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기록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기가 후대에 전해지면서 그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역사적 자료가 되었다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거창한 역사적 의미는 제쳐두고 기록해 두면 나중에 그동안 뭐하며 살았나 싶을 때 개인적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취미도 개인 역사의 중요한 한 부분이기에 기록해 두기로 합니다.
천문관측 취미도 마찬가지 겠지요. 관측 대상을 좀더 자세히 볼 수 있게되고 이해하며 남들과 경험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이나 블로그 작성도 재미있게 됩니다. 물론 자랑 거리가 있어야 하죠. 바로 기록물이 필요한 겁니다.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가 워낙 흔해서 쉽게 기록할 수 있습니다. 기록도 쉽지만 버리기도 쉽죠. 수백장을 찍었는데 건질게 하나도 없다는 푸념이 나옵니다. 더 멋진 장면을 얻으려다 보면 취미에 대한 이해보다 장비 욕심이 깊어집니다.
천체 관측 기록 방법으로 스케치가 있습니다. 한 대상을 관측하고 기록하기 위해 수십분에서 한시간 가량 소요되죠. 쉽고 정확하게 대상을 얻을 수 있는 사진에 비해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고통 스럽습니다. 어디 내놓을 만한 그림을 그리려면 연습과 훈련이 필요할 테니까요.
천체관측 기록과 스케치 입문에 관한 여러 자료들이 있습니다. 재작년에 그중 두편을 한글로 만들어 둔 것이 있었는데 정작 스케치를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두운 관측 장소를 찾아가기 어렵고, 야외로 나간날 맑은 하늘이 아니고, 장비도 시원찮고 등등 이래저래 핑계가 많은 탓입니다.
http://goodkook.blogspot.kr/2013/09/astronomy-logs-and-sketch-primer-korean.html
http://goodkook.blogspot.kr/2013/09/introduction-to-astronomical.html
쌍안경을 꺼내들어 올해 첫 스케치를 해봤습니다. 90미리 굴절 망원경(C90GT NexStar)이 있긴 합니다만 베란다에 펼치기 번거롭더군요. 첫 스케치 M42 입니다. 오리온 대성운이라고 하죠.
스케치 양식은 제레미 페레즈 씨 것입니다.
Belt of Venus
http://www.perezmedia.net/beltofvenus/templates.html
스케치에 필요한 최소한의 도구는 HB, 2B연필, 찰필, 지우개 입니다. 이렇게 몇가지 막대를 한손에 쥐고 그림 그리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연필 몸통에 클립을 감고 자석으로 그림판에 고정하니 편리하더군요.
사진의 붉은 등은 에너자이져 독서등 입니다. 백색 LED등인데 천체 스케치용으로 사용하려고 빨간 네임펜으로 칠했습니다.
두번째 그린 대상은 M41 입니다. 찾기 쉽지않은 산개성단이죠. 시리우스를 정확하게 조준했다면 그로부터 바로 아래의 M41 산개성단도 찾기 수월하리라 생각 했죠. 희미한 심우주 대상을 금방 인지되지 않습니다. 정확히 조준했다는 "확신"을 가지고 그로부터 대상이 있음직한 위치를 인내심을 가지고 탐색해야 합니다.
시리우스 아래로 큰개자리에 속한 pi-15-17번 별의 삼각형이 보이고 그 옆, 왼쪽에 M41이 있습니다. "얼음에 새긴 개 목걸이"라고 하지만 막상 찾으려니 만만한 대상은 아니네요.
쌍안경을 보며 별 하나하나 찍다보며 외울 수 있을 정도 입니다. "관측 대상을 좀더 자세히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림 실력이 없더라도 계속 스케치하고 기록해 둬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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