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가 지나고 감자를 캣습니다. 알도 작고 고르지 않군요. 그중 실한 놈을 몇개 골라 마당에 불을 피우고 구워 먹었습니다. 구운 감자의 육질이 쫀득함과 고슬고슬 함이 어울려 아주 맛납니다. 이제껏 먹어보는 감자 중에 가장 맛있었습니다. 하기야 밭에서 캐서 바로 구워 먹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다섯 고랑쯤 심었는데 씨감자 값도 안나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올해는 폐농일쎄..."
감자 수확을 보시고는 어머니께서 한말씀 하시네요. 뭐 그래도 형제들이 한꾸러미 씩 나눠 가졌습니다. 용문장에 나가보니 햇감자들이 나왔더군요. 한봉지 삼천원짜리 만도 못하지만 뿌듣한 감자 한봉지 입니다.
작년에는 그나마 꼬추라도 풍작인데 올해는 꽃밭 만들었다고 한말씀 하시는 군요. 그나마 풍신나다고. 봄에 풍신났던 꽃밭이 이렇게 풍성해 졌습니다.
(6월)
(5월)
자갈밭을 겨우 골라내서 밭을 만들어 놨구요.
주말 농장이라지만 제대로 채소를 길러 먹으려면 일주일에 두번은 와봐야 한다고 합니다. 더구나 올해는 가뭄이 심할 땐 일주일 한번 주말방문으로는 뜯어먹을 채소가 시원 찮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허브를 심었더니 풀밭인지 허브밭인지 구분이 안갈 지경이 되었군요. 겨우 골라내서 카모마일과 바질을 건졌습니다. 특히 카모마일은 말려서 차로 마시면 아주 좋다는 군요.
카모마일을 조금 따다가 말렸습니다.
말라 쪼그라든 꽃이 뜨거운 물잔 안에서 다시 피어나네요.
신기하여라! 직접 재배하여 말린 카모마일 차에서도 사온 티백에 든것과 같은 향이 납니다. 당연한 것 같지만 감동의 탄성이 절로 납니다. 그나저나 한잔에 꽃봉우리 두세개씩 넣는다 치고 일년치 준비하려면 얼마나 많이 준비해야할까요?
이른 아침 식탁에 앉아 카모마일 차 한잔과 내집 꽃밭에서 꺽어온 꽃을 보며 미적분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벌써 6월도 다가고 수능이 넉달 남았는데 은근히 압박감이 느껴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