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 별빛마을 서울캠핑장/연어 스테이크
주중 홀로 나들이에 재미 붙였습니다. 근무하다 짜증나면 그냥 떠나는 겁니다. 이러다 재미 붙이면 회사일도 등한 시 할 기세입니다.
이번에는 조금 멀리 나갔습니다. 횡성 별빛마을 서울 캠핑장.
서울시에서 산골 폐교에 캠핑장을 설치한 곳입니다. 버려진 폐교를 활용하여 휴양지도 만들고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될테니 서로 좋겠군요. 지역민 (혹은 귀촌인) 관리인을 두고, 매점도 운영 하네요. 시골에서 작은 가게 찾기 어려운데 캠핑장으로 어느정도 운영이 된다면 지역민에게도 도움이 되겠죠. 텐트를 비롯해 침구류는 무료로 제공된다고 합니다. 비용만 지불하면 음식 제공도 가능한 것 같습니다. 캠핑장비 무료제공은 올해 까지만.
"횡성 별빛마을 서울캠핑장"
서울시는 이런 캠핑장을 앞으로 20여곳 더 늘릴 계획이라네요. 횡성이 첫째, 올해 7월 19일 두번째로 포천에 개장 한답니다.
당일 예약은 않된다고 하길래 금요일에 예약해 두었습니다. 월요일 오전회의 끝나면 실질적으로 할일도 없을 것으로 예상되니까요. 주말은 북적대니 역시 주중이 좋겠지요.
드디어 월요일 (7월 14일) 오후 역시 한가합니다. 월요일에 손님 방문도 없고 오전 회의 끝나면 웬지 할일 다한 것 같잖아요. 사무실에서 횡성 캠핑장까지 약 154Km 정도 됩니다. 시간은 두시간 반 거리. 떠나는 겁니다.
단번에 도착했습니다. 텐트는 미리 설치되어 있더군요. 기증받은 텐트라는데 사시사철 설치되어 있으면 오래가지 못할 것 같더군요. 제법 이름있는 회사 제품인데 약간 바랜 듯 했습니다. 매년 기증 받을 수도 없을테니 내년부터는 무료제공은 어려울 것 같더군요.
일단 설치된 텐트만 사용 하기로 하고 타프만 따로 쳤습니다. 이제 타프 정도는 혼자 쉽게 설치합니다. 마치 캠핑 베테랑인 것처럼.. ㅎㅎㅎ
아마추어 무선사는 숙영지 앞에 안테나도 세워야죠. 수직 안테나도 단번에 설치 할 수 있습니다. 베테랑이 이니까요. 배경의 울창한 소나무 뒤로 주천강이 흐릅니다. 장소는 좋더군요.
무전기는 전자공작 카페의 자작기 EHB-1 입니다. CW 전용으로 출력은 3W 지만 세계를 누빕니다. 인터넷이 없어도 심심하지 않습니다.
"전자공작 카페"
http://cafe.daum.net/elechomebrew
캠핑 자리마다 화덕이 구비되어 있어 편리합니다. 그런데 일인용으로 불피우기엔 조금 크네요.
저녁으로 준비해간 연어 스테이크 입니다. 먹음 직 스럽죠. 지난번 고등어 구이에 비해 너무 퍽퍽하네요. 연어는 제외해야 겠습니다. 그래도 샐러드 소스에 야채랑 싸먹으니 맛나더군요.
떠나기 전 기상도를 보니 구름이 조금 끼는 것으로 예보 되었더군요. 캠핑장 이름이 "별빛마을"이니 은근히 은하수를 볼 수 있을까 기대 했죠. 밤 10시에 캠핑장 불을 모두 끄네요. 제법 주위가 깜깜합니다. 잘 노려보면 북두칠성(큰곰자리)이 보이구요. 아크두루스는 여전히 빛나고 있고, 초저녁에 스피카와 화성이 상당히 가깝게 붙어 있네요.
이날 캠핑장 야영객은 모두 3집 이었습니다. 어린 아이들도 있었는데 별이 뜨면 아는 체좀 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하늘보기 상태가 좋지 않네요. 아이들은 저녁먹고 스마트 폰 만지작 거리다가 잠들더군요.
자정 가까이 되니 그나마 별이 구름에 가립니다. 이제 세계인과 무전으로 만날 차례입니다. 아쉽지만 EHB-1/QRP 교신은 UA0 로 그쳤습니다. RST 589를 주며 출력이 얼마냐고 묻더군요. 의외로 강하게 들렸나 봅니다. 단파통신의 묘미죠. 가까운 일본 신호들은 잘 들어 오는데 QRN 이 심하다며 결국 교신까지는 못했네요. 3와트 무전기로 하룻밤에 세계일주는무리인가봐요. 하하하
집에서 먹던 2/3쯤 남은 포도주를 가지고 갔는데 초저녁 부터 야금야금 마시다 보니 빈병이 되었네요. 그냥 잤습니다. 캠핑 데크 바닥은 역시 편리합니다. 자충 공기 매트 하나 깔고 침낭이면 충분 했는데 베게를 안가지고 가서 쉽게 잠들지 못하게 되더군요. 잠자리에서 베게의 중요성을 실감 했습니다.
캠핑장의 아침 입니다. 교사 건물은 한동 짜리인데 예닐곱개의 교실이 있습니다. 탁구장도 있고, 나무 블럭 쌓기 놀이도 하게되어 있네요. 의자와 책상도 십여개 있어서 작은 세미나도 열 수 있겠더군요. 캠핑 자리 여러개 빌리면 모꼬지도 가능 하겠어요. 마당에는 약수터에서 봄직한 운동기구도 있구요
옆 자리에 온 가족은 아이가 둘 이었는데 저녁 먹고 아침 일찍 가더군요. 저녁이나 아침에 뭔가 재미있는 놀거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별볼일 없는 날 아마추어 무선은 애들에게 흥미를 끌지 못할까요?
아침 메뉴는 숙주 나물 라면입니다. 살짝 데친 숙주의 아삭한 맛에 대해선 말할 필요도 없죠. 아침 안개, 신선한 바람에 실려오는 소나무 향과 함께 했습니다.
한가한 캠핑장, 안락의자에 앉아 "우주의 끝을 찾아서" 다 읽고 짐쌌습니다. 이 책은 교양 서적이라고 합니다만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겠습니다. 우주는 너무 어렵습니다. 천문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해야 할까봐요.
"우주의 끝을 찾아서"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32316963
열시 반쯤 출발해서 사무실에 도착하니 열두시 반 입니다. 오후 일 마치고 퇴근 했네요. 평일 일박이일 캠핑이 슬슬 재미있어지려고 합니다. 맘속에서 자꾸 재미있는 짓을 따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