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2월 01, 2023

[HAM] 구형 시그널 제네레이터를 가변 주파수 발진기(VFO)로 쓰기

[HAM] 구형 시그널 제네레이터를 가변 주파수 발진기(VFO)로 쓰기

라디오 전파에 정보(음성)을 실어야 하는 고주파 발진기(Radio Frequency Oscillator)는 무전기의 심장과 같다고 하겠다. 말그대로 '전파'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아마추어 무선국은 일정 범위의 주파수 대역 내에서 자유롭게 전파신호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주파수를 변경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가변 주파수 발진기(VFO, Variable Frequency Oscillator)라는 것을 쓴다. 크리스털 발진기를 쓰면 안정된 전파를 생성할 수 있지만 주파수를 가변시키기 곤란하기 때문에 대개 LC 결합 발진기를 쓴다. LC 결합이란 코일과 컨덴서를 사용하여 공진회로를 꾸몄다는 의미다. 발진회로는 나중에 따로 살펴보기로 하자.

문제는 이 코일과 컨덴서라는 물건의 정밀도가 아주 고약하다. 약간의 온도변화에도 용량값이 변하니 공진 주파수가 '춤을 춘다'. 요즘은 반도체 기술이 워낙 발달하여 안정된 미세회로 제조가 가능해졌다. PLL이라고 하는 기법의 회로를 내장한 고주파 발진 전용의 반도체 칩들이 흔해져서 VFO 가 우습기까지 하지만 지난 20세기는 안정된 고주파 발진회로가 최대 과제였다.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항온상자(항온조)에 넣는 다던가 믿을 수 없는 컨덴서 대신 코일의 코어를 정밀 기어로 제어 한다던가 등등 전자회로 뿐만 아니라 기계적인 기법이 총동원된 것을 보면 눈물겹다. 아래 사진은 유명한 콜린스 사의 PTO 라는 가변 발진기의 모습이다. 항온조 내부에 방습제(dehydrator salt)까지 있다. 코일용량 변화에 따른 주파수 변화가 선형적이 되도록 동조 코일(Tuning Coil)을 절묘하게 감아놨다(logalithmic wound). 나사를 돌려 코일의 코어를 이동시키는데 백래쉬를 방지(Anti-Backlash)하는 장치까지 있다. 이렇게 까지 열심히 해서 만든 1960년대의 명품 콜린스 무전기는 지금도 올드-햄들 사이에 상당한 가격에 거래된다고 한다.

[참고] https://www.collinsradio.org/pto-overview-specifications-history/

요즘은 초당 백만분이 1퍼센트(ppm, percent per million)의 변화도 없는 주파수 합성기 반도체 칩을 활용한 가변 주파수 발진기를 몇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DDS Digital Signal Generator 를 검색해 보라. 그대신 그 속을 알 도리도 없고 만드는 재미도 없다!

'만드는 재미' 때문에 괸시리 멀쩡한 무전기 옆에 두고 QRP니 뭐니 하면서 기판을 깍고 자르고 때우느라 하루가 간다. 잘 만들어 놓고는 뭘 더해 넣을까 궁리하다 내 자작품에는 구멍 투성이다. 그나마 회로부품이라도 제대로 있다면 모를까 시정수가 조금씩 어긋난다. 이를 맞춰 보겠다며 이리저리 회로를 수정하다가 망치기 일쑤다. 나는 얼치기 아마추어 무선사 이기에 회로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커녕 경험도 일천한 탓이리라. 그저 주워들은 '노우-하우'에 메달리다 그꼴이 나서 다시는 안한다고 마음 먹다가가도 다시 인두를 잡는다.

부품중에 빼도박도 못하는 부품이 바로 크리스털 발진기의 주파수다. 아마추어 무선 운용 주파수에 맞는 크리스털 진동자가 있을리 없다. 디지털 시대라 그런지 32767Hz 같이 2의 제곱승에 맞는 주파수, 8051이라는 마이크로 프로세서의 시리얼 통신 보오 율(Baud-Rate)에 분주하기 쉬운 11.0592Mhz 은 엄청나게 흔하다. 아쉽게도 아마추어 무선의 QRP 선호 주파수라는 7.030Mhz에 맞는 크리스털 진동자는 귀하다. 수요가 없으니까. 어떻게, LC 발진기라도 만들어 봐야하나 싶지만 예전에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건만 '춤을 추던' 발진기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하릴없이 7.030Mhz 짜리 수정 진동자를 찾아 인터넷 상점만 뒤지고 있다.

문득! 창고에 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마 십년전 어느 고물상인에게서 바가지 쓰고 구입했던 시그널 제네레이터! 그당시 사인파를 30Mhz 까지 가변하여 발생시켜 준다길래 십여만원 쯤 줬던것 같다. 디지털 카운터를 겸한다 하여 냉큼 사다가 전원을 꼽는 순간 당장 당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작동은 잘 했다.

