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1월 05, 2025

[양평집] 2024년 12월, 다사다난....

[양평집] 2024년 12월, 다사다난....

연말이면 대학교수들이 모여 한 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하는데 2024년은 "도량발호"라고 한다. 뛸 도(跳), 들보 량(梁), 밟을 발(跋), 뒤따를 호(扈)의 한자로 '권력이나 세력을 제멋대로 부리며 함부로 날뛰는 행동이 만연하다'는 뜻이다. 내 수준에서는 다사다난이 제격이다. 어느해 인들 안그랬겠냐만 일도많고 탈도 많았던 한 해다. 다만 아쉽다면 그 탈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입학과 졸업이라는 축하에 곧바로 따르는 고통이 입시와 취업이다. 어쩌다 운좋게 학교에 계약직 "교수" 명함을 받게 됐었다(이번학기로 끝나게 되었지만). 지난 2년간 해 온 작업들을 정리할 겸 몇차례 학회 발표를 했었다. 10여년만에 해보는 논문 발표는 신선했다.

학생들을 지도 하려고 여러 자료들을 검색한 탓인지 유튜브 알고리즘은 취업을 목표로 사교육 온-라인 교습소 홍보 영상들을 많이 추천한다. 그중 "삼성전자 반도체 회로설계 엔지니어가 되려면 꼭 이 '두 가지' 역량을 기르세요![링크]" 라는 홍보 동영상을 보며 머리가 다소 복잡해졌다.

이 (홍보) 동영상에 따르면 대기업 입사 면접에서 지원자에게 문제를 준다는데 난이도가 만만치 않다. 이에 대비 하려면 학교 수업만으로는 부족하니 사교육 시장이 성장 했으리라. 입시 사교육도 모자라 취업 사교육 이라니 젊은 세대들은 공부하랴 머리가 터져나가고, 학부모들은 학비 대느라 등이 터져나갈 판이다. 

기성세대(학부모, 교육자, 직장인)들 중 학교에서 전공한 대로 인생이 풀린 이가 얼마나 될까. 치열한 경쟁속에서 소수가 살아 남는다는 것을 잘 알면서 취업을 미끼로 좁은 골목으로 몰아 넣는것 같다. 학부 교육에서부터 너무 시야를 좁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공 학과를 선택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좁혀져 있다.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졸업 후 고수입을 보장 받을지도 모르는) 실용적인 학과로 몰리자 취업을 보장 한다는 유혹까지 내걸며 학생들을 모집한다. 졸업 후 수월하게 현장 투입 가능한 인력을 원하는 기업의 속내와 맞닿아 있다. 사회로 나가 직무가 정해지면 어짜피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될텐데 학교에서는 넓은 안목과 통찰력을 길러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서 취업할 곳이 어디 삼성 뿐이랴! 대학이 '삼성맨" 양성소로, "내란학과"로 변질 되는 마당에 안목과 통찰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자화상....

그려놓고 보니 심술난 모습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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