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주변에 밤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자생인지 심은 것인지 모릅니다. 어른 엄지 손가락 첫마디 만한 작은 밤이 영글어 오솔길 가에 뒹굴고 있어서 그냥 두기 아까워 열심히 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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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조림'은 작년에도 시도 했다가 실패 한 적이 있었는데 조림이 부족 했던지 설탕물에 담궈놓은 꼴이 되었습니다. 설탕 조림 할 때 물이 졸아 들면서 타는 걸 그냥 보고 있으면 웬지 그만 끓여야 할 것 같고 막 그렇잖아요. 맛이 없으니 이리저리 냉장고에서 치이다가 결국 곰팡이가 나서 다 버렸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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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에서 본 조리법에 영감을 받아 다시 해봤습니다. 밤은 겉과 속에 껍질이 있어서 손질하기 번거롭죠. 겉 껍질은 워낙 거치니 까고 속 껍질은 손에 잡히는 잡 털(?)만 벋겨 냈습니다. 손질한 밤을 하루정도 베이킹 소다 탄 물에 담궈 놨다가 비벼서 불은 속껍질을 걷어 냅니다. 그렇다고 밤 알의 속살이 드러나는 정도는 아니고 그냥 불린다는 의미입니다. 속껍질을 불려 놓으면 조릴 때 설탕물이 잘 스미고 떫은 맛도 없어서 껍질 째 먹어도 됩니다. 베이킹 소다를 쓰는데 이유는 모르고 그냥 있으니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리 했습니다. 그냥 물에 불려도 되겠죠.
그리고 설탕을 듬쁙, 밤 무게의 절반이상 정말 듬쁙 넣습니다. 이거 아끼다 망합니다. 밤이 잠길 정도 물을 붓고 잘 저어 설탕을 녹인 후 약한 불에 조립니다. 묽은 물엿 처럼 될 때 까지. 진득하게 조립니다. 좀 타는가 싶으면 쉬엇다가 조립니다. 물기 없어졌다 싶을 때 까지 조립니다. 조림은 설탕물 절임이 아닙니다. 물엿처럼 끈적할 때 까지 졸였더니 이렇게 됐습니다! 졸이는 과정에서 불은 속껍질이 떨어져 나가기도 하지만 껍질째 먹어도 단물이 배어서 떫지않고 맛있습니다. 달달한 간식으로 최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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