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11월 30, 2021

[양평집] 2021년 11월, 첫눈! 그리고 김장

[양평집] 2021년 11월, 첫눈! 그리고 김장

지난달 느닷없는 한파에 움찔 했는데 이달 입동은 웬걸 34년만의 따뜻한 입동 이랍니다. 그러다 다시 몇일만에 한파가 닥쳐서 마당에 내놓은 개수대 꼭지에 작은 고드름이 매달리더니 첫눈이 내렸습니다. 마당 고양이는 개도 아닌 것이 뭐가 내린다고 마당을 서성이네요. 아마 태어나서 맞는 첫눈이라 신기했었나 봅니다.

 

한파를 맞은 배추가 더이상 자랄것 같지 않은지 예년보다 한두 주 빠르게 이웃의 한두집 씩 김장을 담그고 있습니다. 우리집 텃밭은 8월 말에 배추 모종을 심었기에 조금 기다려 봤지만 더이상 미룰 수가 없겠더군요. 무우를 뽑아 봤는데 작년보다 알이 작았습니다.

  

배추도 속이 덜 찼지만 그래도 김장을 담궈 봤습니다. 한 열주 정도 심었던 고추에서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서 마당에서 말리고 방앗간에서 빻아왔더니 고춧가루가 1.2킬로그램이나 나왔다네요. 김장 담그기 충분 한 양입니다.  김장김치를 담그니 한 20키로그램은 되나 봅니다. 깍두기랑 하면 그럭저럭 겨울은 날 것 같네요. 배추속이 션찮더라도 할건 해야 겠지요. 김치 속에 돼지 수육을 싸먹어야 김장 좀 했네... 하는것 아니겠어요.

 

배추 속이 샛노란 것이 먹음직 합니다. 황금배추 품종이라 더 노랗다고 합니다. 모종 값도 일반 배추보다 조금 비쌌던 걸로 기억 합니다. 배추전에 배춧국을 더해 간단히 소주 일잔 했습니다.

첫눈 이라고 조금 쌓이더니 이내 녹아 버리고 살짝 따뜻한 틈을 타 봄꽃이 주책없이 나왔습니다. 명자나무 꽃.

 

제비꽃과 괭이밥

 

민들레와 개망초

 

촌 사람이 계절을 느끼는 방식은 저마다 다를 겁니다. 아침일찍 마당을 나설 때 들이 마시는 쌀쌀한 공기의 청량함, 오후 해가 어느 산봉우리로 떨어지는지 가늠해보고 밤하늘 별자리에서 계절이 바뀌는 것을 앎니다.

 

이웃에서 나눠주시는 과수에서도, 산책 길에서 밟는 낙엽에서도..... 늘 다니던 산책길 이지만 초겨울을 맞는 풍경이 문득 새롭게 다가옵니다.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게 아마 고교시절일 테니까 벌써 40년은 된 것 같네요. 맥스웰 하우스 가루커피에 이어서 맥심 알갱이 커피, 믹스커피 였더랬습니다. 그러다, 멋을 부려 본답시고 분쇄된 원두커피를 드리퍼로 내려 마시곤 했습니다. 촌으로 내려온 이래 볶은 원두커피를 수동 분쇄기로 갈다가 이젠 생두를 직접 볶기에 이르렀습니다. 점점 불편한 생활로 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러다 보니 커피 한번 마시자면 최소 반시간은 잡아야 합니다. 전에는 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는 어느 재벌총수의 이야기를 따르던 삶이었는데 문득 그동안 참 서둘러 살았다는 생각도 드네요. 격세지감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어짜피 이리된 것인데 제2의 생은 천천히 가기로 합니다.

 

'레져 시커(The Leisure Seeker)', 치매에 걸린 은퇴한 문학 선생과 말기암 환자인 부인이 헤밍웨이의 집을 찾아가는 황혼여행을 그린 영화 입니다. 영화는 보는 사람마다 다른 감상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여행 중 들른 시골 식당에서 웨이트레스와 헤밍웨이 소설을 두고 나누는 대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는 알고보니 헤밍웨이로 논문까지 썼던 문학도 였던 겁니다. 자기 부인의 이름 조차 헛갈릴 정도의 치매가 왔지만 평생 자신이 바쳤던 일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그가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자부심을 가진 삶을 살아야 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부지불식 간에 2021년도 한달을 남겨 두었네요.


월요일, 11월 01, 2021

양평집 2021년 10월, 64년만의 가을 한파

 양평집 2021년 10월, 64년만의 가을 한파

아침 이면 이웃분께서 강아지 산책을 나서며 집앞을 지납니다. 인삿말이 바뀌었습니다.

"제법 추워 졌어요"

"그러네요. 시간이 참...."

