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는 "인생은 아름다워요"
매주 두번씩 학교에 가서 반도체 설계 특강을 합니다. 정규 학점과정은 아니지만 관심을 가진 학생들에게 방과후 학습을 하는 셈이지요. 마침 산자부에서 교육목적의 칩을 제작해 준다는 공모가 있길래 학생들을 독려해 신청을 하고 공정을 해준다는 기관에 찾아가 부탁도 해서 여섯건이 선정되었습니다. 설계도면 마감까지 두달여로 빠듯하기도 해서 약간 걱정도 되었지만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링크].
어제 저녁(2023년 9월19일) 칩 제작을 해보겠다고 신청한 학생들 십여명을 모아놓고 설명을 하던 중 품고있던 꿈이야기를 털어놓게 되었습니다. 처음 반도체 설계를 접하고 관련 공부를 하면서 설계 환경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는 많이 속상했더랬습니다. 35년 전이니 그럴만도 했죠. 사회에 나와서도 반도체 설계보다 남이 만든 마이크로프로세서에 프로그램을 작성해 넣는 일을 주로 하면서 늘 아쉬웠습니다. 아쉬움이 불만으로 변해서 결국 일찌감치 하던 일을 놓게 되더군요. 틈틈이 반도체 설계 분야의 기술발전을 눈여겨 보던 중 그토록 해보고 싶었던 설계기술이 실현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감격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노느니 실습을 따라해 봤습니다.
[관련 글] 고위합성 튜토리얼(High-Level Synthesis Tutorial) [링크]
그리고 꿈을 꾸게 됐죠. 때가 왔구나! 나는 아쉬워 했던 이것을 새로 시작하는 누군가에겐 동기가 되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쓴 글을 여기저기 퍼날라 봤지만 별 반응은 없어서 아직 이른가? 괜한 짓인가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대학에서 반도체 설계를 가르쳐 보겠냐는 제안을 받고 예전의 아쉬움을 다시 펼쳐보고 싶은 꿈을 꾸게 됐습니다. 이 꿈을 본격적으로 펼치기로 작심한 동기로는 고위합성(HLS)기법 이전에 기본 단계의 반도체 설계와 관련된 오픈 소스 도구들도 감히 엄두도 못내던 상용제품에는 못미친다 해도 중소규모 칩 제작에 적용될 만큼 충분히 성숙되었다는 점도 한 몫 했구요.
[관련글] 오늘의 반도체 설계, 20년 전과 다를까? [링크]
전에는 부실하기만 했던 시뮬레이터, 컴파일러(합성기) 같은 도구들이 실제 반도체 제작에 사용될 만큼 성숙해졌고 공개 소프트웨어로 배포되고 있습니다[링크]. 이제 반도체 설계 환경이 미비하다는 핑계는 대지 않기로 합니다. '대학교수'라는 직함이 주는 힘도 실감 했죠. 시골사는 촌부가 반도체를 만들어 달란다고 해봐야 어느 기관에서 콧방귀나 뀌려나요. 그런데 '교수님' 직함을 내밀었더니 아주 성의있게 청을 들어주더군요.
학생들에게 이 꿈을 떨어 놓으면서 내 꿈을 이룰 도구가 되어 달라고 했더니 재미있어 하길래 한껏 기분이 고양되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반도체 설계의 초석을 놓는 꿈을 꾸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목표에 도달 할지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고 미리 걱정하지는 않으렵니다. 50년간 15만 명을 돌본 정신과의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살아보니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다"고. 그래서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사소한 즐거움을 잃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출처]
내 꿈을 펼치게 될 기회가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그 '우연'이 찾아오길 기대하며 준비했던 것은 아니지만 하루하루 꿈을 잃지않고 되새겨 둔 덕분입니다. 오늘도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공부를 놓지 말겠다고 결심했던 글이 생각 나네요.
[관련글] 신문 배달 할아버지 "인생은 아름다워요" [링크]
오늘도 꿈을 꾸는 내 인생은 아름답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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