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3월 31, 2022

[양평집] 2022년 3월, happiness(행복)의 동의어는 satisfaction(만족)

[양평집] 2022년 3월, happiness(행복)의 동의어는 satisfaction(만족)

3월들어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습니다. 영남지방에 큰 불이 있어서 비를 기다렸는데 제때에 내리질 않아서 진화에 큰 도움은 못되었다 하더군요. 70년대 산림녹화 덕에 강산이 푸르럿다 지만 무단통치 시절이라 무조건 나무심기에 급급했고 그나마 임도조차 관리가 안되어 진화에 큰 어려움이 있다 하네요. 집 주변에 야트막한 동산의 능선을 따라 임도가 나있긴 한데 너무 우거진 탓에 막상 들어가려니 겁이 납니다. 동네 분들이 산에가서 버섯도 따오고 나물도 캤다는 이야길 들으면 그저 부러울 따름 입니다. 귀촌 하면서 기대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자연과 벗삼아' 일텐데 아직 도시의 겁쟁이 티를 벗으려면 멀었군요.

겨울이 그냥가기 아쉬웠던지 올 3월도 예외없이 함박눈을 내려주고 갑니다. 작년에도 그리고 재작년에도 3월에 눈이 내렸었지요. 눈이 그칠세라 아침으로 냉큼 컵라면을 준비해 마당의 파고라에 나갔습니다. 갓 볶은 콩을 갈아 내린 커피를 마시며 봄 설경을 즐깁니다.

 

제아무리 겨울의 뒷끝이 있다지만 봄기운을 이길 순 없습니다. 제일 먼저 얼굴을 내밀었던 크로커스는 눈발 속에서도 의연하네요. 중순을 넘어가자 연일 낮기온이 십여도를 넘게 오르고 꽃눈들이 살아 나옵니다.

  

보라색 크로커스, 목단, 팬지 

 

튤립과 수선화는 며칠 후면 꽃을 피울 기세 입니다.

 

아랫마을에는 산수유 꽃이 제법 만개 했던데 우리집 마당의 산수유는 이제야 눈을 뜨고 있네요. 집이 약간 지대가 높아서 그런지 온도차가 조금 나는가 봅니다. 아주 작은 기온차이에도 식물이 자라는 모습에 차이가 나는걸 보면 자연의 섬세함이 놀랍군요. 지구 온난화에 많은 걱정의 소리를 듣습니다. 이렇게 섬세한 자연을 잘 지켜 나가야 할텐데요.

산수유, 명자나무

 

매화, 라일락

  

돌틈 사이로 얼굴을 내민 돌단풍과 앵초를 보니 여지없이 봄입니다.

  

할미꽃과 작약

  

경칩이 지났다고 빗물 받아둔 그릇에 개구리가 나타나 헤엄을 치고 있네요. 고양이 녀석들이 물어다 놀까봐 얼른 풀어 줬네요. 아침이면 새들이 짝을 찾는지 지저귀기 시작 했습니다. 봄날 아침의 상쾌한 공기과 더불어 귀도 즐겁게 해주는 새들을 위해 모이대를 만들어 줬더니 곤줄박이, 박새, 물까치 들이 날아와 먹고 갑니다. 얘네들이 먹는 땅콩도 제법 들어가네요. 

 

지난 가을 묻어둔 마늘쪽이 백여개 됐더랬습니다. 겨우내 덮어 두었던 비닐을 걷어주니 마늘 싹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올라 옵니다. 미리 씨앗을 뿌려 뒀던 상추와 시금치도 싹이 올라왔습니다.

 

마당 주변에 여러가지 나물들이 자라나고 있는데 손가락만한 싹들이 올라왔길래 염치 불구하고 뜯었습니다. 쪽파, 산마늘, 당귀, 달래, 명이나물, 두메부추, 미나리, 돌나물, 참나물, 방풍나물,시금치, 상추, 머위까지 꽤 여러 가지입니다. 누가 볼세라 얼른 봄나물 비빔밥을 해먹었는데 누가 숟가락 들고 덤빌까봐 몰래 먹길 잘 했다 싶습니다. 그나저나 김장김치는 마지막 통을 비웠더니 아쉽습니다.

