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집] 2024년 6월, 백수가 과로사 한다더니....
한가한 삶을 기대하며 자발적 백수가 됐었습니다. 너무 노는거 아냐? 라는 생각이들즈음 모교에서 비정규교원 제안을 받고 일년이 지났습니다. 학교에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학점 과정도 아니라 정기적으로 출근 할 필요도 없다기에 수락하고 시작한 일이었지요.
임무가 좀 애매하긴 한데 대학의 '방과후 학습'이라고 하면 맞을 겁니다. 요즘 워낙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니 교과를 보충해 주길 바라는 것 같더군요.
마침 학부생에게도 반도체 제작을 무료로 해주는 사업이 시작된다는 공고를 보고 딱히 교육할 과목이 애매하던 차에 학생들을 독려하여 참여 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학회의 한꼭지에서 강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알수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사람 일 인가봅니다. 해당기관의 소식지 한귀퉁이에 실린 모습인데 누군지 잘 모르게 나와서 다행(?) 입니다[ETRI 반도체실험실 뉴스레터 2호].
요즘은 '반도체 설계 취미가'라고 소개합니다[강연발표자료]. 세상에 별의별 취미가 있는데 반도체 설계가 취미로 않될 것은 없죠.
정규학과 수업에서 지친 학생들의 흥미를 붙잡으려고 방과후 수업에서는 예제와 재미 위주로 반도체 설계를 다룹니다. 예제를 만들어 내는 일이 그리 쉽지 않지만 그만큼 재미 있는 작업 입니다. 직장인이었다면 꿈도 못꿀 일이죠. 취미도 즐기고 첨단 기술이라는 자부심도 생기고 교육자라는 존중도 얻고 연구사업에 기여해 줘서 고맙다는 칭찬도 받고 많지는 않지만 월급도 받으니 1석 5조입니다.
다만 1년 계약직이라는건 함정. 내년에는 정말 개인 연구소라도 차려보려고 고려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설계 취미 연구소' 그럴듯 한가요? 그림을 그렸다 지웠다 하느라 반 백수가 과로사 할 지경입니다. 매달 말이면 쓰던 시골 촌부의 월기가 열흘씩 미뤄지고 있군요.
텃밭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지만 신통하고 고맙게도 가지며 고추며 토마도, 수박이 열매를 맺어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머루포도가 많이 달렸구요,
작년 가을에 심어 겨우내 자란 양파와 마늘을 수확 했습니다. 마늘은 잘고 양파는 크기가 제각각 입니다. 아침 식사로 파스타를 주로 해먹는데 저민 마늘을 살짝 튀기면 신선한 마늘향과 맛이 그만입니다.
하지감자도 수확 했습니다. 쪄낸 감자에 크림 치즈를 얹어 먹으면 한끼로 거뜬하죠. 블루베리는 따서 수확해 얼려둔 딸기와 함께 잼을 만들려고 합니다. 작년에 들은 '최고 삼촌' 칭호를 올해에도 받아야 하니까요.
빨갛게 달린 보리수 열매. 달콤하긴 한데 씨가 너무 크네요. 담장 아래 심은 능소화가 삼년만에 꽃을 피웠습니다. 마당에 가꾼 꽃밭이 아까워서 시골집을 부수고 다시 짓지 못한다는 말을 실감 합니다.
내년에 마당 힌켠에 '연구소'를 신축 할까 말까 고민하는 큰 이유중 하나가 마당 꽃밭입니다. 꽃밭을 헤집어 놓았다가 다시 꽃피우려면 몇년 걸릴텐데 차라리 다른 곳에 사무실을 얻어볼까 하다가 돈 나올 구석도 없는 취미를 굳이 그러랴 싶구요.
마당냥이 앵두도 '아서라~'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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