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7월 04, 2016

평행사변형 쌍안경 가대(Parallelogram Binocular Mount) 자작

평행사변형 쌍안경 가대(Parallelogram Binocular Mount) 자작

별보기 좋은 계절입니다. 들에 나가 고기 궈먹던 숯불이 사그러들 때 쯤 문득 올려다 본 밤하늘, 별이 총총 하겠죠. 별자리를 찾아보기에는 맨눈으로도 충분 합니다. 혹시 쌍안경을 가지고 있다면 밤하늘을 올려다 보세요. 검은 밤하늘에 소금을 흩뿌려 놓은 듯한 수많은 별들의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쌍안경을 통해 보면 맨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많은 별을 볼 수 있습니다. 별이 참 많구나 할 겁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은하 내의 성운과 성단들, 외계은하를 우연히 발견할 수도 있을 터지요.

성운이나 성단, 은하를 찾으려면 시간을 두고 주의깊게 노려봐야 합니다. 쌍안경을 손으로 받혀 들고 보기엔 상이 심하게 흔들려 한 지점을 겨냥하긴 어렵죠. 그래서 삼각대 위에 고정 시켜 놓곤 합니다. 삼각대에 쌍안경을 장착하는 도구를 비노-어댑터(Binocular Adapter) 혹은 비노-홀더(Bino Holder)라고 합니다. 쌍안경을 구입하면 딸려오는 경우도 있고 따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지상 목표물을 관찰하거나 새를 관찰할 때도 사용하죠. 비노-홀더만 가지고 머리위의 천체를 관찰하기엔 어려움이 많습니다.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 희미한 천체를 광학기기를 통해 찾아보려면 끈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엉거주춤 한 자세로는 하늘을 오랜 동안 살펴보기 어렵죠.

천정을 겨냥해 놓은 쌍안경의 시선을 맞추려고 고개를 하늘로 쳐들려면 삼각대에 바짝 붙어야 되는 데다 높이도 맞지 않아 자라 목이 되기 쉽상이고 허리도 아풉니다. '얼차려'를 연상시키는 이런 자세로 1분은 커녕 10초도 유지하기 곤란 합니다.



별보기를 즐기려면 "끈기"가 필요합니다. 끈기있게 하늘을 보려면 "편안한 자세"여야 하겠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여러가지 도구를 고안해 냈습니다.

어깨에 걸기도 하고,


솜씨좋은 배관공은 편해보이네요.


바닥에 거울을 놓아 하늘을 내려다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Binocular Mirror Mount). 하지만 특정 위치를 조준하기에는 상당히 숙련되어야 겠네요.


그외, 흔히 사용되는 평행사변형 쌍안경 가대(Parallelogram Binocular Mount)라는 것도 있습니다.



좀더 편안한 자세로 하늘을 관측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천정을 보는 중인데 편안해 보이죠?


평행사변형 쌍안경 가대는 기성 제품이 있네요. 오리온 사의 파라곤 플러스(Orion 5379 Paragon Plus Binocular Mount)라는 제품입니다. 삼각대를 포함해서 270달러 가량 하네요.



구입하려고 했더니 미국 제품으로 해외로 배송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구매대행 업체를 경유하면 무려 50만원 가량 든다네요. 배송비와 기타 비용을 고려하면 이해 못 할 정도는 아닙니다 만, 비싸다는 생각에 자작의 기운이 동 하였습니다. 까짓거 하나 만들면 되지.

골격은 알루미늄 각관을 이용하기로 합니다. 20x20mm에 두께 3mm 알루미늄 각관  입니다. 1m 길이로 파는데 개당 11,400원 입니다. 원하는 길이로 재단해 준다는 군요.

70cm x 2
15cm x 4
100cm x 1

고정 모서리는 알루미늄 프로파일 조인트를 사용했는데 안성 맞춤이군요. 삼각대 헤드 부분의 카메라 고정용 볼트 규격은 3/8"와 1/4"이 있습니다. 가대의 무게를 고려하여 3/8" 굵게 뚫었습니다.



쌍안경 고정은 카메라용 볼-헤드(Ball Head)를 사용 합니다. 중형 20x80급의 쌍안경을 고려해 묵직한 것이 좋겠지요.



