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6월 30, 2020

해가드는 아침 마당에서 바라본 새집

해가드는 아침 마당에서 바라본 새집

사실 새집은 아닙니다. 5월 한달을 꼬박 걸려 증축공사를 거의 마무리하고 잔손질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몇일 비가 내리더니 아침해가 반짝 나왔길래 마당에 나갔습니다.


새로지은 집은 아니지만 이만하면 저택 못지 않습니다. 집 짓는데 한달 걸렸고 나머지 잔일은 스스로 하고 있습니다. 집짓는데 자재비보다 인건비가 절반을 훨씬 넘어가더군요. 시골 살면서 나무로 하는 어지간 한 것은 스스로 해야 겠기에 목공 장비부터 장만 했습니다. 전동 드라이버, 해머드라이버, 원형톱, 각도톱, 그라인더 등 전동 공구와 콤프레서, 타카 등을 마련 했습니다. 이것저것 사모으니 꽤 모였습니다.


먼저 대문을 만들어 봤습니다. 지역에 자재상이 있어서 동네분의 도움을 받아 방부목을 실어올 수 있었습니다. 대문을 세우고 칠하기까지 일주일은 걸린 것 같군요. 방부목값과 오일 스테인 합쳐서 한 육십만원 가량 들었네요. 길가로 부엌이 있고 큰 창을 내서 약간 높은 담장을 치고 아래로 담쟁이를 심었습니다. 


이제 자신감을 가지고 베란다 지붕을 올리기로 합니다.  UV차단 효과가 있다는 이중 렉산 으로 지붕을 올렸습니다. 전면에 기둥을 열두개 세웠는데 좀 촘촘 합니다. 일년 열두달, 황도 열두 별자리 등의 의미를 두었죠. 아마 맡겨서 했더라면 튼튼한 기둥 너댓개로 끝냈을 겁니다. 튼튼함 말고 다른 뜻은 없었을 겁니다. 이것이 서툴긴 해도 자가로 집고치는 재미입니다. 여기저기 나의 생각과 손때를 뭍히는 재미죠.


공사하느라 입구쪽 잔디가 모두 엉망이 되었습니다. 장마가 지나면 잔디를 다시 깔겁니다. 그전에 땅이 질테니 마당으로 들어서는 디딤돌도 놓았구요. 역시 열두개! 틈나는 대로 디딤돌에 별자리를 새겨 넣을까봐요.


다행히 앞마당 화단은 굴삭기와 자재로부터 안전합니다. 공사 시작하기 전에 특별히 부탁을 드렸거든요.



마당 화단에는 여름 꽃들이 한창 이네요. 지난달에는 아이리스가 만발 하더니 이제 겹 데이지, 에키네시아그리고 여러색의 톱풀.



라벤더...


온실 겸 창고의 처마 밑에 허브류들을 심어 놓았더니 잡풀들을 이기고 꽃까지 피웠주었습니다. 지난달까지 카모마일이 흐드러지게 피더니 이번달에는 세이지, 레몬밤, 캣닙 들이 한창입니다. 좀 있으면 메리골드의 검붉은 꽃이 필겁니다. 아침 저녁 마당에 나서면 달달한 꽃향기를 맡을 수 있지요.


아! 블루베리 따먹을 때군요! 봄에 가지들을 솎아 주었더니 알이 굵게 달렸습니다.


가끔 손님이 오면 선심쓰듯 따주기도 하고 아침마다 요구르트에 말아서 후식으로 먹습니다.


요즘 전원생활 붐이 일려는지 여기저기 토지 분양 현수막이 붙었더군요. 주변에서도 알아봐 달라는 분들도 계시구요. 대개 1.5억 전후를 많이 찾더라구요. 실제 집모양을 꾸미려면 예상금액에서 50프로는 더 들거라 해도 믿질 않으시네요. 저희 마당은 일주일에 적어도 사나흘씩 가꾸며 4년이 넘게 공들였다는 걸 말해줘도 실감이 안나는 모양이더라구요. 게다가 주말에 놀러오듯 들르다간 텃밭이고 뭐고 풀에 치여 쫒겨 난다는 걸 아셔야 할 텐데요.

'주말 텃밭 농장'. '주말' 이라구요? 그거 순전히 광고성 유인구호 입니다. 적어도 일주일에 이삼일은 돌봐줘야 뭐라도 볼만한 것을 피우고 먹을 것들을 거둘 수 있습니다. 주말마다 새빠지게 풀뽑아 줘야 한다고 말하면 대개 우습게 생각 하시더라구요. 분양받은 주말 텃밭이 깔끔 했다면 주중에는 '주말농장'의 관리인이 대신 해줬을 지도 모릅니다. 지인이 이웃에 땅살까봐 겁납니다. 나중에 행여 전화해서 바빠서 못가니 우리밭에 물좀 줘 라던가 풀좀 뽑아줘 할까봐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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