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4월 18, 2018

무릅 까져 본 게 언재였을까?

무릅 까져 본 게 언재였을까?

아마 초등학교, 그러니까 40여년 전 이었을 겁니다. 그땐 운동장에서 흙장난을 많이 해서 겨울이면 손등이 거북등 처럼 새까맣게 트곤 했죠. 결국 엄마손에 잡혀 뜨거운 물에 불리고 이태리 타올로 피가 나도록 때를 밀었습니다. 그리곤 안티프라민을 잔뜩 바르고 구멍난 양말을 손에 끼고 잠들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름이면 딱지치기 구슬치기 폭음탄 다방구 아이스께끼 이리저리 뛰다보면 무릅에 생채기가 가실날이 없었네요.



작년 말에 2018년의 원대한 계획을 잡아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도 벌써 1/3이 지났네요. 그 중 한 가지를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바이크" 입니다. 자동차로 시골 국도변을 달리다보면 좋은 풍경, 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만날 때가 있죠. 잠시 차를 세우고 쉬엇다 가고 싶지만 그게 맘같지 않더라구요. 좁은 길가에 차를 세워 놓고 밖으로 걸음 하기가 한가하지 않더군요. 행여 고장난줄 알고 멈춘 친절한 기사님에게 설명하기도 어색 합니다. 만일 모터 바이크 였다면 두발 만 디디면 되었을 텐데요. 마치 아파트에 살면서 땅을 디디려면 누가 볼까봐 세수도 해야하고 옷도 갈아입어야 하는데, 단독 주택이면 그냥 파자마 차림으로 문 밖 마당에 나가 봄볓을 만끽할 수 있는 차이랄까요. 언잰가 남원의 어느 캠핑장에 별보러 갔다가 바이크 두대를 본적이 있습니다. 일인용 삼각 텐트를 주섬주섬 꺼내 일박 하더니 아침 일찍 양은 냄비에 물을 끓여 컵라면과 커피 한잔 마시고 훌쩍 떠나더군요. 바이크는 그저 평범했지만 가죽 자켓이 멋졌습니다. 그러고 싶었습니다.

교통 법규상 배기랑이 작은 스쿠터는 지금 가지고 있는 운전면허로도 가능 하답니다. 하지만 소리도 그렇고 영 폼이 나질 않잖아요. 좀 우렁찬 소리를 내주고 장시간 여행에도 결딜만한 마이크를 타기로 했습니다. 그러려면 별도의 면허증이 있어야 합니다. 바로 '2종 소형' 면허를 얻기위해 4월에 초에 단단히 맘먹고 운전 교습소에 등록 했습니다. 사실 태어나서 엔진 달린 이륜차는 처음 타보는 겁니다. 얼마나 엉성했던지 교습소 강사님도 처음 타보냐고 하시더군요. 스쿠터도 안타봤냐며.

약 3시간의 안전교육 후 기본 10시간의 실습인데 처음 몇시간은 넘어지고 일으켜 세우느라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배기량이 250씨씨 미라쥬라는 모델로 연습하고 시험을 본답니다. 무게가 무려 180킬로그램쯤 나간다 하네요. 워낙 서툴다보니 힘에 부치더군요. 몇번을 넘어지고 구르고, 정말 벌러덩 구른 때도 있었습니다. 누가 봤다면 많이 챙피 했을 텐데 그래도 재미가 있어서 인지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털고 일어나게 되더군요. 그러나 8시간 쯤인가 좀 세게 굴럿습니다. 바지에 구멍나고 무릅이 다 까졌습니다. 다행히 다른 이상이 없고 그냥 무릅 까진게 전부였습니다. 놀라서 같이 연습하던 분들이 달려오고, 하도 겸연쩍어서 아무렇지 않은채 웃으면서 '넘어지는건 자신이 붙었네요' 했습니다.


무릅 까진데는 역시 '빨간약' 아니겠어요. 집에와서 찾아보니 없더군요. 요즘은 무릅 까질 일도 빨간약 찾을 일도 없네요. 아련히 그 시절 흙밭 운동장을 뛰놀던 시절이 생각 났습니다. 이렇게 넘어지며 연습하고 시험을 치뤘습니다. 시험전 까지도 제대로 코스를 돌지 못해 불안 불안 했습니다. 시험날 같이 시험을 보게된 수험자가 4명이었는데 적어도 스쿠터 정도는 타봤다고 하고 이미 두세번씩 시험에 불합격 경험이 있다 하네요. 쉽지 않겠구나. 불합격을 각오하고 시험을 봤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런 도장을 받아 냈지요. 다른 수험자들과 교관의 박수도 받았네요. 제일 어리버리했는데 한번에 붙었다면서. 역시 책상물림들은 실전에 강합니다.


모터 바이크가 많이 위험하다고 하지만 조심하면 그렇게 위험한 것만은 아니라 하네요. 뭐든 그렇겠죠. 앞으로 무릅 정도는 종종 까지겠죠. 그옜날 흙밭에 뒹굴던 때를 생각해봅니다. 그정도만 각오해며 재미볼 생각 입니다.

그나저나 '할리' 장만 해야 하는데...... 그전에 허름한 것 한 대 마련해야 하는데... 가죽 잠바도 사고.... 길가의 오도바이에 온통 눈과 귀가 꽂히는 중이네요.

한 일년 실컷 부려먹을 중고 250씨씨 크루저 모터 바이크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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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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