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7월 03, 2017

7월 첫째주 양평/래티스 설치 그리고 장마....

7월 첫째주 양평/래티스 설치 그리고 장마....

양평 별장은 목조주택 입니다. 사실은 10평 남짓한 가건축물이죠. 항공 사진으로 보면 훤씬 크게 보이긴 합니다. 집 크기 만하게 깔린 데크에 지붕이 있기 때문인데 효용도가 아주 좋습니다. 솔직히 이 집은 날림으로 지어졌지만 데크 설치는 신의 한 수라고 봐도 좋습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길가 쪽으로 훤히 열려 있다는 겁니다. 오가는 차들이 한번 씩 섯다가 쳐다보고 가곤 합니다. 이웃들이니 오가며 인사를 나누기도 하지요. 하지만 사생활이 완전 노출되었다는 느낌도 듭니다. 결국 넓은 데크 중 길가 쪽 반은 활용이 덜 하더군요.

울타리 삼아 쥐똥나무를 심었지만 어느 세월에 커서 가려줄지 조급함을 어쩔 수 없네요. 결국 길가 쪽으로 래티스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소재를 무엇으로 할까 재보다가 원목 판재으로 하면 너무 많이 가려져 답답할 것 같아서 대나무 쫄대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대나무로 유명한 담양의 한 인터넷 상점에서 1.8미터 쫄대 100개(50개 묶음 2개)를 6만원에 구입 했습니다. 배송비가 무려 2만원.

길가 쪽으로 래티스를 설치한 모습입니다. 집이 서향이라 긴 여름 오후 해가 아주 따갑죠. 그늘을 만들기 위해 정면으로는 갈대 발을 매달았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휑해 보이는 격자를 둘럿을 뿐인데 의자를 펴고 앉으면 아늑한 기분이 드네요. 덩굴 화분을 놓아 래티스를 감고 오르거나 메다는 화분을 가져다 놓을 참 입니다.


래티스 격자는 폭 2~3cm짜리 대나무 쫄대를 이용했습니다. 잘 휘는 대나무의 특성을 살려 가로세로 대로 누볐습니다. 고정시키는 작업에 타카를 사용하면 편하긴 하지만 십여만원이 드는 공구를 사야하는 부담이 있어 못을 박기로 했지요. 대나무는 잘 쪼개진다는 단점이 있어서 먼저 드릴로 구멍을 내고 나무 나사못으로 고정 했습니다. 그러느라 가로 5미터 세로 1.5미터 가량 면적의 래티스 설치 작업에 하루 종일 걸렸습니다. 일반 못 대신 나사 못을 사용하면 전동 도구로 쉽게 박거나 뺄 수 있어서 유지보수하기에 좋고, 초보자로서 설치 작업하다 수정하기 편리하죠. 그리고 아주 견고히 고정됩니다. 하지만 작업 시간이 좀더 걸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뭐 전원 생활이라는게 특별히 서둘러 마쳐야 할 일도 없으니 괜찮습니다. (벌써 7월인데 수능이 얼마남지 않은 처지에 귀한 주말을 이렇게 낭비해도 되나 싶긴 합니다.)

밖에서 본 모습은 이렇습니다. 집 주변을 이렇게 손 봐 나가니 막네 동생이 한마디 하는 군요.

"집안은 허접한데 주변만 겁나 멋져가네"

주말 농장은 항상 상주하며 밭을 일구지 못하는 처지라 땅의 네 귀퉁이로 손이 덜 갑니다. 여름만 되면 잡초가 아주 무성 해지죠. 그 잡초가 무서워서 발길이 뜸해지면 잡초는 감당하기 어렵게 되더군요. 그래서 텃밭 한쪽 끝으로 온실을 설치하고 창고 옆으로 처마를 들이고, 이렇게 래티스를 설치하니 넓지 않은 땅을 알뜰하게 이용하는 셈이 되었습니다. 발길이 쉽게 미치게 만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땅 활용도가 2~30평은 넓어 졌다고 자부합니다.


열심히 일하고 나면 잘 먹어야죠. 마당에서 딴 어린 잎들과 불루베리를 곁들인 신선한 샐러드를 끼니마다 먹습니다. 복분자 술도 한잔 곁들이면 힘이 절로 납니다.



지난주에 거둔 하지 감자를 갈아 빚은 100 퍼센트 감자 수제비. 쫄깃하니 좋군요. 역시 마당에서 키운 호박을 넣어 끓인 국물 맛도 일품입니다.



새참으로 라면도 끓였습니다. 지난주에 따서 말린 바질의 가루를 뿌렸는데 미미해 보이는 군요. 이래 뵈도 라면 국물에서 허브 향이 은근하게 우러납니다. 허브 라면 입지요. 최고급 "허브 라면"을 개발하면 어떨까 했더니 이 "냄새"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네요. 이해할 수 없어요.



감자를 캐고 난 텃밭은 고추, 가지, 치커리, 상추, 쑥갓이 신선한 샐러드 재료를 공급중이고 땅콩, 수박과 고구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특히 수박은 둘째네의 주요 관심 작물이라 애정이 대단하지요.


가물다가 비가와서 그런지 고구마 줄기가 아주 무성하네요.


일요일 점심 나절에 빗줄기가 무섭습니다. 드디어 장마의 사작인가 봅니다. 지붕위로 떨어지는 장맛비 소리가 거셉니다. 도시의 콘크리트 건물에서만 살아온 이들에겐 듣고 있으면 무섭기 까지 합니다. 이 또한 자연의 소리인데 말이죠.



잠시 비가 그은 틈에 "나의 허브 밭"을 살펴 봤습니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바질과 카모마일의 달콤한 향기가 코끝에 맴돕니다. 비온뒤 시원함과 함께 기분을 한컷 돋궈 주네요.



그나저나.... 이 비 그치고 자라날 풀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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