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8월 02, 2022

[양평집] 2022년 7월, 제초제 조심!

[양평집] 2022년 7월, 제초제 조심!

초복과 중복이 낀 7월 입니다. 올해도 여지없이 덥군요. 연일 30도를 넘는 찌는듯한 날씨에 비까지 내려 후텁지근합니다. 도시라면 사방이 모두 포장되어 있어 배수가 잘되고 금방 마르겠지만 시골은 비를 머금은 땅이 강한 햇볕을 받아 습기가 이만저만 아니게 올라 옵니다. 시골살이의 고통이라고 할 만 합니다. 다행히 에어컨 이라는 문물 덕분에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만 전기요금을 십몇 퍼센트 이상 올린다 하니 걱정 입니다. 이웃 어느분은 태양광 발전 판을 얹고 에어컨을 문 열어놓고 하루 종일 틀어도 부담이 없다는 말씀에 고려 중 입니다. 지자체 보조 없이 자가 설치하는데 비용이 5백만원 가량 든다는 군요. 여름엔 에어컨, 겨울엔 전기 보일러를 전기요금 걱정없이 맘대로 쓴다 하니 마음이 가네요.

시골살이에 여름을 기다리는 까닭은 텃밭이 주는 싱싱한 채소들 때문일 겁니다. 요령이 없어서 오이며 호박, 토마토들이 마트 진열대 만큼 이쁘진 않습니다만 제 맛을 내줍니다. 마트의 것들은 뭔가 인공의 맛이 난다고 하면 오바하지 말라고 하실려나요.

 

호박과 부추를 잘게 채썰고 감자를 갈아 전을 부치고, 오이지를 매콤하게 무칩니다. 열무김치에 감자와 호박을 넣은 심심한 감자 수제비는 한끼로 그만 입니다. 가끔 연어 초밥을 해먹습니다. 시골이지만 잘 갖춰진 택배 덕분에 신선식품들을 편하게 앉아 배송 받고 있습니다. 여지없이 텃밭의 채소볶음이 식탁의 주메뉴로 자리 합니다.

 

마당의 화단은 여름 꽃들로 한창 입니다. 여름엔 역시 키큰 나리꽃 류가 화려하게 피어 납니다.

 

  

선녀벌레 나방들이 극성입니다. 나무며 풀이며 가리지 않고 허옇게 달라 붙었더군요. 친환경 선녀벌레 퇴치 농약이 있다고 해서 마당 둘레의 나뭇가지에 뿌렸습니다. 나방 퇴치약인줄 알고 섞었는데 아뿔싸! 제초제 였더군요. 작년에 잔디 제초제를 사다 놨었는데 굳이 뿌려야 하나 싶어서 그냥 뒀었는데 이번에 실수를 한겁니다. 매실나무며 산수유 나무 잎이 말라 가길래 이상하다 싶어 이웃에 물어보니 노란색 뚜껑은 제초제 라고 하네요. 농약병 뚜껑색이 그냥 상품 치장용이 아니라 의미가 있는 거였습니다. 다행히 일부 나무에만 뿌렸기에 망정이지 정말 큰일 날뻔 했네요.


아래 왼쪽 사진처럼 꽃이 피던 화단 한쪽이 처참하게 되었습니다.

 

선녀벌레 나방을 잡을 방법이 따로 없다는 군요. 제초제에 놀란 터라 살충제를 뿌리진 못하고 끈끈이 종이를 마당 화단 여기저기 세워 뒀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살충제를 뿌리지 않고 이 끈끈이 종이로 버티고 있긴 합니다. 정원 문화가 발달한 영국에서 수입된 것이라 장당 천원이 넘어서 농약에 비해 좀 비싸긴 해도 꽤 효과가 있습니다. 비를 맞아도 끈끈함이 바래진 않더군요.


여름은 털옷 입은 고양이들에게도 지나기 쉽지 않나 봅니다. 해가 쨍쨍하면 택배상자에 벌러덩 누워 될대로 되라 인가 봅니다. 작년 초겨울 어미가 놓고 갔던 녀석들인데 이제 제법 커서 성묘가 다 되었네요.

 

이녀석들도 배꼽 시계가 정확해서 밥 때와 간식 때가 정확합니다. 저렇게 문앞에 빤히 쳐다보면 가만히 있을 재간은 없죠. 아기 고양이들은 에너지가 넘칩니다. 안개낀 아침 서로 기둥을 타고 오르겠다고 버둥거리는 모습이 귀엽군요.

 

일주일에 한번 나가던 사무실도 그나마 그만 두기로 했습니다. 하루라도 시간을 잘 보내야 겠기에 하루 한편씩 영문 기사를 완역해 보기로 했습니다. 영어공부도 하고 한글 글쓰기에 도움이 됩니다. 영문을 그냥 읽고 이해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말로 다듬어 옮기려니 한글 공부를 겸하게 됩니다.

종이공작도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하루 두어시간 집중하는 일이 있다는 것은 무료함을 달래는 방편이 될 겁니다. 이번 달에는 톰 크루즈가 주연했던 '탑건'의 후속편이 개봉 되었다 더군요. 전편을 본것이 20대 후반경일 테니까 벌써 몇십년이 흘럿네요. 나보다 한살 많은 톰 형의 외모는 여전하더군요. 옛 추억을 생각하며 이번달에 만든 종이 공작품은 F-14 입니다.


그리고 열대야에 잠 못드는 밤이면 무전기를 켜고 얼굴도 모르는 이와 이바구를 털고 있습니다. 아마추어 무선이라는 취미가 지금은 그리 인기가 없어졌지만 노후(?)를 보내긴 꽤나 쓸만 합니다. 특히 한세기 전의 역사 영화에나 나올법한 전신은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지요. [전신(모르스 부호) 교신 단상]



시간을 이렇게 보내는 것을 보면 아마 제 아버지께서는  "그거 뭐하는 짓이여. 돈이 나와 밥이 나와?" 하며 역정을 내셨겠지요. 열심히 생활전선, 말그대로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절에 가정을 꾸리려면 전장속에서 분투 하셨을 아버지가 생각 납니다. 이제 한 세대가 지나고 그 다음 세대가 노년으로 접어들게 되려나 봅니다. 꼰대 소린 듣지 말아야 겠다며 다짐해 보지만 생각 뿐이군요. 얼추 비슷한 동년배 아마추어 무선사를 접하면 마이크에 대고 옛날 좋았던 시절을 늘어 놓는걸 보면....

만화영화 '붉은돼지'의 엔딩곡 '돌아갈 수 없는 날들(Bygone Days)'


昔の話を一度だけ話しましょ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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