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9월 02, 2022

[양평집] 2022년 8월, '드라마틱' 한반도

[양평집] 2022년 8월, '드라마틱' 한반도


날씨 말입니다. 월초에는 잠들기 어려울 정도로 열대야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듯이 폭우가 쏟아 졌구요. 지난 몇년 동안 마을 입구에 있는 하천의 물이 무섭게 불어난 모습을 처음 봤을 정도였지요. 그러더니 처서가 지나고 월말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네요. 얇은 패딩 점퍼를 걸치고 나가야 할 정도로 쌀쌀합니다. 이달부터 이런저런 고지서를 받아보니 진짜 '백수'의 느낌이 피부로 느껴집니다. 올해 팔월은 날씨만큼이나 인생살이도 '드라마틱' 해졌습니다.

 

비가 그치고 나온 파란하늘을 보며 심란한 마음을 털어봅니다. 아침의 파란 하늘에 반해 시골로 내려오게 된 결정적 요인중 하나였었지요. 

이제 한여름이 지나 오후 해그림자가 길어지고 붉은 노을이 집니다. 일부러 쳐다보지 않아도 이런 하늘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연일 장맛비에 화단의 꽃들이 다 물러 버렸구요. 이제 가을 꽃들이 피어나겠지요. 대문을 들어서면 무성한 사초가 반깁니다. 크게 기대하진 않고 몇년전 물가에 심어진 것 몇 촉을 얻어다 심었었는데 이젠 무성히 자라 마당에서 한자리 하고 있군요.

 

텃밭에서는 열심히 채소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텃밭논사가 젬병이라 제대로 살펴주지 못해도 알아서 자라고 뻗고 있군요.

 

아침 식탁을 채워주는 채소들, 그리고 주인닮아 제멋대로 자라난 호박. 저거 호박 맞습니다.

 

텃밭 채소는 좋은 식재료가 되어 줍니다. 호박을 채썰고 지난 하지 때 캔 감자를 갈아 전을 부치면 맛난 맥주 안주가 되지요.

가난한 전원 생활자의 식단은 건강으로 가득 합니다.

 

포도알이 달리긴 하랴 의심했더니 보란듯이 달렸구요.

 

처서가 지난 몇일 후 김장 배추 모종을 심었습니다. 예년에 비해 일주일 가량 서둘렀습니다. 올해는 배추속이 제대로 차길 기대하면서. 무우 씨를 뿌렸는데 몇일 만에 바로 싹을 틔우는 군요.

 

아침마다 현관 문을 열면 고양이 녀석들이 밥달라고 졸라 댑니다. 저 얼굴을 보면 외면하기 어렵죠.

 

비갠 밤하늘은 더욱 청명하죠. 더위가 가신 밤, 마당에 나서 여름 별자리들을 봅니다. 천정에 여름의 대 삼각형,백조-거문고-독수리가 밝게 빛납니다. 장마비 때문에 페르세우스 유성우를 볼 수 없었던 아쉬움을 달래줍니다. 

밤이 깊어지면서 가을 별자리들이 동쪽 하늘에 보이기 시작 하네요. 카시오페아와 페가서스

 

이번달에는 우주개발과 천문 관측과 관련하여 여러 사건들이 있었죠. 지난 6월 국산 우주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된데 이어 달궤도 탐사선 '다누리'가 비록 외국의 로켓에 실리긴 했지만 순조롭게 달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은 소행성이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반사경 하나에 손상을 주었지만 관측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거라고 합니다. 천문관측 기술이 발달하면서 엄청난 관측 자료들이 쌓이고 있답니다. 이 많은 자료들을 사람이 일일이 분석하기는 곤란하니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동원 될거라고 하네요. 40년전으로 돌아가 전공을 선택하라면 물리학 대신 아마 천문학을 고집했을 겁니다. 물론 지금와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컴퓨팅 관련된 일을 해왔기에 이쪽 분야는 자신있어서 드는 생각일 테지만요. [ 인공지능이 바꾸는 천문학의 미래 ]

이번달 종이공작은 F-18 호넷 입니다. 탑건:매버릭을 조만간 봐야 겠군요.

종이 공작은 잠시 쉬고 이번 가을엔 아마추어 무선과 전자공작에 심취해 보려구요. 한가지만 계속하면 물리잖아요. 취미를 시즌제로 해볼까봐요.

