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6월 27, 2018

모든 분야의 교양이 부족할 가능성이 많아요.

모든 분야의 교양이 부족할 가능성이 많아요.

고전을 원문으로 읽어보자고 시작한 "'월든' 원서로 읽기"을 시작한지 이제 90일째다. 하루 한쪽씩 읽기로 했었는데 중간에 두어달 빠진 관계로 이제 겨우 사분의 일 쯤 읽은 것 같다. 요즘 제 3장 독서 편을 읽는데 '고전'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For what are the classics but the noblest recorded thoughts of man?
인간의 생각을 기록한 고귀한 것은 고전이 아니고 무엇인가?

예전에 기록되었다고 모두 고전은 아닐테다. '고귀한' 사람의 생각을 기록한 것이 고전이라 하나보다. 소위 '인문' 도서를 읽다보면 답답해질 때가 있다. 무슨 이야기를 이리 구구절절 써놨을까 싶다. 그간 삼십여년을 간결하고 앞뒤 논리가 딱딱 들어 맞아야 만 하는 글들을 읽어온 탓일게다. 소위 "개조식"문장을 강요 받아온 탓일 게다. 특히 이공계 종사자들의 명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연구개발 자금을 신청하는 문서는 더욱 그렇다.

개조식 [個條式]: 글을 쓸 때에, 앞에 번호를 붙여 가며 중요한 요점이나 단어를 짧게 나열하는 방식

개조식 문장에서는 상상력 따위는 없다. 있어서도 않된다. 이공계에 창의성을 부탁하면서 한편으로는 '개조식'을 강요하고 있다. 이렇게 수십년간 길들여지고 나니 서사적(narrative) 문장을 보면 갑갑하기만 하고 지루하다. 교양의 균형을 잃어버린 것이 속상하다.

다음 문장에서 신의 장막 한쪽을 처음 들춰 봤던 철학자의 두려움과 용기 그리고 환희마져 상상으로 전해진다.

The oldest Egyptian or Hindoo philosopher raised a corner of the veil from the statue of the divinity.

아주 예전에는 나도 멋진 문장에 감탄하며 외던 때가 있었다. 그때처럼 말랑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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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대한 교양이나 지식이 부족해서 어려움이 있다는 분들은 대개 역사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교양이 부족할 가능성이 많아요"-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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