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7월 28, 2015

내가찍은 사진에서 안드로메다 은하를 찾아보다.

내가 찍은 사진에서 안드로메다 은하을 찾아보다.

찾기전에 찍기 부터.....

전자공작 카페의 하계 모꼬지에 갔었더랬습니다. 지리산 아래에 있는 작은 마을입니다. 운좋게도 하늘이 맑아 멋진 밤하늘의 별들을 보게 되었죠. 사진에 담아 보기로 했죠. 기왕이면 개념(?)있게 안드로메다 은하을 찍어 보기로 합니다.

기간: 2015년 7월 24~26
장소: 전북 남원시 입석리

밤하늘 사진을 찍어 봤다면 원하는 대상을 조준하기가 참 어렵다는 것을 알 겁니다. 카메라의 조리개를 아무리 열어놓아도 접안경으로는 아주 밝은 별 몇개가 겨우 보일 뿐 성운 같은 어두운 대상은 보이지 않죠. 카메라 렌즈의 시야각이 넓으니 근처를 조준하면  대략 범위안에 들어올거라 기대합니다. 나중에 집에와서 확인해 보면 아예 벗어 났던가 한 귀퉁이에 겨우 걸렸기도 합니다. "근처"라는게 어느 정도 맞아야 하는거죠.

그래서 천체 망원경으로 대상을 찾고 카메라를 등에 업어 찍기도 하는데 이걸 피기-백(Piggy-Back Mount)이라고 한다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하려면 망원경이 있어야 하는데 한 덩치 하는데다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더구나 이런 천체 망원경의 사용법은 또 다른 훈련이 필요하죠.

놀러나가 밤하늘이 좋아서 카메라도 있겠다 문득 사진에 담아 보고 싶었을 뿐인데 조준이 문제군요. 물론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하늘이 동에서 서로 회전하니 어두운 별을 장 노출로 찍으려면 스타 트래커 라는게 필요합니다. 트래커를 달았어도 대상을 화면 가운데로 잡으려면 조준을 잘해야 합니다.

그래서 레이져 조준기를 달아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들고 다니는 카메라는 NEX-5 입니다. 렌즈 교환식에 노출과 조리개의 수동 조작이 가능한 고급(?) 똑딱이 입니다. 고출력 레이져 모듈(50mW출력, 3볼트 구동)에 철사를 감아서 NEX-5 카메라 옆구리에 달린 목줄 걸이에 끼워 넣었습니다.

참고: NEX-5 Astrophotography



또, 그런데 말입니다. 안드로메다 은하는 어디에 있답디까? 안드로메다 자리에 있겠죠. 그게 어딘가요? 평소에 별자리 몇개는 찾을 수 있어야 겠군요. 그냥 별 사진 좀 찍어 보려는데 쉽진 않군요. 뭐... 취미란게 그런거 아니겠어요? 운동을 하든 낚시를 하든 아마추어 무선(HAM, 햄)을 하던.... 뭘 좀 알아야 취미를 즐기노라 하며 말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증명사진 찍기는 예외 입니다. ^^ 그냥 셔터만 누르기만 하면 똑똑한 카메라가 알아서 다해주니까요.

별자리 찾기.....

넓은 밤하늘에서 희미한 천체 대상을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격이죠. 별마다 좌표를 가지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길찾을 때 GPS 네비에 좌표 찍는 경우는 없듯이 어두운 관측 대상을 찾을 때는 밝은 별을 기준으로 그 근처를 훑어 보게 됩니다(Star-Hopping 스타 호핑 이라고 하죠). 대개 밝은 별은 모두 별자리로 이름이 메겨 있으니 별자리를 찾으려고 하는 겁니다.

스마트 폰에 별자리 찾는 어플 들이 흔하니 이것을 이용하면 좋은데 별로 권하고 싶진 않군요. 방향 센서의 오차가 있고 손떨림이 더해져 화면이 덜덜 떫니다. 넓디 넓은 밤하늘을 작은 화면에 일부를 보여주니 쉽게 감이 오지 않죠. 자세히 본다고 줌-인 했다가 다시 줌-아웃을 반복해야 하는데 하늘로 쳐들고 스마트 폰의 화면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다 보면 팔 아푸고 화면은 오락가락하죠. 게다가 밝은 화면과 밤하늘을 번갈아 쳐다보면 눈의 암적응을 해쳐 별보는데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나이트 모드로 해놓으면 화면이 온통 뻘겋게 되어 정신 없습니다.