제가 가지고 있는 볼-헤드는 패닝 기능이 없습니다. 그리고 조임쇄가 지렛대 모양으로 되어 있는데 이왕이면 스크류 방식이 좋겠더군요. 하늘을 탐색하기 위해 풀고 조일 때 한결 부드럽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찾아본 것은 국내 H사의 TM-CX6 모델인데 묵직한 크기에 패닝 기능이 있습니다.



삼각대는 집에 한 두개 쯤 있을 텐데요. 만일 새로 구입해야 한다면 튼튼한 것이 좋겠죠. 카본 삼각대가 좋긴 하지만 좀 비쌉니다. 위의 사진에 보는 삼각대는 C-3540V Pro 라는 제품인데 가장 굵은 부분의 직경이 20mm 가량합니다. 가격은 30만원 가량 하네요. 방송용 삼각대도 있는데 가격은 20만원 쯤 합니다.



10만원 대의 철제 삼각대도 튼튼하겠더군요. 국민 삼각대라고 하는 SLIK PRO 330DX도 이정도 쌍안경 가대 올려놓기에는 충분 합니다. 카메라 삼각대는 대개 팬-틸트 헤드와 함께 판매하는데 헤드 없이 사면 좀더 저렴합니다. 헤드 없이 삼각대만 약 6만원 가량 하네요. 2015년 출시제품 부터 헤드의 볼트가 3/8"와 1/4" 겸용이라고 하니 꼭 확인 합니다. 헤드의 볼트는 3/8"여야 쌍안경과 가대 올려 놓을 만큼 튼튼 합니다.

무게 추는 생수 물병을 이용합니다. 겨울에는 얼테니 아령이나 덤벨 추를 사다 달면 되겠죠.


자작한 평행 사변형 쌍안경 가대, 접어서 들고 다녀도 크게 부담은 없겠습니다.


제작비용을 대략 산정해 보니,

1. 알루미늄 각관, 20x20x3t, 3개: 3만 5천원
2. 프로파일 직각 조인트, 55x60, 2개: 2천원
3. 알루미늄 덧댐 판, 55x60x5t, 2개: 1천원
4. 볼트,M6-30, 16개: 1천원
5. 볼트, M6-70mm 4개: 1천원
6. 나비너트, M6 4개: 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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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대 자작가격: 약 4만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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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볼-헤드, TM-CX6, 5만원:
8. 삼각대, SLIK Pro 330 DX: 6만 5천원

제작은 드릴 구멍 내기와 볼트 조이기로 반나절 거리 입니다.

요즘 장마철에 접어들어 구름이 잔쯕하니 별 볼일이 뜸해 아쉽군요. 이삼주 후, 맑은 하늘을 기다려 봅니다. 여름 내내 M13 허큘리스 대성단이 머리위에 머물겠습니다. 이번에 만든 쌍안경 가대 덕에 편안한 별보기가 될 것이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습니다.


* M13은 허큘리스자리에 위치한 별 집단(성단) 입니다. 약 30만개의 별들이 공모양으로 모여있는 구상성단(globular Cluster) 인데요. "대"성단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나마 지구에서 가깝게 자리하고 있어서 크고 밝게 보이는 겁니다. 아주 칡흑같은 밤에는 맨눈으로도 보였다고 합니다만 현대의 빛에 오염된 밤하늘에서는 어림 없죠.

"대"성단 이라고 해서 이렇게 보일거라고 상상하면 실망할 겁니다. 별 하나하나를 셀수 있을 정도로 아주 정밀한 이 사진은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찍은 겁니다.

Credit: ESA/Hubble and NASA


지구상에서 80mm 굴절 망원경으로 찍으면 이렇게 보입니다. 감도 좋은 카메라에 노출을 길게 줘서 찍은 것으로 눈으로는 보는 것과 차이가 아주 크죠.


쌍안경으로 보면 어떻게 보일까요? 천체 스케치로 유명한 Rony 씨가 8x56 쌍안경으로 보며 그린 허큘리스 대성단 입니다. 위의 사진을 90도 시계방향으로 틀어서 비교해 보면 주로 밝은 별들이 관측된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가운데 솜털 만하게 "대"성단 입니다. 어떤가요? 에게게... 이게뭐야?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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