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정신 없이 지나가서 제대로 기록해 두지 못한 탓에 10월은 할 이야기가 넘쳐 납니다. 뭐라해도 가을은 수확의 계절 입니다. 시골집 텃밭에도 수확으로 탄성이 절로 납니다.
무성했던 고구마 밭. 그간 몇번 고구마 순을 따서 나물로 무쳐 먹었습니다. 그리고 고구마를 캣더니 제법 알이 나와 주었습니다. 캐낸 고구마는 한 일주일 가량 숙성 시켜주어야 맛이 난답니다. 깍뚝썰어서 밥에 넣어 먹습니다. 전에 쌀이 귀할땐 밥 양 늘리느라 그랬다지만 요즘은 별미 입니다. 삶은 고구마와 우유를 넣고 분쇄기에 갈아 마시면 아침 한끼로 그만 입니다. 고구마 무쓰라고 한다네요. 워낙 고구마가 달아서 굳이 다른 감미료 필요 없습니다. 아.. 그리고 고구마 순을 널고 제육볶음 해먹으면 맛납디다!
작년만 못하지만 올해도 밤을 좀 땃습니다. 산밤이라 좀 잔데 그중 큰놈을 골라 밤조림을 해두었습니다. 작년에는 너무 설탕을 많이 넣고 조린통에 부서져 마치 밤 쨈이었는데 이번엔 제대로 됐군요.
그냥 관상용이라 생각 하고 허브와 함께 들깨를 한 십여 포기 심었더랬지요. 여름내 꽃구경 잘 했고, 가을 접어 참새들이 바글 거리더라구요. 들깨알이 달린 겁니다. 얼른 깻단을 베어 말려 털었더니 들깨 한사발은 수확 했네요. 들깨를 털면 문밖까지 꼬순내가 퍼져서 누구네집 깨턴줄 알게 됩니다. 한사발이면 기름짜기엔 턱 없어도 들깨 수제비 너댓번은 맛나게 해먹겠습니다.
김장꺼리로 심어둔 무와 배추가 아주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아울러 아욱, 쑥갓, 파 등등 김장에 들어갈 재료들도 풍성히 자라고 있네요.
배추 몇포기, 무 몇뿌리는 뽑아 것절이 담궈 먹고 당근은 갈아서 아침 요기에 보탭니다.
작년에도 당근을 씨앗을 뿌려 봤는데 저리 알이 달리진 않더군요. 역시 밭을 잘 갈아주면 알이 박힌다더니 그래서 실한 모양입니다. 밭을 깊이 포실하게 갈아준 덕인가 봅니다.
늦봄에 딴 매실로 술을 담궈 뒀더니 노란 색이 우러납니다. 틈틈이 저녁 반주로 마실 요량으로 걸러서 작은 병에 담아 봤습니다. 담금술용 35도 소주를 부었는데 한병에는 계피와 감초를 같이 담그면 맛나다길래 그리 했더니 제법 향이 훌륭 하네요. 한가지 문제라면 맛이 좋아서 금방 소진될 것 같네요. 과음하면 않되는데 말이죠.
가을 오가피 열매가 까맣게 익으면 오가피 주를 담그라 하네요. 약간 솔향이 나더군요. 이 또한 기대해 봅니다.
10월은 본격 가을 입니다. 하늘이 맑습니다. 마을 화단에 가을 꽃들이 피었구요. 화살나무, 말채나무, 블루베리는 빨갛게 단풍이 들고 느티나무 벗나무의 낙옆도 빠르게 날리는 중입니다.
가을꽃은 뭐라해도 국화죠. 노란 산국이 푸짐하네요.
봄, 여름까지는 카모마일이 밝게 해주더니 가을엔 국화와 메리골드가 향기를 온 마당에 퍼뜨립니다. 카모마일과 메리골드는 키가 제법 크니 담장용 꽃으로도 좋군요.
봄에 꽃잔디와 철쭉이 분홍으로 장식하던 자리에 미니 백일홍. 이렇게 예쁠 줄이야. 이웃에 놀러온 손님이 씨앗 받으러 오겠다 하네요.
시월은 한로라는 절기가 들었습니다. 걸맞게 서리도 내렸구요.
역시 가을 밤은 마당 한켠에 모닥불 피워놓고 도란도란... 어머니와 막내 동생이 들럿네요.
고구마를 캐낸 자리에 마늘을 심으려고 밭을 일궜네요. 처음 밭갈땐 요령이 없어 삐뚜름 하고 허리만 아푸더니 몇해 해봤다고 이젠 제법 각이 나오는 군요.
이웃에서 버섯 종균 심은 참나무를 나눠 주셔서 뒤안에 세워 놨습니다. 한 이삼년 둬야 한다는데 과연 버섯을 딸 수 있을까요?
가을 오후 군만두에 맥주한잔 하니 한가롭기 그지 없습니다. 가을 꽃 꺽어서 옆에 놓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