별자리 찾기에 별자리 판(Plainspere)의 사용을 권합니다. 이것도 사용법을 익혀야 하는데 그리 어렵진 않습니다. 천구의 운행을 이해할 수도 있죠. 별자리 판은 종이에 인쇄하여 만들 수도 있지만 프라스틱으로 만든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종이로 된 것은 야외에서 이슬이 내리면 쓸모 없게 됩니다. 밤에 별자리 판을 보려면 전등이 필요한데 적색 등을 사용해야 합니다. 사람 눈은 적색에 민감하지 않아서 적색 등이 암적응을 덜 해칩니다. 그렇다고 적색등을 오래 쳐다보지 않도록 합니다. 적색 LED 후래쉬를 구하던가, 후래쉬에 적색 셀로판 지를 붙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혹은 스마트 폰의 컬러 전등 앱 Color Flash App을 사용해도 좋겠죠.

별자리 판에는 아주 밝은 별과 별자리들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특정 별이나 성운들을 찾으려면 보다 자세한 성도를 봐야 한다지만 그 정도 별을 볼 수 있는 망원경을 가진 경우에나 해당되겠죠. 가끔 별자리판을 초보자용으로 보는 경우도 있는데 어두워 보이지도 않을 대상을 자세한 성도만 끼고 있다고 뭐라도 더 보일거라는 것은 착각이죠. 별자리를 보며 방향을 잡고 참조별을 기준으로 관측 대상을 찾습니다. 넓은 천구에서 방향 잡을 때는 별자리판 만한 것이 없습니다.

안드로메다 은하는 어디에....

안드로메다 별자리에 있겠죠. 안드로메다 별자리는 어디에? 별자리 판을 보면 됩니다.


페가서스 몸통에 해당하는 커다란 사각형 뒤로 안드로메다 자리가 있고 그 옆에 M31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것이 안드로메다 은하 입니다. 천체에는 별도의 기호가 붙어 있는데 천문가에 의해 분류된 표시입니다. M으로 시작하는 천체는 메시에 라는 프랑스 천문 학자가 분류한 표시 입니다. 고전 음악 분류에 쾌헬 몇번이니 하는 분류 기호가 붙은 거나 마찬가지 입니다. 이런 분류 기호를 외운다는 것은 잘난체 하기에 딱 좋지만 "아~~ 의미없다"라고 치고 그냥 우리는 안드로메다 자리 근처에 있으니 안드로메다 은하라고 합시다.

일단 찍어보자.....

페가서스자리의 커다란 사각형을 찾아봅니다. 그리고 안드로메다 자리를 찾습니다. 워낙 뚜렸한 별자리라 찾기 수월 할 겁니다. 그리고 레이져 조준기를 켭니다.


이 사진은 노출을 약 15초 가량 준 것이라 별들이 많이 찍히긴 했습니다만 실제 카메라의 접안 화면으로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카메라 접안경을 보며 조준하려 하지 말고 맨눈으로 별자리를 가늠한 후 레이져 조준기로 겨냥 합니다. 페가서스와 안드로메다 자리 즈음에 은하가 있을 법한 위치를 조준한 겁니다.

이제 레이져를 끄고 찍습니다. NEX-5 에 SEL16F28이라는 렌즈를 사용해 찍었습니다. f/2.8, 노출 13초, ISO=3200,Focal Length=16mm 입니다.


나름 광각 렌즈라고 꽤 넓은 범위가 찍혀 있죠. 이제 안드로 메다가 어디쯤 있는지 찾아 봅니다.

보물찾기.......

그냥 사진만 찍고나면 재미 없습니다. 인터넷에 널린 훨씬 멋진 사진들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내가 찍은 사진 속에 미쳐 몰랐던 어떤 것들이 담겼는지 찾아보는 겁니다. 이제 정확한 성도가 필요한 때입니다. 천문 소프트 웨어와 비교해 가며 보물 찾기를 해봅시다.