 

이웃에서 봄꽃을 사오면서 히야신스를 나눠 주셨습니다. 창가에 뒀더니 만개했네요. 히야신스 두송이에서 품어져 나오는 향기가 온 집안 가득합니다. 화학성분 가득한 방향제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지난달에 뉴질랜드의 ZL1HJ Mick 씨로부터 받은 아마추어 무선 교신 증명 카드(QSL Card)에 회신을 못해서 전자우편을 보냈더니 답신을 보내왔습니다. 올해로 78세로 손주 손녀들을 둔 다복한 할아버지 햄 이시라고 합니다. 요즘은 단파대 하이밴드에서 해외 원거리 신호들이 제법 들어오고 있어서 덩달아 취침 시간이 자정을 넘기곤 하네요.

 

농한기 동안 한대 정도 종이공작품을 만들려고 했는데 한대 더 만들게 됐습니다. 3월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에 실망하여 마음을 달래려고 다른 집중할 곳을 찾다보니 그리 되었군요. 이번달 내내 만든 만든 작품은 P-51 머스탱 입니다.

2차대전 때 B-17 폭격기의 호위 업무를 수행해서 명성을 떨쳤고 한국전쟁에서도 제 역할을 했다는 비행기 입니다.

  

'취미'는 시골생활을 무료함을 달래는데 아주 유용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이들어 가면서 심신을 다독이는데 꼭 필요한 요소일 겁니다. 티브이 프로그램으로 방영 됐던 세 할머니의 시골살이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탓에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문화강좌가 열리지 못하니 소규모 '취미' 활동을 자체적으로 하시는 것을 보니 행복해 보였습니다.

행복한 삶이란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라고 새삼 깨닫게 됩니다. 잔뜩 찌푸린 채  '불만족'을 늘어 놓으면 '불행복' 할게 뻔하잖아요. 그나저나 '할머니' 모임이 대부분인데 '할아버지' 취미모임은 없는 걸까요? 다들 잘났고 소싯적 한가닥씩 해봤으니 자존심이 세서 모이기만 하면 우격다짐이 다반사라 그렇다 하는 이야길 듣습니다. 그렇다고 소파에 누워 티브이 리모콘 누르기로 전락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임도를 따라 걷다가 하늘이 탁 트인 곳을 발견 했습니다. 별보기에 만족스런 장소입니다. 별보기는 저의 또다른 취미입니다.


[종이공작] P-51 머스탱

 [종이공작] P-51 머스탱

일년에 한개씩 만들어 보기로 했는데 올해 삼월은 잔인했습니다. 아직 봄이 오지 않았으므로 종이공작으로 잠시 한눈을 팔아 보기로 합니다. 전개도가 십여장에 불과해서 간단하게 보고 시작 했는데 상세함이 상당 합니다. 완성을 보기까지 꼬박 삼월 한달이 걸렸습니다.

자잘한 부품들이 많습니다. 특히 바퀴 수납부에 격벽이라든가 경첩과 유압 실린더 같은 것들이 구현 되어 있는데 이런 섬세함이 종이공작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12기통 엔진의 배기구 덮개와 배기관만 해도 24조각을 오리고 둥글게 말아서 붙입니다. 날개와 동체의 연결 보강 부분 역시 둥글게 구부리고 붙인 후 다듬어 줘야 합니다. 종이공작의 매력이자 단점이 다 드러납니다. 이어 붙이는 틈새가 없이 오려붙이기는 쉽지 않아요. 크기가 불과 2~3밀리미터 밖에 되지 않는데 세밀함은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지만 오려서 붙이는 것은 알아서들 하라는 뜻인가 봅니다.

조종석 내부 모습도 그런대로 상세합니다. 조준기에 십여개 부품들이 들어 갔습니다.

크기가 불과 2~3밀리미터 밖에 되지 않는데 세밀함은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지만 오려서 붙이는 것은 알아서들 하라는 뜻인가 봅니다.

P-51이 B-17의 호위기로 명성을 떨쳤다고 하길래 연출 아닌 연출을 해봤습니다.


