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6월 09, 2024

[양평집] 2024년 5월, 꿈을 되살린다는 기분은 넘나 좋으다~!

[양평집] 2024년 5월, 꿈을 되살린다는 기분은 넘나 좋으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지요. 봄 꽃들이 화려하고 풍성한 열음을 기대하며 꽃들이 활짝 피었습니다. 아름다운 우리말 싯구가 생각 납니다.

"곶 됴코 여름 하나니"

텃밭에는 감자 꽃과 완두콩 꽃이 피고,

 

아침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푸성귀와 딸기, 겨울을 이기고 알이 여물어 가는 양파,

 

화려해져 가는 마당의 꽃밭

 

꽃 가꾸기의 마지막은 장미라는데 역시나 우아함과 향기는 단연 최고입니다.

 

5월 내내 마당에 달콤한 향기를 가득 채워준 토종 으아리. 그리고 피기 시작한 수국

  

그윽한 향의 작약

  

매혹적인 저먼 아이리스와 클레마티스

 

시원한 자리를 찾은 앵두와 꼬리의 앉은 자세가 사람 같아 한바탕 웃습니다.

 


20여년전 혈기 왕성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반도체 설계를 업종으로 삼아 사업을 했더랬습니다. 그래봐야 후배 몇을 데리고 학교 창업 보육센터에서 시작 했는데 거의 1인 기업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나중에 후배들 월급도 못주는 사태에 이르러 2년여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사장이라는 사람이 장사는 안하고 맨날 자기의 궁금증 푸느라 밤을 샜으니 폐업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때 고생한 후배들을 생각하면 지금 생각해도 미안한 마음 가득 하네요.

그때 궁금 했던 것이 "FPGA 에뮬레이터"라는 것이었지요. 반도체 설계물의 검증장비인데 해외에서도 막 흥하던 분야이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설계물(Semiconductor IP)를 팔려면 검증여부를 물어오죠. 실제 반도체로 제작했다면 가장 좋은 주장이 되겠지만 한두푼으로 실현할 수 없습니다. 시뮬레이션 만으로는 고객을 설득하기 매우 어렵기에 FPGA를 써서 실제와 비슷한 작동을 보여줘야 했습니다. 시스템의 일부분인 IP의 검증을 위해 FPGA 실행 보드를 제작하기는 사실 칩을 제작하는 것 만큼이나 지난한 작업이 됩니다. 그래서 시뮬레이션과 FPGA를 한데 엮어 검증하는 기법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던 시절입니다. 외국 회사와 대학의 논문과 기술문서들을 입수하여 밤새 들척이며 PSCE(Poorman's Standard Co-Emulator)라는 것을 개발했습니다.

그때 우리나라는 한창 메모리 반도체에 열을 올리고 한쪽에서 그나마 시스템 반도체를 키워야 한다는 말만 무성 했었죠. 그런 환경에서 "코-에뮬레이터(Co-Emulator)"는 사업종목으로 무리한 것이었습니다. 외국에서 몇번 전화가 온것 말고는 국내에서 이해는 커녕 들어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궁금증과 꿈은 긴 숙면에 들어 갔습니다. 인터넷 저장소 Internet Archive에 그 시절 홈페이지가 보관되어 있군요. 다시 찾아보니 "감개무량" 하다는 말이 절로나옵니다.

https://web.archive.org/web/20020324043350/http://anslab.co.kr/

작년 여름부터 모교에 나가 학생들을 가르칠 일이 생겼더랬습니다. 그리고 마침 전자통신 연구소 ETRI에서  주도하여 학생들에게 칩을 제작해 주는 국가사업이 시작된다는 공고를 접하고 학생들을 독려하여 지원토록 했었습니다. 시골 촌부였다면 감히 손도 못내밀 일이었지만 "대학교수"라는 직함은 힘이 있더군요. 칩 제작 접수도 수월히 받아 주더군요. 게다가 20여년간 잠자고 있던 "반도체 설계 검증"의 본능이 깨어나는 계기가 될줄이야!


<지하은(경희대학교 4학년)이 설계한 칩. 공간이 남아서 그림을 넣어봤다.>

작년에 지원했던 학생들의 MPW 칩이 배포되어 테스트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습니다. 학교에 칩 테스트 장비가 있을리 없으니 만들기로 하고 궁리하던 중 어둠속에 잠자던 "에뮬레이터"의 아이디어를 되살리게 됐습니다. 세월이 지난 만큼 FPGA와 설계도구에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고가라 감히 넘지 못할 장벽 이었던 시뮬레이터, 컴파일러와 합성기가 이제는 무료이거나 오픈-소스로 널리 활용되고 있고 말썽 많던 FPGA도 성능이 일취월장 한데다 아쉽던 규모도 확장되었습니다. 가격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싸졌구요.

