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텃밭 잘 일군 자의 겨울 식탁
올해 여름 그렇게 무덥더니 12월이 되면서 연일 영하 10도가 기본이네요. 눈도 자주 내리구요. 처마 끝에 고드름이 달렸습니다.
도시 아파트 생활에서 좀처럼 보기 어렵거나 너무 굵어 위험하게만 보였는데 이렇게 집 처마에 달린 고드름은 정겹습니다. 아주 어릴적 부르던 동요가 절로 흘러 나옵니다.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
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
각시방 영창에 달아 놓아요~
눈이 내린 다음날 겨울하늘이 파랗습니다. 해가 나왔길래 마당에 이불도 널었구요. 먼지도 털어냅니다.
텃밭의 보람은 뭐니뭐니 해도 수확물로 차린 밥상이겠지요. 그간 봄나물 튀김과 된장국, 여름 쌈채소, 허브 비빔밥 등을 해먹었더랬지요. 올해로 텃밭 일군지 4년차에 무, 배추를 수확해 처음으로 김장을 담궜습니다. 그리고 맛이 들자마자 슬슬 먹기 시작 합니다. 만두를 빚었습니다.
김장이라고 몇 포기 안담궜는데 벌써 이렇게 먹다간 겨우내 버틸까 걱정도 됩니다. 다행히 이웃의 '언니네 찬스'를 쓸 수 있으니 맛나게 먹어야지요.
동치미가 맛이 들었길래 동치미 국물에 소면을 말았습니다. 김장 때 만든 겉절이와 함께 먹는데 행렬 문제 풀다가 간식으로 이만한게 없어요. 머릿속이 뻥 뚫리는 맛이네요.
그리고 가을 텃밭 잘 가꾼 텃밭 농사꾼의 겨울 어느날의 한상 차림입니다. 잔멸치 볶음과 얇게 썰어 말린 돼지감자를 기름에 살짝 볶은 부각, 고추 장아찌 양념무침, 고추 부각, 땅에 묻은 김치독에서 처음 꺼낸 포기 김치와 아삭한 무에 잣과 밤이 들어간 백김치, 그리고 산에서 주워 말린 밤을 넣고 지은 밥에 시금치 말린 가루를 넣고 반죽한 수제비를 넣은 배추 시레기 국 한그릇. 특히 고추 부각, 돼지감자 부각은 궁금한 입을 달래거나 맥주 안주로 그만 입니다. 백김치는 막걸리 안주로 더할 나위 없죠.
쌀, 멸치와 시레기 국에 들어간 고기 말고 전부 우리 밭에서 수확 했거나 이웃에서 나눔해 주신 식재료들로 채운 밥상 입니다. 올해는 농사도 잘됐고 좋은 이웃을 만나 도움도 받고 서로 음식도 나눠 먹습니다. 사실은 일방적으로 얻어먹는 편입니다만 내년에는 제대로 농사도 짓고 꽃밭도 가꿀 꿈에 부풀고 있습니다.
한겨울에도 꽃나무에 눈이 달려 한겨울을 잘 버티고 있습니다. 벌써 봄이 기다려 집니다. 그나저나 시골의 겨울은 먹고 뒹굴고의 연속이군요. 아마 겨울은 봄을 위해 몸 불리기 하는 계절이 맞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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