화요일, 3월 01, 2022

[양평집] 2022년 2월, "취미생활" 농한기 지루함을 현명하게 넘기는 방법

[양평집] 2022년 2월, "취미생활" 농한기 지루함을 현명하게 넘기는 방법

2월 초에 함박눈이 두어차례 내리고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는 한파 주위보까지 떳더랬습니다. 하지만 입춘을 넘기자 봄을 부르는 비까지 내리는 것을 보면 절기의 변화는 말릴 수 없네요. 달력을 보며 내년이면 환갑이라니 제발로 찾아오는 봄이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외로움'은 찬바람보다 무섭다고 하더군요.

사실 귀촌하면서 취미를 여러개 가졌으니 심심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크게 들진 않았습니다. 워낙 정적인 사람이라 어울려 운동같은 야외 활동을 즐기진 않고 '책상에 오랬동안 앉아있기'라던가 '손발 놀리기' 같은 쪽의 취미를 가지게 됐지요. 책상물림 답게 공부하기, 독서하기, 블로그 글쓰기, 그리고 밤하늘 별보기는 연중 내내 텃밭 가꾸기와 함께하는 시간 보내기 입니다. 겨울들어 마당일이 줄어들어 늘어난 시간을 죽이는 취미로 종이공작(페이퍼 크래프트)과 아마추어 무선(HAM Radio) 입니다.

[취미1: 종이공작-비행기종이공작-건담]

종이 공작은 종이에 인쇄된 전개도를 오리고 붙여서 입체 모형을 만드는 겁니다. 복잡한 도면은 2~30 쪽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10여쪽 가량 됩니다. 백여개에 이르는 종이 부품을 오리고 붙여야 해서 완성을 보려면 두어달쯤 걸립니다. 물론 성질이 급하면 단숨에 해치울 수도 있겠으나 그리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요. 이번 겨울에 만든 작품(?)은 F-4E 전투기 입니다. 동체는 작년 봄에 대략 조립해 뒀었고 농번기인 여름과 가을동안 묵혀 두었다가 다시 꺼내서 올해 1,2월에 완성을 봤습니다. 

[취미2: HAM Radio]

공업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아마추어 무선이라는 취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70년대 후반 쯤인데 반공이념이 공고했던 시절이라 무선 통신이라는 취미가 만만치 않았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80년대에 이과계열 대학을 다니면서 무전기라는 것을 다뤄봤고 마침내 자격증도 따고 무선국도 차릴 여유를 가졌지만 인터넷과 휴대전화 탓에 멀리하게 되었었지요. 그래도 선망하던 취미였던 만큼 무선국을 차려놓긴 했습니다. 귀촌하면서 도시에서 꿈꾸지도 못했던 단파대역 안테나도 세워보리라 했지만 마음이 멀어진 터라 겨우 수직 안테나 한개 세워놨을 뿐입니다.

유튜브에서 귀촌 후 최고의 취미라는 이야기를 보고 생각나 간만에 무전기를 켰습니다. 음성 교신보다 모르스 교신을 합니다. 눈코 다 베어갈까 싶이 바쁘게 변하는 21세기에 모르스 교신이라니요! 신기술과 신문물 조금 거리를 두자고 마음먹고 귀촌을 택한 이상 느리게 가기로 합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교신 증명하는 카드를 받았습니다. 뉴질랜드에 사시는 분인데 햄 한지는 40년 되었고 한동안 안하다가 다시 시작 했다고 하네요. 손편지 엽서를 보내왔는데 비뚜르한 글씨체로 봐서 꽤 연세가 드신 분 같았습니다.

[반려묘]

작년말에 새끼 길고양이 두마리가 거실로 들어와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두달이 지난 지금은 아주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중성화 해주었습니다.

열심히 뛰다가 화분을 자빠뜨리는 말썽을 일으키기도 하네요. 햇볕이 좋길래 문을 열어 줬더니 마당으로 냅다 뛰더군요. 봄이 와서 따뜻해 지면 마당냥이로 진출 하게 될 것 같군요.

월말 들어 볕이 따듯하니 슬슬 새싹들이 올라 오려나 봅니다. 작년 월기를 보니 3월 10일쯤 크로커스가 꽃을 피웠더군요.

산책길에 만난 나무에도 연한 녹색빛이 드는걸 보니 곧 눈이 트이겠군요.

월말 들어 두차례 봄을 부르는 비가 내리고 마당이 녹았습니다. 봄기운이 들려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