇다고 수긍하시렵니까? 그집의 똑똑해 보이는 아이가 오염비율을 내세워 과학적으로 문제 없다 하면 타일러야 합니다. 그런데 한동네 사는 70먹은 노인이, 그것도 내 친척 중에 그리 괴변을 늘어 놓는다면 분통터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량의 위험물질이 자연에서도 검출 된다며 인공 위험물질을 그보다 적게 희석해서 버리겠다고 주장하는데 이를 막자는게 '비과학적' 괴담 인가요? 지구가 생성된 이래 수없이 방사선이 쏟아졌습니다. 지금도 우주 방사선은 지구로 내립니다. 과학으로 말하면 매우 위험한 방사선입니다. 다행히 지구를 감싼 대기층에서 이를 거르고 아주 미량이 지상까지 내립니다. 그 방사선을 맞으며 지구상 생명체가 번성해 왔습니다. 그 미량의 우주 방사선보다 희석한 방사능 물질의 피폭량이 적다며 과학적이라 합니다. 이게 스스로 과학을 공부했다 주장하며 다른 사람들의 무지를 질타하던 70먹은 자칭 '지식인'이 할 소리 인가요? 병원에 가면 방사선 실 앞에 붙여진 경고문구를 보셨을 겁니다. 일년에 한두번 미량의 방사선을 쏘이는 데도 그리 조심을 하면서 녹아내린 핵발전소의 노심을 식히던 지하수에 그리 관대하게된 '사고체계'는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요? 정치나 과학을 들먹이기 이전에 그런 사고체계를 가지게 된 세월이 아깝습니다.
아마추어 무선이 나름 과학과 기술에 기반을 둔 높은 지적수준의 취미이고 그 취미를 즐기는 한사람이라 자부 합니다. 때로 기술적 지식을 가졌다며 이런저런 자랑을 늘어 놓다가 오류를 범하기도 하고 창피한 마음에 홀로 이불 속에서 발길질 을 해댑니다. 그리고 찾아보고 공부하여 잘못을 고치려 애씁니다. 내가 범한 오류가 누굴 해칠일도 없고 누가 과제를 준것도 아니고 소위 '먹고살일'도 아닙니다만 나잇값을 하고 싶기 때문 입니다. 살아온 세월 만큼 그에 걸맞는 지적 호기심을 동료들과 이야기 하며 바르게 채우고 싶습니다.
구구절절 순수하고 깔끔한 성품 너무나곱고 본받고싶을 정도입니다
답글삭제그런마음씨를 갖인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우리사회가 밝고 명랑한 사회가됩니다. 희망을 갖여 봅시다.
응원합니다.
방문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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