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도 지나고 입동. 겨울이란다. 날이 제법 쌀쌀하다 못해 춥다. 창밖에 나무입들이 노랗고 붉게 물들었다. 괜시리 센치 해져서 집어든 "월든". 아름다운 인생을 사신다는 어느 신문배달 할아버지께서 "안읽어 봤으면 대화가 안돼는데.."라던 "월든". 그냥 미국판 귀촌기 정도의 느낌을 받았었다. 얼마전 어느 국내 유수 대학교수이자 은퇴한 지리학자가 썼다는 귀촌기를 읽고 "월든"을 다시 펼쳤다. 역시 평가받는 책이 다르긴 다르구나 하면서 말이다.
어쩌다 보니 집에 "월든" 번역서가 두권이나 있다. 원서로 읽어 보리라 맘먹고 있었기에 영문판도 있다. 어느덧 겨울이다 싶어 난방 편을 펴봤다. 제목, House-Warming 이 "난방과 집들이", "집에 불때기"로 각각 번역되어 있다.
첫 페이지를 보니 번역본과 영문 원본의 느낌이 다르다. 작가는 시월이 오면 강가 풀섶에 크랜베리를 따러 가지만 실은 보석 목걸이 처럼 붉고 아름답게 메달린 모습을 보는데 더 끌리는 모양이다. 농부들은 생각 없이 보석 같은 열매들을 푸대자루에 마구 쓸어담아 자연의 맛을 애호한다는 도회지 사람들의 고작 쨈 재료로 몇푼에 넘긴다며 아쉬워 하는 모습이 선하다.
번역본엔 a-graping 을 단어에 충실 했던지 모두 "포도" 따러 간다고 해놨다. "월든"호가 있는 지역이 "포도"나는 곳이 아닐텐데? "베리" 류와 "포도"는 다른거 아닌가? 우리도 이제 "크랜베리"라는 과실을 잘 알고 있다. 굳이 "월귤"이라고 번역해 놓으니 모르겠다. 본적도 없는 "월귤"이 붉은 보석처럼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크랜베리면 몰라도.
마구 풀섶을 베는 모습이 들소가 긴 혀로 거칠게 풀을 뜯는 모습을 표현한 것 같은데 번역은 무척 생경하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들소의 혀 못지않은 진미라니? 소 혓바닥 요리가 별미라고는 한다지만 글쎄, 소박한 자연주의자인 소로우가 소 혓바닥 요리를? 쌩뚱맞다. 대초원의 풀밭에서 들소의 혀를 긁어 모은다고? 아니면 진짜 미국 들판에는 들소의 혀가 잘려서 널렸던가. 원서로 읽고 싶어도 실력이 벅참에 너무 안타 깝다. 이번 겨울에 다시 도전 해볼까?
근데 "영문학자도 두 손 든 '월든'" 이라니... 기자님도 참....
http://book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8/22/20110822002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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