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집] 2023년 11월, 환갑!
육십년전 십일월 어느 날 강원도 철원 땅에 눈이 엄청 내렸다 합니다. 그후 갑을 한바퀴 돌았습니다. 겨우 한바퀴 돌았을 뿐이죠. 다시 한 발을 내딛으라는 뜻인지 올해는 이런 저런 전환점이 될 만한 일이 생겼네요. 곧 다가올 연말에 짚어 보렵니다. 아직 한달이나 남았으니까.
삼촌 생일이라며 조카가 치즈 케익을 보내왔습니다. 달달한 케익을 먹으며 마음이 짠 하네요. 아기때 기저귀도 갈아 줬던 녀석이 이제 그만한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만큼 세월이 흐른 것이겠지요. 아이만 크는 줄 알았더니 어느새 제 머리카락도 희었네요. 지난달에 만든 "꼬꼬네 잼"을 조카들에게 나눠 주고는 '최고 삼촌'의 칭호를 받았구요.
짧았던 가을을 보내며 텃밭에서 수확한 배추로 김장을 담금니다. 절이는 일이 여간 번거롭지 않기에 매번 내년에는 절임배추를 사다 담그마 했다가도 배추 자라는 모습이 그리워(?) 모종을 심게 되는 군요. 한 십여 포기 담갔습니다.
김장을 한 날은 역시 수육에 막걸리가 진리죠. 지평 막걸리가 유명세를 타다가 지금은 춘천막걸리가 된지 오래 됐죠. 그대신 동네 막걸리를 마십니다. 지평에 있는 양조장인데 막걸리 장인이 운영한다고 하네요. 생일 아침에는 미역국도 먹었습니다.
누님이 보내주신 토마토에 모짜렐라 치즈를 얹어 구운 카프레제. 텃밭의 산물이 마감 되었으니 이제 서울의 큰 농산물 시장 옆에 사는 누이가 시골사는 동생에게 종종 농산물을 보내 줍니다. 이곳은 기온이 낮아 감나무는 겨우내 얼어 죽거나 감이 제대로 열리지 않습니다. 서울 사는 누이가 대봉감을 보내 주어서 호랑이도 즐긴다는 곶감을 만듭니다.
달달한 가을 당근으로 당근 케잌을 만든 김에 사과 케익도 만들었습니다. 시골살이의 단점이 군것질거리 배달이 어렵지만 종종 여느 빵집 부럽지 않은 건강한 빵을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하죠.
마당에 올해의 막바지 꽃들이 피었습니다.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 정원을 빛내주는 용담과 한여름 부터 초겨울까지 화려한 바늘꽃입니다.
잎이 진 화단을 정리하고 내년 봄을 기약하며 수선화, 튤립, 알리움 등 구근류들도 심어 주고 고양이들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철망을 덮어 줍니다.
양평은 역시 노란 은행나무죠. 여름내 그늘을 제공해 주던 느티나무 잎이 다 지면 모아 두었다가 마늘 밭과 정원의 추위에 약한 화초들을 덮는 보온재로 씁니다.
초겨울 강풍이 휩쓸고 간 마당 풍경은 어쩐지 을씨년스럽지만 하늘은 맑고 푸릅니다. 그리고 마침내, 수돗가에 고드름이 달리기 시작 했습니다.
소파에서 느긋하게 주무시는 요녀석들은 거실냥이 꼬리와 꼬북이 입니다. 꼬리 녀석이 어쩌다 목에 상처가 났는데 곪아서 병원 치료를 다녀 왔네요. 집 나갔던 고등어도 뒷다리를 절룩이며 돌아왔네요. 마당으로 숲으로 뛰어다니는 시골 애완동물들은 전혀 예기치 못하게 다치곤 합니다. 처남네 강아지 '코코'를 보니 귀여운 생각에 마음이 동하지만 참아야 겠지요. 말 못하는 짐승일 망정 들이면 그만큼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한 해의 막바지라는 허전함과 환갑이라는 당혹감,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는 마음이 교차하는 십일월 이었습니다.
내년 따뜻한 봄을 기다리며 낭만적인겨울 건강 지키며 잘 보내시게ㅎㅎ
답글삭제너무 맛나겠다 기회되면 가보고 싶네
답글삭제코코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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