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지난 밤에 마신 맥주 탓인가봐요. 뇨기에 깻습니다. 텐트 밖으로 나와 방뇨중에 문득 쳐다본 하늘에 웬 별들이. 어제도 그 별들이 있었겠지만 새삼 스럽습니다. 조만간 "과학과 사람들"에서 "사람들"에게 회원가입 선물로 망원경을 보내준다고 했으니까요. ( 과학과 사람들 홈페이지: http://sciencepeople.co.kr )
동쪽으로 오리온이 보입니다. 겨울 별자리 라는데 초가을 새벽에도 뜨는 군요. 오리온 어깨에 언재 터질지 모른다는 적색거성 베텔규스는 아직 무사합니다. 오리온에서 왼쪽으로 쌍둥이 머리 두개, 그 아래로 큰 개자리의 시리우스, 조금 더 왼쪽으로 금성! 지구보다 안쪽 행성이라 동쪽 새벽녁에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해가 뜨기 전이라 산등선 넘어로 여명이 비치려는 듯 합니다만 금성과 시리우스가 반짝입니다. 서서히 동쪽 하늘이 덥혀지면서 공기 흐름이 심상치 않은 탓이겠지요. 과학과 사람들 팟캐스트 에피소드에서 K박사님께서 내행성인 금성이 새벽에 동쪽에서 빛을 발하는지 설명해 주셨죠.
오리온의 어깨에서 오른쪽으로 황소와 황소의 눈 알데바란, 약간 오른쪽으로 뽀샤시한 일곱 자매의 플레이아데스. 맨눈으로도 일곱 자매가 구분되어 보인다고 하는 어린이의 눈이 부럽군요. 노안이 들었는지 뿌였습니다. 쌍안경으로 보면 일곱자매가 딱 한눈에 들어옵니다. 50x10 쌍안경의 시야각이 맨눈으로 보는 시야보다 얼마나 좁은지 알겠군요. 더 오른쪽으로 거대한 페가서스의 거대한 몸뚱이가 서쪽으로 내려가고 있네요. 그리고 뒷다리 쪽으로 안드로메다. 혹시나 하고 열심히 안드로메다 은하를 찾아보지만 습기를 담은 하늘이 그정도 맑지는 않군요.
페가서스 몸통에서 고개를 들어 천정을 보니 카시오페아의 W 자가 선명하네요. 왕(세페우스)과 왕녀(카시오페아) 그리고 그들의 딸(안드로메다)이 나란 합니다. 머리 꼭데기에 페르세우스, 왼쪽으로 아우리가의 오각형이 뚜렸합니다.
손가락을 가리키며 저길봐! 하면 옆사람이 보는 손가락 끝의 방향은 전혀 엉뚱 합니다. 그래서 대략의 관측 대상을 지칭하려고 뚜렸한 별자리를 기준으로 이야기 합니다. 전화로 찾아올 장소를 알려줄 때 저기 무슨 간판이 보이는 건물의 오른쪽 골목으로 돌면 보여요 라고 말하듯이 별자리는 하늘의 이정표 입니다. 요즘은 IT 기술의 발전 덕에 망원경들이 컴퓨터로 제어되어 좌표만 찍으면 그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소변보러 나왔다가 문득 바라다본 밤하늘의 별모습에 감탄하여 컴퓨터 켜고 전동 망원경 꺼낼 순 없죠. 그러다가 김빠지는 수가 있어요. 장비가 낭만을 삼켜버릴지도 모르니까요.
7월은 너무나 더웠고, 8월 내내 흐려서 별볼일이 없더니만 역시 9월들어 맑은 하늘을 보여 줍니다. "사람들" 망원경이 도착하는 9월 내내 맑은 하늘을 기대해 봅니다.
[2017년 9월 3일, 04시 관측기/양평]
첨부파일1: 별자리판으로 보는 9월 초의 새벽 하늘 별자리
별자리판 만들기: http://www.skyandtelescope.com/astronomy-resources/make-a-star-wheel/
첨부파일2: 새벽 별이 멋졌던 하늘의 구름한점 없는 아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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