버그키를 연습하던 중 사이드-스위퍼 쿠티 키(Side-Sweeper Cootie Key)에 매력을 느껴 자작했습니다. 쿠티 키는 간단하면서 손목으로 전자 키어의 느낌을 줍니다. 게다가 전자키어에서는 줄 수 없는 개성을 갖게 합니다. 쿠티 키가 뭐냐면.....

텐션 바와 접점은 2.5mm 구리선에 몸체는 포맥스 입니다. 만드는데 두어시간 걸렸군요. 아무래도 구리선 텐션바의 탄력이 약해서 접점 채터링이 생기는군요. 민감한 트랜지스터 스위칭 회로를 채용한 최신 무전기에는 접촉 노이즈가 있어서 별로지만 오래된 무전기의 둔한(?) 진공관 그리드 스위칭에서는 쓸만 합니다.

 

디지털 스완

'Swan'은 아주 오래된, 그러니까 약 50여년전에 생산된 진공관식 무전기 입니다. 한 팔구년전에 모 동호회에서 중고로 구입했었습니다. 그냥 장식용으로 구입하게 됐는데 크게 손보지 않아도 잘 작동해 주었습니다. 운이 아주 좋았던 거지요. 이 무전기는 음성교신에 힘을 준 것이라 전신 운용에는 불편해서 잘 사용하지 않고 있었지요. 이제 나처럼 늙어가는 게 보기 싫어서 최신 기능을 더해 주어 주전으로 뛰게 해보겠다는 의지가 발동 하더군요. 그리하여 이것저것 디지털 기능을 더해 주었습니다. 말그대로 아날로그식 다이얼 눈금에서 숫자판을 달아 준 겁니다.

- VFO 디지털 디스플레이

- 종단관 온도 감시 및 방열 팬 제어

- 일렉 키어/수신음 스펙트럼 모니터

- 수신음 능동 필터/증폭 스피커

다시는 무전기 뚜껑 안열어 보겠다던 다짐을 파기하고 열었습니다. 역시 열지 말았어야 했어요. 어질어질 하네요. 일단 진공관 회로는 잘 모르니 손대지 말고, 사실은 진공관의 고전압이 무섭다는..., 부가장치를 더할 지점에 연결선을 뽑아내고 닫았습니다. 그리고 회로 꾸미기 시작. 다행히 예전에 전자공작 카페에서 구입해둔 키트들이 있어서 조립하고 몇가지는 새로 만들었습니다. 

 

뭐 별거 한다고 책상이 저리 복잡하게 되는지 모르겠군요. 뒤죽박죽이 된 사이에서 부품 찾으랴 공구 찾으랴 사실 실제 작업시간 보다는 찾아 헤메는 시간이 길죠. 제아무리 한가한 백수라지만 '짜증 지대로'가 아닐수 없어요. 지금은 살림집 한켠에 더부살이 중 입니다만 아마 내년에는 널널한 공간에서 넓은 작업대를 펼칠 꿈에 부풀어 있어요. 놀이공방을 꾸릴 준비 중 입니다. 그때 쯤이면 놀러들 오시라고 초대 하겠습니다. 철마다 심심하지 않을 겁니다.

꽤나 알려진 어느 유튜버의 사연이 관심을 끕니다.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 했다며 무척이나 고무되어 있길래 짐심어린 박수를 보냈었지요. 내심 오래 갈까 싶기도 했지만요.

아쉽게도 넉달만에 문을 닫았다네요. 이런저런 경험담을 알려 주는데 '나의 놀이터'를 장만하는데 참고가 되었습니다.

사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소위 '가성비'가 가장 큰 이유였을 겁니다. 말로는 공간 유지에 월 백여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비해 그만한 만족을 얻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이분도 유튜브 영상를 제작 하시는데 재미는 있지만 큰 함정이 있어 보입니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컨텐츠 마련이라는 부담은 피로를 높이고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죠. 수많은 가짜와 허위 그리고 억지 동영상을 많이 보게되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한때 직장인들 사이에 '다 때려치고 농사나 짓겠다'며 자조 했었지요.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 '다 때려치고 유튜브나 해보자'라고 하나봅니다. 놀기로 했으면 그냥 놉시다. 때려치고 놀기로 작정했을 때 냈던 용기가 희석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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