악독하게 추워서 '악토버'라는 10월 입니다. 일기를 안내하는 방송에서 64년만의 가을 한파라고 하네요. 정확도가 의심되는 마당 온도계 수은주가 새벽에 무려 영하 4도 였다고 알려 줍니다. 맨발로 마당에 나갔다가 머리털 나고 처음 맞는 추위에 화들짝 놀라 집안으로 뛰쳐 들어왔습니다. 올 겨울도 지난해 만큼이나 추우려나 봅니다.

아침에 하얗게 서리가 앉았다가 가을 햇볕에 금방 녹고 가을 색을 보여 줍니다. 추위에 여름 꽃들은 다 시들어 버리고 가을 화단은 주로 국화류가 피었네요.

수분이 많은 다육이들은 미리 데크위로 올렸습니다. 데크를 둘러 쳤는데도 작년 겨울 추위에 얼어버리더군요. 겨울이 오기전에 작은 비닐 온실을 꾸며 주어야 겠습니다.

가을 한파에 동네 이웃들의 텃밭이 누렇게 변했더라구요. 추위에 배추의 겉잎이 얼었다 녹아서 그런 모양입니다. 아마 일찍 심은 배추들의 웃자란 잎들의 피해가 큰가 봅니다. 우리집 텃밭은 그나마 덜한 편이네요. 속이라도 잘 들라고 묶어줘야 한다고 합니다. 무우는 손목 굵기만 해졌습니다. 

텃밭 고랑 사이로 냉이들은 잘 자라고 있구요. 잡초는 징글징글 하면서도 신통하네요. 내년봄 냉이 된장국을 기대하며 적당히 남겨 두기로 합니다.

마당 고양이 녀석들도 급작스런 추위에 데크 안으로 들어오려고 애쓰는군요. 더 추워지기 전에 집을 만들어 줄 참입니다. 빼꼼 열린 테라스 창틀 사이로 올라왔다가 한차례 다녀간 녀석의 발자욱이 귀엽습니다.

아침에 짙은 안개가 꼈다가도 낮에는 하늘이 청명해 지네요.

아침해와 저녁 노을

그리고 낙엽이 집니다. 무슨 가을 추억이라도 있는 양 괜시리 쎈치멘털 해지죠.

가을은 수확의 계절 이라는데 농사랄 것도 없는 귀촌인에겐 와 닫지 않습니다. 부지런한 분들은 온실에 이중 비닐을 쳐서 뭐라도 심는 재미가 있다는데 게으른 저는 오히려 날이 추워지면 텃밭에서 뜯어먹을 것도 없어 채소들은 마트에서 사먹습니다. 아침은 샐러드, 오트밀, '직접 구운' 빵에 치즈, 우유에 미숫가루 등으로 간단하게 저녁에는 와인도 한잔 곁들이죠.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과식이 없다는 것, 아무리 간단한 식사라도 칼과 포크로 썰어먹는다는 겁니다. 대충 손으로 집어먹기엔 창밖의 아침 풍경이 아깝잖아요.

점심에는 요리를 해먹는데 동영상 요리 채널이 다양해서 직접 해먹으니 메뉴가 점점 늘었습니다. 짬뽕, 스테이크는 기본입니다. 누가 보면 볼품 없는 솜씨일지 모르지만 메뉴가 다양해서 중식, 양식, 일식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사실 시중 음식점들도 정통 요리집이 몇이나 있겠어요? 

겨울에 접어들면 밤하늘 별이 더욱 반짝입니다. 날이 추워져서 공기중에 습기가 내려 앉으니 하늘이 맑아진 탓이죠. 다만 추위에 선뜻 마당에 나서기가 주춤 하긴 합니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그냥 "별 많네.." 그러면 오분 볼꺼리도 안됩니다. 하지만 별자리 몇개만 알아도 겨울 밤이 즐겁습니다. 요즘 휴대전화에 내장된 카메라가 워낙 성능이 좋다보니 별자리를 사진으로 담아냈다가 별자리를 그려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재작년 갤럭시 폰으로 찍은 오리온 자리 입니다. 휴대전화에 담은 사진을 꺼내서 인터넷의 별자리 표와 비교해보면 의외로 재미있는 것들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죠.

원본출처: https://www.ddanzi.com/index.php?mid=free&search_target=t_user_id&search_keyword=iih1123&document_srl=707249168

인터넷에서 마차부 자리 사진을 찾아 직접 찍은 사진과 비교해 보면서 신기해 하기도 하고 공부도 합니다. 

참고: "Small-Scope Winter", Sky and Telescope 12월호 22쪽

남들에게 취미라고 말할려면 뭐라도 좀 알아야 하겠지요. 시골 살면서 별보기는 제법 매력적인 취미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