위의 사진을 찍을 때와 같은 시각의 하늘 모습을 천문 소프트웨어 스텔라리움(Stellarium)으로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여러 별자리의 모습이 보이죠.


별자리 그림을 빼고 봅니다. 안드로메다 은하가 가운데 있군요. 좌측 아래에 페르세우스, 카시오페아가 있습니다. 이날 꽤 많은 유성이 떨어 졌는데 유성이 비처럼(유성우) 내리는 기간이었다고 표시되는 군요. 25일 새벽 북동쪽 하늘에 엄청나게 큰 유성이 떨어 졌는데 화구(Fire-Ball)라 할만 했습니다. 관측 나가기 전에 미리 이런 정보를 확인하면 더욱 좋겠죠.



찍은 사진의 화면 중앙에 안드로메다 은하가 희미하게 보입니다. 조준이 참 잘 되었네요. 잘 나온 사진이니 다른 별도 찾아 보시죠. 별자리도 그려 보구요.

별자리는 페가서스(PEGASUS), 안드로메다(ANDROMEDA), 카시오페아(CASSIOPEIA), 물고기(PISCES), 삼각형(TRIANGULUM) 자리가 선명하게 보이고 세페우스(CEPHEUS)와 페르세우스(PERSEUS) 자리의 일부가 사진에 걸렸습니다.

안드로 메다 은하(M31)외에 이중성단(Double Cluster), 나선성단(Spiral Cluster, M34)가 보이는데 이들 은 산개성단(Open Cluster) 종류 입니다. 그저 별들이 조밀하게 모여있는 것이 뭔가 있구나 싶을 정도네요. 삼각형 은하(Triangulum galaxy, M33)의 모습은 보일듣 말듣 합니다. 성도를 보고 그자리에 있겠다 싶어 사진을 확대해 보면 뭔가 허연 것이 보일듣 말듣 하네요. 사진 잡음 같기도 하구요. 다음번 들에 나가게 되면 이들 산개성단과 M33을 쌍안경으로 볼 수 있을지 열심히 찾아봐야 겠습니다.


전봇대 옆에 천왕성(Uranus)이 찍혔군요. 그게 천왕성인지 어떻게 아냐구요? 스텔라리움 성도에서 주변의 별과 비교해보면 확실하죠.


한달 후에 같은 자리를 찍어보면 천왕성은 이정도 움직일 겁니다. 실제 그런지 한달 후에 사진을 찍어보고 싶군요. 두 사진을 비교해 움직인 거리와 궤적을 바탕으로 공전주기 궤도를 계산해낼 수 있겠죠. 사진에 찍힌 수 많은 별에서 특이한 것을 찾아내는 것도 큰 연구거리가 되겠습니다. 사진을 찍어 나름대로 분석하고 다음 관측 목표를 정하는 겁니다.




사진을 찍어놓고 두고 두고 비교해 가며 새로운 별도 발견하고 우주의 변화를 연구하는 것이 사진 관측 천문학 입니다.  우주에는 헤아릴 수 없는 별들이 있으니 아직 발견해야 할 것도 많고 연구해야 할 대상도 많죠. 지상 망원경과 우주 망원경에서 찍어놓고 아직 분석하지 못한 관측 자료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합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천문학은 학문의 블루오션이라고. 물론 엄청난 끈기와 상상력이 필요하답니다. 멀리 있으니 가볼수도 없고 오직 관측 사진 만으로 스스로 의문을 품고 밝혀내야 하니까요.

이미 수많은 관측과 연구가 이뤄 졌으니 아마추어 천문가의 눈에 발견될 새로운 별이나 천체현상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사진찍고 분석하는 일이 어쩌면 무척 지루할 수도 있지만 취미로서 재미있게 시간 보내기에 딱 좋습니다. 당장 가게에 가면 살 수 있을 라디오를 그보다 몇배 더 들여가며 성능도 보잘 것 없는 것을 자작하겠다고 땀흘리며 즐거워 하는 거나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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