고물상자를 뒤져 그시절 만들었던 보드를 꺼내 봤습니다. 저 PCI 보드를 제작하는데 PCB 설계만 500여만원, FPGA는 개당 100여만원. 돈이 없어서 겨우 외상으로 부탁하던 서럽던 기억이 되살아 나는군요. PSCE를 부활 시키며 예전에는 사업으로 봤기에 조급했던 안목이 훨씬 넓어졌고 완성도 또한 매우 높아졌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니 그때 만들었던 제품 아닌 제품은 조잡했다는 생각마저 드는군요.

그간 반도체 설계에 기여한 수많은 오픈-소스 개발자들 그리고 잠자고 있던 반도체 설계의 본능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어준 "내 칩 MPW" 사업과 그 관계자들이 너무나 고맙습니다. 그래서 뭐라도 하려고 개발 자료들을 깃-허브에 공개해 뒀습니다. 그렇다고 PSCE(Poorman's Standard Co-Emulator)를 세상 사람들이 이해해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세월이 지나 여러모로 여유를 가지게 된 지금 오랜 꿈을 되살리게 되었다는 생각만으로도 너무나 좋습니다. 이 만족감이 조금 더 연장되길 기대합니다. 예전에 피었다가 진 꽃 마디에 이제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열매가 맺히려나 보다 하고 있습니다. 사업이 아닌 교육으로 그리고 취미로 말이죠.

 

아! 그리고 이웃나라 중국의 전자산업도 저의 즐거움에 한몫 했다는 점을 밝혀야 되겠군요. 올해 들어 이런 저런 부품이며 측정기들을 구입 했는데 벌써 백여만원어치가 훨씬 넘습니다. 어떤 부품은 약간 조악하긴 하지만 대체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특히 Gowin의 FPGA는 기대 이상입니다.

부활한 반도체 설계자의 꿈이 비 개인 오월의 하늘처럼 전도양양하길 기대하며!


수요일, 5월 15, 2024

중국 FPGA 벤더 "GOWIN Semiconductor"

중국 FPGA 벤더 "GOWIN Semiconductor"

FPGA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233억 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란다. 2022년 현재 가치규모는 204억 달러.

https://en.wikipedia.org/wiki/Field-programmable_gate_array
https://www.grandviewresearch.com/pres.../global-fpga-market
https://www.grandviewresearch.com/industry.../fpga-market

"내칩 MPW" 설계 플로우에 FPGA 에뮬레이션 검증과 칩 테스트를 끼워 넣기 위해 값싼 FPGA 보드를 검색하다가 GoWin Semiconductor 를 발견했다. 등장한지 이미 수년째 된 모양이다. GoWin Semiconductor는 중국 광저우에 본사를 두고 있다. FPGA 사업을 시작해서 중소 규모의 제품군들을 내놓고 있다. HDL 합성기를 비롯하여 배치배선과 디바이스 다운로더까지 자사 하드웨어 구조에 맞춘 일련의 설계도구들도 제공하고 있다. 오픈-소스 합성기 Yosys는 GoWin의 FPGA를 지원하고 있다. 성능이 괜찮은지 많은 유튜브 동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동영상에서 비춰지는 툴 들을 보면 꾀나 그럴싸 하다. 수년전의 알테라나 자일링스를 보는 것 같다.

https://youtu.be/aWm9pJ2KobA?si=Qw-OUSF4hKqlNERZ

GoWin의 FPGA를 사용한 개발 보드를 제작판매 하는 곳도 있다.

https://sipeed.com/

2만 3천개의 LUT, 1Mbit 블록램, PLL 6개에 DSP 블록까지 갖춘 FPGA를 사용 했는데 단돈 5만원이란다. 너무 궁금해서 주문을 넣어 놨다.

https://ko.aliexpress.com/item/1005006224593018.html

FPGA 사업을 하려면 칩은 물론, HDL 합성기를 비롯한 설계도구, 응용 및 개발보드 등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서도 우수한 구조와 빠른 속도를 자랑하며 프로그래머블 칩(CPLD, FPGA) 벤더가 생겼다 사라지거나 합병되기가 일쑤 였다. 한 CPU가 성장하려면 제아무리 우수해도 개발 체계(컴파일러, 개발 보드)와 응용 개발업체들이 달라 붙어야 한다. 요즘 흔히 말하는 고유의 산업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 "프로그래머블" 하드웨어인 FPGA 역시 그에 만만치 않은 엄청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엄청난 초기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엄두를 못내는 사업을 중국 그것을 해내고 있는 중이다. 무모하기조차 한 일처럼 보여도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고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엄청난 인력을 보유한 중국이니까 가능했으리라.

우리는 시스템 반도체를 해야 한다며 난리 법석이더니 이제는 주식전문가들 조차 나서서 인공지능 반도체를 해야 한다며 열을 올리는 중이다. 우리는 반도체 강국이라고 하지만 혹시 반도체 '공장' 강국은 아닐까? 자체적인 FPGA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가는 중국의 관련 회사들의 홈페이지를 보면서 부러움과 걱정이 교차한다.


