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2월 03, 2023

[양평집] 2023년 1월, 우리집에는 미친 고양이가 산다!

[양평집] 2023년 1월, 우리집에는 미친 고양이가 산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해는 어제와 다를바 없다고 하지만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기에 하루 사이에 약 1도 가량 옆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러니까 어제랑 같은 해라고 하면 안되는 겁니다. 한바퀴 완전히 돌아 다시 그자리에서 태양을 보게 됐으니 작년 이맘 때와 다를바 없다고 해야 옳겠지요. 올해는 태어나서 육십갑자를 돌아 맞이한 토끼띠의 햅니다. 어느새 환갑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됐군요. 그에 걸맞는 지혜로운 안목을 가진 사람이 되었길 바래보지만 매일 사소한 일에 화를 냈다가 이내 후회하는 걸 보면 아직 멀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또한 지나가리니' 라며 여유를 가져보기까지 시간이 점점 짧아졌다는데 위안을 삼습니다. 이 시간이 점점 짧아져서 맞닿게 되면, 여유가 무척 길어져 영원에 닿으면 이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는 걸까요? 그렇더라도 여유롭길 바랍니다.

겨울이면 아무래도 실외활동이 줄어드니 하루 두끼면 족합니다. 아침과 저녁 두번 먹고 있는데 배도 쏙 들어간 것이 몸이 가뿐해 졌습니다. 작년 겨우내 제빵을 연마했고 이번 겨울은 면요리 입니다. 스파게티, 쌀국수에 도전해 봅니다. 모양이 좀 성기고 정통의 맛은 아니지만 내 입맛에 맞으면 그만이죠.

 

그리고 청담동 스시집 부럽지 않은 초밥과 틈틈이 제빵.

 

겨울이라 텃밭 채소가 아쉽지만 그래도 농협 마트에서 사온 신선한 야채와 과일 샐러드를 빼놓지 않고 먹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꼴로 면내에 목욕하러 나가면서 마트 장보기도 함께 합니다. 공중 목욕탕 이라니! 이 또한 시골 생활의 변화 입니다.

 

일월 중 눈온 날이 열흘은 된것 같습니다. 올겨울은 눈도 잦고 더블어 기온도 꽤나 추웠구요. 거실로 들어온 고양이 두녀석이 집주인 옆에 꼭 붙어 지냅니다.

  

급기야 침대위로 올라와 아옹다옹 합니다. 우리집 고양이는 안그럴줄 알았더니 벽지를 실컷 뜯어 놓는군요.

 

고양이의 생활은 삼분의 이는 잠으로 보낸다는데 우리집 '꼬북이'는 노느라 하루를 보냅니다. 세발로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고양이 낚싯대로 놀아 줬더니 아예 밖에 나갈 생각도 안하고 카페트 위에서 미친듯이 놉니다. 햇볕 좋은 날에 환기삼아 열어놓은 문틈으로 나가 몇시간씩 순찰을 다니던 습관도 잊고 말이죠.

 

 

어디서 말을 배웠는지 놀아 달라고 보채는데 마치 '놀아줘'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놀이가 만족하지 않으면 '에잉'하며 돌아서는데 영락없는 초등생 입니다. 고양이와 대화하기 그리고 놀기에 아마 하루 중 두세시간은 보내는 듯 하네요. 반려동물은 시골 생활의 적적함을 달래기에 그만입니다.

시골의 겨울은 하루가 깁니다. 나이가 들면서 추위에 져 바깥 출입이 줄어드는 탓입니다. 시골은 도시보다 한 이삼도는 더 추운것 같네요. 나이들면 도시로 가야 한다고들 하는 이유 중  하나 일지도 모르겠군요. 일전에 시즈오카에 사는 일본의 햄과 교신을 했더랬습니다. 새해 인사하면서 올해로 육십이 됐다고 하니 자기는 육십칠이랍니다. 양평의 날씨가 일월에는 연일 영하 십도를 밑돌고 있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 추운가 보다고 하니 자기가 사는 곳은 영상 7도인데 삿포로에 살다가 십년전 쯤에 이사왔답니다. 삿포로의 겨울은 평균 영하 15도 였다네요. 늙기도 서러운데 춥기까지 해서 슬프다고 이바구를 떨다가 갑자기 신호가 사라져 버려서 제대로 교신을 마치지 못했는데 그가 QSL 카드를 보내왔군요. 서울을 떠나 양평으로 온지 이제 3년 됐는데 다시 남쪽으로 이사가야 하나 고심할 때가 있어요.

이렇게 밤낮으로 긴 겨울 하루를 무료하지 않으려고 취미를 가지기로 했습니다. 연중 계절마다 하루의 길이도 다르고 아직 젊은(예순 밖에 안됐다!) 탓에 쉽게 싫증이 날 수 있어서 여러가지 취미를 가지고 돌아가며 섭렵하고 있는데 겨울은 아마추어 무선이 제격입니다. 이달들어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 20여편인데 그중 아마추어 무선과 관련된 내용 일색이었습니다.

밤새워 땜질을 해서 소출력 무전기를 만들고 낮에는 그것을 사용해 누군가와 교신을 하고 다음엔 뭘 만들어보나 이리저리 탐색하다 신박한 아이디어가 발견되면 따라합니다. 그러다가 만능이 아닌 복잡하고 괴상한 물건이 탄생하기도 하지요.

 

초소형 무전기, 초소출력 송신기도 만들어 봅니다. 전파 출력이 1와트 미만으로 워낙 작으니 미리 누군가를 졸라서 약속을 잡아 겨우 교신까지 해봅니다. 약 200미리와트 출력으로 1~200 킬로미터 떨어진 무선국과 교신해 봤군요. 좀더 거리를 넓혀봐야 겠습니다.

 

날이 풀리면 들로 나갈 요량으로 만들어본 이동운용 낚시대 안테나, 효자손 안테나. 만들긴 열심히 만들지만 과연 봄에 얼마나 활용 될지는 의문이긴 하네요.

 

그외 인터넷이며 유튜브를 보면 공부할 꺼리들이 넘쳐납니다. 들여다 볼 것들이 이렇게 많으니 백수 전원 생활자의 겨울은 한가할 틈이 없지요. 작년부터 원서로 읽는 물리학 교과서로 잡아놓았던 파인먼 양자역학은 두달째 공전 중이고, 커세라 수학강좌 Vector Calculus for Engineers 는 담아 놓기만 했고, Intel OneAPI/DPC++와 Xilinx HLS 새 버젼이 나왔을 텐데 일년새 얼마나 발전 했을지 궁금합니다. 낼모레 입춘이 지나면 이제 봄이 올텐데 텃밭일이 시작되겠군요. 놀일(공부도 포함해서)은 하루하루 밀려가는데 마침 입춘을 맞아 퇴비가 배달되었습니다. 작년부터 마을 행사에 간간이 초대를 받았고 연 이만원 가량이라는 리세도 기꺼이 납부 했습니다.

이제 봄이 오려는지 화분에 심어 창가에 올려둔 딸기가 꽃을 피웠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