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모르스 부호) 교신 단상....
아마추어 무선(HAM) 개인국을 연지 십여년이 넘었나 봅니다. 교신량의 거의 98%가 전신 이었습니다. 그리된 이유를 꼽자면, 몇번 음성으로 일반호출을 해봤는데 응답을 못받고 끝내기 일쑤였고 가끔 교신이 된다해도 '나때는...'투라 흥미를 얻지 못했습니다. 마침 전신을 익히고 재미가 한참 붙었던 탓도 있었겠구요. 말로 하는 대화에는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말투에 드러나죠. 그 태도가 참 거슬렸기 때문에 마이크 잡기를 꺼렸습니다. 나는 나이먹으면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어느덧 그럴 나이에 다다랐군요. 코로나 유행병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보니 방구석 취미라 할만한 아마추어 무선 통신이 조금씩 느는 모양입니다. 오랜 경험을 가졌다는 무선국들이 종종 들립니다.
단상 1.
아침에 음성교신을 듣다가 귀를 떼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라 한참을 들어 봤습니다. 영어 교신 요령에 대해 여러 글을 올려놓던 분이었습니다. 사실 아마추어 무선통신이 '세계인과 교류'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죠. 심지어 이웃한 일본과 교신도 흔치 않더군요. 반가운 생각이 들어 무슨 말씀을 하시나 싶었더랬지요. 이런저런 이야길 하시는데 연세가 있으셔서 은퇴하셨다는데 '나때는...'은 그럭저럭 이해가 되었지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해서 CW는 안한다' 라고 하시더군요. 요지는 '영어교신' 어렵지 않다, 간단한 단어와 억양을 잘 섞으면 충분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데 전신은 그렇지 못하다고 하시더군요. 60년대부터 아마추어 무선을 하셨다는데 조금은 의아했더랬습니다. 저분은 과연 전신교신을 해봤을까? 그시절 전신 통신술이 자격증 시험과목이었으니까 안하진 않았을 겁니다. 전신교신 경력이래봐야 겨우 수년에 불과 합니다만 감정표현이 곤란하다는 말씀은 참 동의하기 어렵더군요. 대부분 전신교신이 그저 도장찍듯이 틀에 박힌 내용에 그치고 있다는데는 뭐라 할말은 없습니다. 가끔 느릿느릿 모르스 부호으로 긴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있는데 상대편에서 아주 즐거워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들려 옵니다. 불과 수년 경력에 불과한 제게도 느껴지는 이 감정을 수십년 경력의 스스로 노장이라는 분의 입에서 저런 소릴 듣게 되다니 조금은 황당 하기도 했습니다.
단상 2.
페이스북 그룹에 A1 Club 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A1은 모르스 통신 방식을 의미하는 분류명 입니다. 일본에서 만든 클럽인데 외국의 회원도 가입 합니다. 최근 이 그룹에 올라온 소식중에 JA1NUT 라는 분의 QRT (송신종료/폐국) 소식을 알렸더군요. 오랜동안 꾸준하게 전신으로 수다떨기(rag-chew)로 유명하셨던 분이라 합니다. 사정을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아마추어 무선을 관장하는 기관이나 협회에서 전신교신을 퇴물 취급하는 경향에 항의하다가 지치신것 같았습니다. 이런 사정은 우리나라도 그리 다르진 않죠. 취미에 무슨 정책적으로 우대니 천대니 할 것은 없겠지요. 하지만 동호인들끼리 모여 이야기 하는데 퇴물 취급 받으면 기운이 쭉 빠지긴 할겁니다.
음성으로 하든 모르스 부호로 하든 자기가 즐기기 나름이라고들 합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내가 하지 '않는것', 어쩌면 '못하는 것'에 대해 은근히 깔보는 태도는 경계해야 겠습니다. 행여 말할때 태도에 묻어나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겠습니다. 누군가 자기자랑이 심하면 뒤돌아서 버리면 되겠지만 깔보임을 당하면 자칫 멱살잡이로 번질 수도 있으니까요. 사후에 비록 '그게 뭐라고...' 할 지언정.
JA1NUT의 마음이 바뀌면 좋겠군요. 저분과 전신 수다떨기를 해봤던 기억이 없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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