시그널 제네레이터를 VFO로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사왔지만 저 FREQ 라고 써있는 주파수 노브는 3:1 버니어 다이얼 이었는데 십 수메가 헤르쯔 범위를 단 한바퀴 반만에 주파수를 어찌 조절한단 말인가! E 라고 써있는 버튼을 선택하면 4~10Mhz 범위를 가변한다. 그중 아마추어 무선 주파수는 달랑 7.000~7.200Mhz 다. 살짝 손만대도 이 범위를 그냥 넘나든다. 요즘 말하는 1헤르쯔 가변은 관두고 1킬로 헤르쯔도 불가했다. 명판에는 DIGITAL 이라고 써있긴 하지만 디지털 주파수 카운터로 표시부(많이 부실하지만)가 있다는 뜻이지 내부는 그저 LC 발진기였다. 다이얼을 돌려보고 인코더가 아닌것을 알았다면 소위 '눈탱이'는 안맞았을 것이다. 그뒤로 창고로 직행해서 십년을 묵혔다. 그리고 오늘 다시 꺼냈다. 사인파는 그럭저럭 나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이얼이 문제라면 다이오드에 역전압을 걸어 정전용량을 소량 가변해 주면 되겠다 싶었다. 역전압을 걸어줄 가변저항에 멀티-턴 가변저항을 쓰면 미세조정이 되겠고. 마침 필요한 부품이 있다.

이 시그널 제네레이터의 원래 모습은 이랬다. 최근 중고가격 3만원이라고 올라온게 있던데 최신 DDS 키트 가격을 보면 그것도 비싸다. 변조(MODULATION) 기능이 있는 모양인데 괸시리 발진 주파수 안정도 만 떨어 뜨릴 뿐이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저걸 떼내고 멀티턴 가변 저항을 달기로 했다. 저 위의 사진이 개조된 멀티-턴 가변저항의 노브가 달린 모습이다.

[출처] https://www.soriaudio.com/index.php?mid=m_eqp&listStyle=viewer&page=1065&document_srl=35742616

혹시 가변 컨덴서 용량이 작을까 싶어 실리콘 다이오드 두개를 썼는데 한개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기판을 갈아 작은 회로를 꾸며서 시그널 제네레이터의 바리콘 샤시에 때워 붙였더니 튼튼하게 고정됐다.

이제 쓸만한(?) VFO 가 마련 됐으니 출력 앰프를 만들어 실험해 보자. Pixie2에 있던 RF 부분만 떼다가 빵판에 꾸몄다.

시그널 제네레이터 출력 최대치가 1Vp-p 다. 50옴 더미로드에 물렸을 때 3볼트로 출력은 대략 200mW 쯤 나온다. 파형도 그런대로 찌그러짐이 없다. 수신기로 음을 들어봐도 춤을 추는것 같지 않아 다행이다. 창고를 뒤지다가 오실로스코프 발견! 아마 십년전 쯤 어느 학교에서 불용품으로 고물상에 처분 한다고 쌓아 뒀던걸 얻어왔던 것이다. 전원을 넣어보니 작동한다. 다만 표시는 100Mhz 라는데 완전 뻥이다. 학교 납품 물건이 다 그렇지 뭐....

제대로 된 RF 앰프는 좀더 실험을 해봐야 겠다. 그나저나 QRPp 라며? 저 시그널 제네레이터 VFO를 들고 다니게? 또 괸한 짓을 한겨? 아니면 전원부 개조해서 들고 다녀봐?

[참고]
1. Hartley Oscillator, https://www.electronics-tutorials.ws/oscillator/hartley.html
2. Hartley Oscillator Calculator, https://www.calctown.com/calculators/hartley-oscillator
3. Capacitor Calculator, https://www.digikey.com/en/resources/conversion-calculators/conversion-calculator-series-and-parallel-capacitor
4. An Optimized QRP Transceiver for 7 Mhz, http://www.arrl.org/files/file/Technology/tis/info/pdf/93hb3037.pdf
5. Pixie2 with audio filter, https://www.qsl.net/qrp/txr/micro80.htm
6. Tuned RF Amplifier Component, https://youtu.be/lDYLw8fWSoI
7. Basics of Common Emitter Amplifier Gain and Frequency Response with Measurements, https://youtu.be/NizrzRKQqII
8. Basics of Transistor bias point and the class of amplifier operation, https://youtu.be/c6cmkm3UPUI

[주] 들여다 볼 것들이 이렇게 많으니 백수 전원 생활자의 겨울은 한가할 틈이 없다. 파인먼 양자역학 공부는 두달째 공전 중이고, Vector Calculus for Engineers 는 담아 놓기만 했고, Intel OneAPI/DPC++와 Xilinx HLS 새 버젼은 얼마나 달라 졌을지 궁금한데 낼모레 입춘이 지나면 이제 봄이 올텐데 텃밭일이 시작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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