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2일에 메주를 사다가 담궈 두었더랬습니다. 용문장에 나갔다가 메주를 사려 했으나 썩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 올려진 글들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지만 푸른 곰팡이가 낀 메주가 좋다 하는데 제눈엔 검기만 하더군요. 결국 어머님께 도움을 구해 한말 분량의 띄운 메주를 구했습니다. 시골에서 보내온 것이라는데 검기는 매한가지더군요. 너무 짜도 안되고 싱거워도 안되는 장 담그기의 대원칙인 '겨란을 담궜을 때 오백원짜리 동전 만하게'에 따라 소금을 풀어 메주를 담궜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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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 담근지 두달여만에 장가르기를 했습니다. 소금물에 불은 메주는 건져 된장을 만들고 삭은 물은 간장이 되도록 가르는 겁니다. 메주를 건져보니 미묘한(?) 색감이지만 구수한 냄새가 나는걸 보니 제대로 된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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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보니 짜네요. 간장, 된장은 원래 짠거니까 짠게 정상이라고 맘먹습니다. 잘 치댄 된장과 거른 간장을 항아리에 잘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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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면포를 씌우고 유리 장뚜껑을 덮어 장독대에 고이 모셨네요. 여름 내 땡볕에 잘 익어 맛난 장맛을 내주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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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마당 한켠에 관상용(?)으로 존재했던 장독대가 진짜가 되었습니다. 올 가을엔 메주도 띄워 볼까봐요. 지난 겨울 손수 기른 무배추로 김장도 담그고 항아리에 묻어둔 김치를 맛나게 먹고 있습니다. 이제 장 담그기까지 했으니 시골 생활 완전체가 되는데 한걸을 더 나간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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