월요일, 5월 06, 2024

[양평집] 2024년 4월, 얻어먹은 봄

[양평집] 2024년 4월, 얻어먹은 봄

촌에 내려와 살기 시작하면서 벌써 4번째 봄을 맞습니다. 봄이면 으레 두어가지 자랑꺼리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마당 여기저기 돋아난 봄나물 입니다. 방금 뜯어온 봄나물 부침개와 튀김이란 아마 도시에 살았더라면 평생 모르고 지났을 겁니다. 도시의 백화점 식품 코너의 이쁘장한 나물들이 실은 싱겁기 짝이 없다는 것도 몰랐겠지요. 매년 그렇게 봄나물 자랑이 이어졌더랬습니다.

2021년의 4월

 2022년의 4월

 2023년의 4월

올해도 봄나물 자랑을 늘어놓으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얻어 먹고(?) 말았네요. 이웃에서 나눠준 두릅은 튀겨먹고 역시 이웃에서 나눠준 오가피순은 무쳐먹고,

  

이웃이 본가에서 가져 오셨다는 엄나무순과 마당 한켠에서 키우시는 표고버섯은 무침과 숙회로, 그리고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말라며 슬쩍 나눠주신 쑥개떡은 쪄먹고,

 

모두 얻어 먹었노라며 봄을 넘기기 민망하여 뒤안을 살펴보니 참나무에 표고버섯이 달렸더군요. 머위도 올라 왔길래 학교갈때 머위쌈 도시락도 싸갑니다.

  

이렇게 얻어먹는 봄이 된 탓은 4년차에 접어드니 슬슬 시골살이에 꾀가 나서 마당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신기해 하던 마음이 흐려진 탓일 겁니다. 게다가 개강과 함께 주 이틀을 학교에 나가고 또 하루는 면에서 실시하는 문화강좌 중 연필소묘를 배우러 가게 되어 매우 분주해진 탓도 있구요. 재작년 문화강좌에서 기타를 배우려 했다가 코로나 유행병으로 중단된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악기는 운과 체질에 안맞나 봅니다. 이번에는 연필 소묘에 도전(?) 하기로 했습니다. 지난달에 시작해서 한학기 20주짜리 인데 벌써 8주차가 지났군요. 제법 그림이 되어가는지 지루하지는 않군요.

마당에 봄꽃들이 화려하게 피었습니다. 올해는 튤립의 기세가 좋습니다. 

  

 작년 초겨울 심은 알리움이 화사함을 더하고,

  

자리를 옮긴 수선화는 빈약하지만 무스카리와 돌단풍, 오색조팝나무가 조화를 이뤘고,

  

토종 앵초와 유난히 많은 꽃송이가 달린 등나무에는 왕벌들이 떼로 날아오고,

 

 철쭉과 어우러진 매발톱과 무늬비비추가 눈길을 끌고, 씨앗발아 4년만에 꽃핀 솔정향풀,

  

흰 목단도 우아하게 피고, 큰으아리꽃도 정원에 빛을 더합니다.

  

동네 벚꽃이 한창일 때 예기치 않게 베트남 출장을 다녀 왔군요.

  

KOICA의 해외 공적개발 원조(ODA)사업으로 베트남에 정보기술 대학(vku.udn.vn)을 세워 운영한지 십여년 되었다 합니다. 베트남 정부에서 최근 반도체 관련 산업과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하여 이와 관련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기에 살펴볼겸 출장을 다녀 왔습니다. 세번에 걸쳐 세미나를 실시했는데 열정이 대단하더군요. 반도체에 관한한 변방이라 여겨졌던 동남아와 남미 국가들에서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습니다. 제조와 공정에 치우쳐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오는길에 그곳 쇼핑몰에 들러 아침 샐러드 드레싱에 써볼 요량으로 소스들을 골라 왔는데 국내에 모두 들어와 있더군요. 새삼 하나된 지구촌을 실감 합니다.

  

텃밭에 겨울을 지낸 마늘밭은 고양이 방어망을 설치해 줬습니다. 작년에 마늘밭 사이에서 벌레가 움직이면 꼬북이가 들어가서 휘저으니 마늘대가 부러져 절반도 못되게 수확을 했던터라 올해는 미리 망을 쳤습니다. 한쪽이 벌써 망가진게 보이지만 효과가 있길 기대해 봅니다.  봄을 맞아 꼬꼬 오누이는 마당을 뒹굽니다. 흙을 잔뜩 뒤집어 쓰고는 거실로 들어와 간식을 달라고 소리치곤 합니다. 심지어 식탁이며 침대위까지 오르는데 막질 못합니다. 고양이는 이미 '귀여움으로 지구를 점령 했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앵두도 한가로이 봄볕을 즐기고 동물병원과 이웃이 주신 간식에 냥이들이 달려듭니다.

  

봄이라 하기엔 무덥고 벌써 여름을 알리는 소쩍새가 울기 시작했지만,그래도 봄은 역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