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11월 20, 2017

수능준비 핑계로 헐렁해진 일과....

수능준비 핑계로 헐렁해진 일과...

지난 수요일 발생한 포항 지역의 지진 탓에 수능이 일주일 연기 되었다. 생활에 약간의 차질이 생기긴 했다. 모처럼 사무실에 들렀더니 일이 밀려 있는 모양이다. 어디 납품건인데 약속 기일이 연기된 수능일 직전이란다. 별수 없이 연기해야지. 그외 자잘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주말에 양평에 다녀왔다. 기온이 급히 떨어져 새벽에는 영하 5~7도를 찍는다. 수도 얼기전에 물빼고 잠그고 왔다. 겨우내 얼었다가 벽에 숨은 배관이 터지면 보통일이 아닐테니까. 저녁에 벽난로 장작 군불을 땠더니 덥다. 바닥은 전기온돌. 양평 오두막이 허술한 목조물이라 웃풍이 심하고 단열도 형편 없다. 석유 난로와 장작 벽난로를 가지고 어지간한 추위를 견딜 수 있지만 장작값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한여름과 한겨울 한 3~4개월은 가서 있기 어렵겠다.

지난 두어달 동안 수능 준비한다고 생활 시간표가 많이 바뀌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영어공부로 시작해 수학 문제 풀기로 하루가 갔다. 기타 과목들은 들여다 보지도 않은채. 목적은 다시 대학 들어가기지만 수학공부 영어공부를 다시 해보니 만족도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아직 완벽하달 수는 없지만 '공부'가 몸에 배는 듣 하다. 수능 끝나도 이런 하루 일과를 유지할 것이다. 직장은 주로 재택 근무로 전환하려고 한다. 중요한 출장이야 어쩔 수 없지만.

천재지변으로 연기된 수능은 그렇다 치고 요즘은 아침 일찍 일어나면 "월든"을 펼치는게 첫 일과가 되었다. "월든" 원서로 읽기 시작한지 11일째다. 그리고 두어시간 들여다 본다. 아침밥으로 겨란 후라이와 빵 한조각, 물만 부어 먹는 스프로 아침을 때운다. 잠시 라디오 들으며 사회 돌아가는 소식도 접한다. 듣는 프로그램이 한쪽으로 편향 되어 있긴 하다만 내맘이다. 그리고 수학책 을 펼치고 뒤적이다 하루를 보낸다. 공부한 것 정리하여 블로그에 올리는데 그것 만으로도 한두 시간은 훌쩍 넘어간다. 시험준비는 핑계고 이런 베짱이 생활 시간표를 원한 것이라고 고백 해야 겠다. '공부', 뭐든 용서되는게 우리사회의 유교적 전통 아니었던가. 그러니 평일에도 헐렁하게 지낸다며 누가 물어볼 때 공부한다고 답하면 '한가하시네요' 대신 '대단하시네요'라는 소릴 듣는다. 남들 시선에 조금 신경 쓰지 않겠다곤 하지만 아직 수양이 덜된 탓도 있고, 뭔가 있는 척하고 싶기도 하다. 특히 영어와 수학이라니! 이 얼마나 어울리는 핑계던가. 그런 면에서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적당히 머리도 있게 태어 났고 의식주 걱정은 없으니 말이다. 앞으로 춥고 배고플 일이 전혀 없지 않겠지만 그건 그때 닥치면 따져볼 것이다. 그나저나 <어른의 수학> 강좌에 무보수로 라도 조교 시켜달라고 신청서를 보냈는데 답이 없다. 개강이 몇일 안남았는데, 떨어졌나? 다음주부터는 베짱이 시간표에 회사업무를 조금 가미해야 할 것이다. 메일 읽고 답변해 주고, 약간의 출장이 있겠지. 한동안 밀린 업무에 치일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은 생활의 기본요건이 충족 되었을 때 즐기도록 만들어 졌단다. 등따숩고 배부를 때 헐렁하게 살라는 말로 해석 했다. 공부가 제일 헐렁한 나는 새삼 행운아인 것을 느낀다. 그러고보니 벌써 점심 때가 다됐다. 뭘 해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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