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집 2021년 10월, 64년만의 가을 한파
아침 이면 이웃분께서 강아지 산책을 나서며 집앞을 지납니다. 인삿말이 바뀌었습니다.
"제법 추워 졌어요"
"그러네요. 시간이 참...."
악독하게 추워서 '악토버'라는 10월 입니다. 일기를 안내하는 방송에서 64년만의 가을 한파라고 하네요. 정확도가 의심되는 마당 온도계 수은주가 새벽에 무려 영하 4도 였다고 알려 줍니다. 맨발로 마당에 나갔다가 머리털 나고 처음 맞는 추위에 화들짝 놀라 집안으로 뛰쳐 들어왔습니다. 올 겨울도 지난해 만큼이나 추우려나 봅니다.
아침에 하얗게 서리가 앉았다가 가을 햇볕에 금방 녹고 가을 색을 보여 줍니다. 추위에 여름 꽃들은 다 시들어 버리고 가을 화단은 주로 국화류가 피었네요.
수분이 많은 다육이들은 미리 데크위로 올렸습니다. 데크를 둘러 쳤는데도 작년 겨울 추위에 얼어버리더군요. 겨울이 오기전에 작은 비닐 온실을 꾸며 주어야 겠습니다.
가을 한파에 동네 이웃들의 텃밭이 누렇게 변했더라구요. 추위에 배추의 겉잎이 얼었다 녹아서 그런 모양입니다. 아마 일찍 심은 배추들의 웃자란 잎들의 피해가 큰가 봅니다. 우리집 텃밭은 그나마 덜한 편이네요. 속이라도 잘 들라고 묶어줘야 한다고 합니다. 무우는 손목 굵기만 해졌습니다.
텃밭 고랑 사이로 냉이들은 잘 자라고 있구요. 잡초는 징글징글 하면서도 신통하네요. 내년봄 냉이 된장국을 기대하며 적당히 남겨 두기로 합니다.
마당 고양이 녀석들도 급작스런 추위에 데크 안으로 들어오려고 애쓰는군요. 더 추워지기 전에 집을 만들어 줄 참입니다. 빼꼼 열린 테라스 창틀 사이로 올라왔다가 한차례 다녀간 녀석의 발자욱이 귀엽습니다.
아침에 짙은 안개가 꼈다가도 낮에는 하늘이 청명해 지네요.
아침해와 저녁 노을
그리고 낙엽이 집니다. 무슨 가을 추억이라도 있는 양 괜시리 쎈치멘털 해지죠.
가을은 수확의 계절 이라는데 농사랄 것도 없는 귀촌인에겐 와 닫지 않습니다. 부지런한 분들은 온실에 이중 비닐을 쳐서 뭐라도 심는 재미가 있다는데 게으른 저는 오히려 날이 추워지면 텃밭에서 뜯어먹을 것도 없어 채소들은 마트에서 사먹습니다. 아침은 샐러드, 오트밀, '직접 구운' 빵에 치즈, 우유에 미숫가루 등으로 간단하게 저녁에는 와인도 한잔 곁들이죠.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과식이 없다는 것, 아무리 간단한 식사라도 칼과 포크로 썰어먹는다는 겁니다. 대충 손으로 집어먹기엔 창밖의 아침 풍경이 아깝잖아요.
점심에는 요리를 해먹는데 동영상 요리 채널이 다양해서 직접 해먹으니 메뉴가 점점 늘었습니다. 짬뽕, 스테이크는 기본입니다. 누가 보면 볼품 없는 솜씨일지 모르지만 메뉴가 다양해서 중식, 양식, 일식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사실 시중 음식점들도 정통 요리집이 몇이나 있겠어요?
겨울에 접어들면 밤하늘 별이 더욱 반짝입니다. 날이 추워져서 공기중에 습기가 내려 앉으니 하늘이 맑아진 탓이죠. 다만 추위에 선뜻 마당에 나서기가 주춤 하긴 합니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그냥 "별 많네.." 그러면 오분 볼꺼리도 안됩니다. 하지만 별자리 몇개만 알아도 겨울 밤이 즐겁습니다. 요즘 휴대전화에 내장된 카메라가 워낙 성능이 좋다보니 별자리를 사진으로 담아냈다가 별자리를 그려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재작년 갤럭시 폰으로 찍은 오리온 자리 입니다. 휴대전화에 담은 사진을 꺼내서 인터넷의 별자리 표와 비교해보면 의외로 재미있는 것들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죠.
인터넷에서 마차부 자리 사진을 찾아 직접 찍은 사진과 비교해 보면서 신기해 하기도 하고 공부도 합니다.
참고: "Small-Scope Winter", Sky and Telescope 12월호 22쪽
남들에게 취미라고 말할려면 뭐라도 좀 알아야 하겠지요. 시골 살면서 별보기는 제법 매력적인 취미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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