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9월 08, 2018

촌 사람이 됐다는 느낌이 들게한 엉치 통증(?)

촌 사람이 됐다는 느낌이 들게한 엉치 통증(?)

거의 삼십여년을 하루 열시간 책상 앞에 앉아서 지내는 생활로 인해 고질적인 엉치 통증을 얻었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다시 도졌다. 대개 몇일 앓다보면 없어지더니 이번에는 좀 오래간다. 지난주 좀 나아지나 했더니 이번주에 심해져서 진통제를 먹어야 잘 수 있었다. 결국 동네 의원에 가서 통증완화 주사까지 맞았다. 촌 의원이라고 기대없이 갔더니 제법 훌륭한 이층 양옥이다. 진료과목이 없는게 없다. 그중 가장 위에 적힌 과목이 통증 의학이다. 농사일에 고다픈 삭신에 진통제 한방 맞아 주어야 할 터이다. 초음파 진단기도 갖추고 있었다. 간호사 언니가 안정감 있게(?) 접수를 받고 머리 희끗한 선생님이 맞아준다. 어쩐지 자주 이용할 것 같은 느낌이 왔다.

삼년전 주말 별장을 구입 했을 때 나름 텃밭 농사를 하게 됐다며, 이제 푸성귀 걱정은 없을 거라며 잔뜩 기대 했었다 감자를 심어놓고는 싹이 언제 나오나 싶어 들 쑤셔보고, 풀씨가 다 내려 앉은 밭에 남들 하는 대로 멀칭을 해놨더니 멀칭 비닐 아래서 풀들이 더 잘자라났다. 별장에 갈때마다 바리바리 먹을 재로 싸들고 삼겹살 구워 먹고 놀기 바빴다. 한이틀 전용 펜션에 놀러가는 기분이었다. 말그대로 들르는 거였다. 주말에 하룻밤 머물다 오니 농사가 될 리가 없다. 키만큼 자란 풀밭에 들어가기 무서워(?) 손바닥 만한 텃밭이 줄어든다. 한겨울 지나 마른 풀밭 태운다고 엄하게 큰 불 낼뻔 한 적도 있었다.

한 이년쯤 지나니 슬슬 생활 문제를 겪게됐다. 전주인이 남겨놓은 취사용 가스가 떨여졌다. 이웃에 수소문해 가스 배달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도시에서 쓰던 전기오븐을 가져다 빵을 자주 구워먹었더니 전기세가 무려 오만원이 나왔다. 겨울에 물을 완전히 빼놓지 않아서 마당 수도 부동전이 터졌다. 봄 가뭄에 마을 공용 수도가 끊겨 물이 안나오기도 했다.

이제 삼년이 지났다. 올해부터 도시일에 타협하고 일주일에 나흘을 촌에서 지내고 있다. 여전히 아직 도시의 편한 생활에 젖어있긴 하지만 어지간 한 것은 스스로 한다. 밭을 간다고 열심히 삽질을 하고, 터진 수도 공사도 손수 했다. 동네 공용수도 펌프가 나갔다고 비상조치를 하러 물탱크에 올라가봤다. 철에 맞춰 씨뿌리고 모종도 사다 심고, 새내기 이웃이 오면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한마디 거들기도 한다. 이제 이동네 준 베테랑이다.

면에 나가 농협 마트 적립 카드도 만들고, 면 도서관 회원 카드도 만들었다.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되어 시동이 안걸리길래 보험사를 불렀더니 삼십분이내로 달려온다. 이웃에 벌에 쏘였다고 신고하니 119가 십분만에 달려온다.  이제 동네 의원까지 다니게 됐으니 비상상황 경험은 어지간히 해본 것 같다.



바쁘게 살던 도시인이 시골에 오면 심심하고 무료할 것이라는 이야길 많이 들었다. 막상 지내보니 철마다 푸성귀라도 제대로 뜯어먹으려면 텃밭농사도 바쁘다. 꽃도 그냥 피는게 아니더라. 마당 정원가꾸기도 녹록치 않다. 매끼니 식사는 대충 푸성귀 뜯어 고추장에 비벼 때워도 꿀맛이다. 올해 목표는 김장 담궈 마당에 김장독 묻기다. 내년 봄에는 고추장을 담궈볼까 한다. 시골에 오면 안테나 맘대로 칠거라며 기대 했는데 웬걸 농사짖기 바빠서 신호 내본적이 언재였는지 생각도 안난다. 밤에 별보기 할거라며 천문 돔을 지어볼 꿈은 어디로 가고 쌍안경 하나로도 즐겁다. 오토바이 타고 놀러다니려고 소형면허도 따놨는데 차량 구입도 못했다. 그냥 스쿠터라도 살까보다. 핀홀 카메라 만들기 목공도 시작 해봐야 하는데. 무료할 틈이 없다. 예정보다 일찍 시골생활에 익숙해져간다. 삼년만이다. 면사무소에 갔더니 주민등록지 옮기라고 종용이 대단하다. 그냥 못이기는척 눌러 앉을까보다.

그나저나 밭일도 몸을 많이 쓰는 일이니 삽자루 들기전에 준비운동을 해야겠다. 아침에 눈뜨면 이부자리에서 스트레칭도 필수다.

쑤시고 저릿한 허리-무릅-엉덩이 통증 어떻게 잡나?
http://hankookilbo.com/v/c4b6c58248144ada8484c12317b1bf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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