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7월 02, 2023

[양평집] 2023년 6월, 재취업?!

[양평집] 2023년 6월, 재취업?!

일년여 만에 출근하게 됐습니다. 모교에 계시는 선배님의 권유로 대학에 나가게 되었지요. 현대생활이 여러모로 다변화 하다보니 다양한 직업군에 다양한 직종이 생겨났죠. 대학교육에 종사하는 직종도 아주 다양해 졌더군요. 전에는 전임교원과 시간강사 쯤으로 크게 나눠 졌었지요. 요즘은 다양한 형태로 교원을 채용하더군요. 기말 고사가 끝나는 시점에 비전임 교원을 채용한다길래 의아했었는데 많지는 않지만 매월 급여를 주면서 의무 수업시간이 없는 교원으로 채용 됐습니다. 그냥 앉아서 월급 받기가 미안해서 주간 두세번 분위기 파악(?) 하느라 출근 했습니다. 워낙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분야를 정규 수업시간에 다 따라 잡을 수 없으니 실무경험을 학생들에게 나눠 달라는 뜻으로 이해 했습니다. 반도체 회로설계와 관련하여 관심 있는 학생들을 모아 방과후 학습반을 꾸리고 기업체 탐방도 지도하는 그런 임무인가 봅니다. 1년짜리 계약직인데 '현장 실무 조교' 쯤으로 이해하였습니다.

첫 출근 해서 실험실을 살펴보니 각종 계측 장비들이 유명회사의 고급 장비들 이더군요. 그중 몇대는 정년퇴임하는 어느 교수님의 연구생들이 쓰던 중고라고 합니다. 그래서 1년간 수업을 위해 빌려 쓰려고 합니다. 전에 읽었던 "랩걸(Lab Girl)"이 생각 나네요. 남이 쓰던 장비를 얻어다 세계적인 연구실을 꾸렸다는 어느 과학자의 이야기 입니다. 그때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그게 눈앞에 있을 줄이야! ['랩 걸'을 읽고 나니 누군가의 연구 조수가 되어 주고 싶어 졌다.]

 

비록 연식이 좀 되긴 했지만 저렇게 고성능 장비들이 여유로운 반면 정작 필요한 뻰치, 와이어 스트립퍼, 줄, 실톱 같은 기판작업 공구들은 눈에 띄지 않네요. 아마 계측기로 측정하고 데이타 수집하여 논문을 쓰는 것이 목표라 그런 모양입니다. 반도체 부품의 시료를 만들고 측정 까지만 할 뿐 작동과 응용단계 까지는 이르지 않나 봅니다. 대학원 과정에서 연구 목적을 달성하면 그정도로도 충분 하겠지만 학부과정 학습자들에게는 응용회로를 꾸며 실제 작동하는 모습을 함께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기본 학습단계에서 이론과 함께 학습자의 흥미 유발과 호기심 충족이 장래 연구자로 성장 하는데 큰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나름 작업실을 차릴 생각을 하니 가슴이 뜁니다. 최신 사양의 컴퓨터도 지급해 주고 행정실 한쪽에 작지만 공간도 마련해 주더군요. 한켠에 방치되어있는 책상도 서너개 배치 했더니 실험실로 그리고 놀이터(!)로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게다가 약간의 연구보조금도 지원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기판 제작용 CNC 가공기 하나 살까봐요. 핸드 조각기로 기판깍기도 할 만 합니다 만 시간도 많이 걸리고 예쁘지도 않죠. 사실 PCB 레이아웃이나 VLSI 풀 커스텀 레이아웃 이나 거기서 거기라고 주장하면 억지 일까요?

그에 대한 보답(?)으로 여름 방학 중에 몇가지 특강을 준비해서 공지 했더니 십여명이 참가 신청 e-mail을 보내 왔습니다. 대학 3, 4학년생 이라고 합니다. 학생들을 마주할 생각에 가슴이 설레는 중 입니다. 다행히 지난 몇년간 놀면서(?) 정리해둔 내용이 있으니 이를 보강해서 수업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블로그도 새로 하나 더 개설 했구요. [재밋게 가르치기] 인생의 새로운 막이 시작 되려는 걸까요?

첫출근에 특강 준비 하느라 6월이 지나가는 줄도 몰랐지만 계절은 저혼자 잘도 변해가는 중 입니다. 작년 늦가을에 심었던 양파와 마늘을 수확 했구요.

 

하지감자도 캤습니다. 여름 땡볕에 텃밭 채소들 수확이 재미있군요.

 

햇 마늘과 햇 양파는 속이 투명하게 비치는데 맛을 보면 햇 농산물을 찾는 이유를 알게 됩니다. 아침 파스타 재료로 쓰는데  이 신선한 맛은 먹어본 사람만 아는 맛입니다.

 

마당에는 여름 꽃들이 한창 피었습니다. 초롱 꽃, 달맞이 꽃,

 

장미는 흔한가요? 그리고 찔레,

 

접시꽃은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기에 아주 그만이구요, 나리, 특히 토종 나리꽃의 향기는 이른 아침 마당을 나설 때 마다 귀촌하길 아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합니다.

 

 

벌써 올해도 절반이 갔군요. 이제 새출발 입니다. 어렵다고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웃는 낯으로 삶을 마주하길 바랍니다.

 

요녀석들도 무슨 꿈을 꾸는지 행복한 얼굴 입니다. 집사야 취업 축하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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