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스", 한글판 "어른의 과학" 발행 됐다고 해서 사봤습니다
이번에 국내 "메이커스"라는 이름으로 비정기간행물이 발간되었다고 해서 구입했습니다. 플라네타리움이 부록이 있어서 끌린 면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잡지가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참 반가웠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걸까요? 첫 소감은 "이 책 왜 만들었었는지 모르겠다." 입니다. "메이커스" 라길래 "MAKE:"( https://makezine.com/ )일줄 알았는데 그냥 일본 "대인의 과학"의 광고 전단지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심지어 일본어 원문이 그대로 실려있는 것은 편집이 게으른 건지 일본의 "대인의 과학"의 유명세 덕을 보자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요즘은 많이 바뀌긴 했지만 "별남"을 "일탈"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위기의 우리 사회에서 소위 "덕후"라 불리는 극히 소수에게만 알려진 "대인의 과학"에 기대려 했다면 상업적으로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닐까요?
발간 취지는 "메이커 운동"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기사 내용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모두 메이커다"라며 석기시대 이후 도구 제작자로서의 손놀림의 "본능"을 일깨워 보자라는 것 이라고 여겨집니다. 생활 주변에서 작은 불편함을 해소해 보려다 엽기적인 작품으로 탄생하는 경우도 있고 여럿이 모여 만드는 대형 기획도 있습니다. 일본의 민간 로켓 제작자들이 소개된 기사가 이에 해당 하겠습니다. 그외 기사들은 애매하기 그지 없군요.
과학관 관장님 인터뷰는 시정홍보 기사로 읽혀 집니다. 천문학자의 플라네타리움 글이라고 해서 부록의 프라네타리움에 관한 천문학자로서의 평과 활용법에 대한 내용일 줄 알았더니 그냥 수필입니다. 글 제목도 "플라네타리움 단상"이군요. 필자가 전에 가보고 경험했던 천체투영관과 시설의 회상기랄까요? 플라네타리움을 설명하거나 부록으로 제공된 플라네타리움에 대한 이렇다 할 언급도 없습니다.
공대생의 모임을 소개한 기사는 그냥 "창업" 홍보 만도 못합니다. "메이커" 잡지에 어울리지도 않습니다. 한번 망하면 재기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 분위기의 사회에서 망할게 자명한 "창업"을 부추기는 기사를 "메이커" 잡지에서 볼 줄은 몰랐습니다. 여행기인지 기획담인지 체험담인지 아리송한 일식 여행기에 사람 얼굴도 구분 안되는 작은 단체사진을 넣은 이유는 뭔가요? 두껍지도 않은 전체 책 분량에 무려 1할 가까이 할애된 전구 공장 견학기는 뜬금없을 뿐더러 편집도 혼란합니다. 대상을 잘못 찾아온 홍보기사같습니다. 소리에 반응하는 칩을 더하고 LED를 붙여 실내 장식등으로 개조하는 것도 의미는 있겠습니다만 좀 어이 없습니다. 부록의 플라네타리움은 과학교보재 이고 싶었던거 아니었나요? 핀홀 플라네타리움에 LED보다 전구를 사용한 이유가 있다고 해놓고 LED로 개조했다는 기사는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플라네타리움으로 보는 천문도"에서 당황 스럽습니다. 어린이 백과 사전에 나옴직한 천문도에 플래니타리움을 언급하다니요. 일단 그 플라네타리움이 부록의 플라네타리움을 지칭하는게 맞습니까? 설마 아니죠?
부록의 플라네타리움. 뭐라 언급하기 전에 다른 분들의 후기를 보세요.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leenahoo&logNo=220129757830
https://www.clien.net/service/board/jirum/7243722
직접 만들어보고 전구를 켜보니 느낌은 "욕심이 과했다" 입니다. 예상은 했던대로 매우 깜깜한 방안이어야 하고, 원형 돔이 아닌 직각 벽면의 방안에서는 왜곡된 하늘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몇개의 별자리들을 찾을 수 있어서 과학 교보재로서 역활을 할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하지만 별을 너무 많이 표현해 놔서 시골 밤하늘에서 별자리 찾기보다 어렵습니다. 구멍이 너무 많은 탓에 오히려 실내 장식등으로 쓰기에도 좀 애매한 구석이 있지만 작은 구멍 사이로 비춰지는 백열전구의 별빛이 예쁩니다. 건전지로 작동 되는데 갈아 넣게 될 것 같지는 않아요.
이 책은 70쪽 분량의 전면 천연색으로 인쇄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도 책이 부실하다고 생각 했던 걸까요? 지나치게 두꺼운 종이, 총천연색 인쇄, "쓸고퀄"이 이런 경우가 아닐런지요?
혹시 출판 업계에 계신 분들이 보실지 모르지만 독자로서 몇가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띠지좀 붙이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고급 스럽게 해놔서 버리기도 아깝고 책 가지고 다니기도 불편 합니다. 독자에게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띠지는 대체 왜 붙이는 걸까요? 이번 "메이커스" 부록 상자에도 띠지를 붙여 놨던데 뭘 바라고 그런 것인지 알 수 없군요.
책 지질을 좀 낮춥시다. 책의 질을 두께로 판단하는게 아닌가 싶군요. 무슨 코팅을 하는지 전등 빛에 번들 거려서 눈이 피로합니다. 무광 지질은 소장용으로 불편 하려나요? 소장용과 독서용을 판단해 주시면 좋겠군요.
그림이나 삽화는 제대로 넣읍시다. 과학기술 서적에 각종 도형과 그래프는 도데체 뭘로 그려 넣는 걸까죠? 어줍잖은 색도 인쇄는 차라리 안하니만 못합니다. 서체 가격이 엄청 나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본문 서체, 그림 서체, 수식 서체 따로 구비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손으로 그려 넣는게 좋겠다 싶습니다. 요즘 손그림 잘그리는 분들이 넘쳐 나더만요. 제책 비용 아껴서 그림과 내용에 충실하긴 어려울까요?
책이 무슨 블로그도 아니고 컬러 사진으로 채워 넣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화보집이 아닌 글을 읽고 싶습니다. 어른의 과학책 이라고 했던것 같은데요. 다시한번, 어줍잖은 색도인쇄 그만 둡시다. 과학 서적의 그림에 어긋나 있는 색도 인쇄는 정말 봐주기 어렵습니다.
편집자들은 그냥 편집만 하시는 분들이죠? "덕후"가 만드는 "잡지"를 기대해 봅니다. 그나저나 "메이커스" 편집자, 기자들은 저 플라네타리움을 보기는 한걸까?
국내 일간지에 소개된 "메이커스"창간 기사...
DIY 키트가 포함된 과학잡지 "메이커스" 창간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9181519001&code=9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