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마당과 뒤안의 화초류를 세어보니 얼추 2~30여가지는 되나 봅니다. 민들레, 달개비 같은 잡초류는 빼고도 말이죠. 초봄에 뜯어서 된장찌게를 끓여먹었던 냉이는 이제 한뼘이나 올라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새봄을 기다리며 향긋했던 냉이의 기억은 어디가고 잡초라며 꽃대 나온다고 매정하게 뽑아내기 바쁘네요.
냉이에 이어 4월초에 명이 잎이 나왔길래 몇개 뜯어다 제육볶음과 함께 싸먹어 봤습니다. 명이나물은 지난 가을 이웃에서 나눔해 주셔서 얻어다 심었더랬습니다. 명이는 행여 누군가의 눈에 띌까 걱정되더군요.
마당과 텃밭 주변은 봄나물과 나무 새순으로 가득합니다. 지난 겨울을 견디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부추, 시아버지도 안주고 남편만 먹인다는 그 부추와 온실에서 키운 열무로 담근 겉절이를 넣고 간단히 비벼 봤습니다. 채소 육즙이 이리 달달할 줄이야! 겉절이 담그는 재주가 없는 관계로 이웃의 손맛이 신의 경지인 장금이 언니가 담궈 주셨습니다. 오가피와 엄나무, 두릅 순을 살짝 데쳤구요. 막걸리가 빠질 순 없죠.
몇가지 눈에 띄는 나물들을 모아 봤습니다. 가시오가피, 참나물, 돌미나리, 참취나물, 당귀, 머위, 울릉도 부지깽이, 돌나물.
밀가루에 풀어 봄나물 부침개를 부쳐서,
한상 차려봤습니다. 진수성찬이 따로 없군요.
비밀의 맛을 소개하면, 부추와 컵라면, 파김치와 라면, 명이나물과 제육볶음, 머위 나물과 족발의 조합은 환상 입니다. 기름의 느끼함과 나물의 청량 쌉쌀한 맛의 조합은 환상 입니다.
옆집과 경계로 유실수 몇그루 심었습니다. 자두, 앵두, 불루베리, 아로니아에 더하여 모과, 체리, 보리수, 신고배까지 다양해 졌네요. 묘목을 심어 언재 따먹어보랴 싶어서 7~8년 생으로 사다 심었습니다.
봄볓이 제법 따갑습니다. 게으른 농부라 삽질 몇번에 그늘에 앉기 바쁩니다. 시원한 맥주 한잔도 하면서요. 그늘에 앉아 텃밭을 바라보며 무엇을 심어볼까 이리저리 궁리도 해보죠. 곧 땡볕이 내리쬐면 에어콘 빵빵한 도서관으로 도망가게 될 테지만 봄은 기대로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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