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집] 2024년 4월, 얻어먹은 봄
촌에 내려와 살기 시작하면서 벌써 4번째 봄을 맞습니다. 봄이면 으레 두어가지 자랑꺼리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마당 여기저기 돋아난 봄나물 입니다. 방금 뜯어온 봄나물 부침개와 튀김이란 아마 도시에 살았더라면 평생 모르고 지났을 겁니다. 도시의 백화점 식품 코너의 이쁘장한 나물들이 실은 싱겁기 짝이 없다는 것도 몰랐겠지요. 매년 그렇게 봄나물 자랑이 이어졌더랬습니다.
올해도 봄나물 자랑을 늘어놓으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얻어 먹고(?) 말았네요. 이웃에서 나눠준 두릅은 튀겨먹고 역시 이웃에서 나눠준 오가피순은 무쳐먹고,
이웃이 본가에서 가져 오셨다는 엄나무순과 마당 한켠에서 키우시는 표고버섯은 무침과 숙회로, 그리고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말라며 슬쩍 나눠주신 쑥개떡은 쪄먹고,
모두 얻어 먹었노라며 봄을 넘기기 민망하여 뒤안을 살펴보니 참나무에 표고버섯이 달렸더군요. 머위도 올라 왔길래 학교갈때 머위쌈 도시락도 싸갑니다.
이렇게 얻어먹는 봄이 된 탓은 4년차에 접어드니 슬슬 시골살이에 꾀가 나서 마당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신기해 하던 마음이 흐려진 탓일 겁니다. 게다가 개강과 함께 주 이틀을 학교에 나가고 또 하루는 면에서 실시하는 문화강좌 중 연필소묘를 배우러 가게 되어 매우 분주해진 탓도 있구요. 재작년 문화강좌에서 기타를 배우려 했다가 코로나 유행병으로 중단된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악기는 운과 체질에 안맞나 봅니다. 이번에는 연필 소묘에 도전(?) 하기로 했습니다. 지난달에 시작해서 한학기 20주짜리 인데 벌써 8주차가 지났군요. 제법 그림이 되어가는지 지루하지는 않군요.
마당에 봄꽃들이 화려하게 피었습니다. 올해는 튤립의 기세가 좋습니다.
작년 초겨울 심은 알리움이 화사함을 더하고,
자리를 옮긴 수선화는 빈약하지만 무스카리와 돌단풍, 오색조팝나무가 조화를 이뤘고,
토종 앵초와 유난히 많은 꽃송이가 달린 등나무에는 왕벌들이 떼로 날아오고,
철쭉과 어우러진 매발톱과 무늬비비추가 눈길을 끌고, 씨앗발아 4년만에 꽃핀 솔정향풀,
흰 목단도 우아하게 피고, 큰으아리꽃도 정원에 빛을 더합니다.
동네 벚꽃이 한창일 때 예기치 않게 베트남 출장을 다녀 왔군요.
KOICA의 해외 공적개발 원조(ODA)사업으로 베트남에 정보기술 대학(vku.udn.vn)을 세워 운영한지 십여년 되었다 합니다. 베트남 정부에서 최근 반도체 관련 산업과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하여 이와 관련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기에 살펴볼겸 출장을 다녀 왔습니다. 세번에 걸쳐 세미나를 실시했는데 열정이 대단하더군요. 반도체에 관한한 변방이라 여겨졌던 동남아와 남미 국가들에서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습니다. 제조와 공정에 치우쳐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오는길에 그곳 쇼핑몰에 들러 아침 샐러드 드레싱에 써볼 요량으로 소스들을 골라 왔는데 국내에 모두 들어와 있더군요. 새삼 하나된 지구촌을 실감 합니다.
텃밭에 겨울을 지낸 마늘밭은 고양이 방어망을 설치해 줬습니다. 작년에 마늘밭 사이에서 벌레가 움직이면 꼬북이가 들어가서 휘저으니 마늘대가 부러져 절반도 못되게 수확을 했던터라 올해는 미리 망을 쳤습니다. 한쪽이 벌써 망가진게 보이지만 효과가 있길 기대해 봅니다. 봄을 맞아 꼬꼬 오누이는 마당을 뒹굽니다. 흙을 잔뜩 뒤집어 쓰고는 거실로 들어와 간식을 달라고 소리치곤 합니다. 심지어 식탁이며 침대위까지 오르는데 막질 못합니다. 고양이는 이미 '귀여움으로 지구를 점령 했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앵두도 한가로이 봄볕을 즐기고 동물병원과 이웃이 주신 간식에 냥이들이 달려듭니다.
봄이라 하기엔 무덥고 벌써 여름을 알리는 소쩍새가 울기 시작했지만,그래도 봄은 역시 좋습니다.
와 삼촌 그림 그리기에 재능이 있으시네요!
답글삭제그런거 같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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