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11월 12, 2024

[양평집] 2024년 10월, 도시로 돌아가는 열가지 이유?

[양평집] 2024년 10월, 도시로 돌아가는 열가지 이유?

양평에 터를 구입하고 5년정도 주말별장 삼고 지내다 주소를 옮긴 것이 2020년 7월이니까 시골살이 4년이 흘렀다. 내려오기 전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 2~3년이면 다시 돌아갈 거라고 했다. 다행인지 돌아가기는 커녕 더 잘 눌러 앉을 궁리를 하고 있다. 내년에는 그동안 벼르던 나의 공방('개인 연구소'라고 쓰고 '취미 놀이방'으로 읽는다)을 지어보려고 검색하던 중 유튜브가 무슨 심보인지 "도시로 돌아가는 10가지 이유![링크]"라는 동영상을 띄운다. 전원생활 6년차 연기자 조모씨인데 그가 말하는 단점을 보면서 나의 지난 4년을 짚어보게 됐다.

첫째, 해충과 독충 등 벌레, 뱀, 쥐의 출몰. 내가 사는 인근에도 축사가 있고 논도 있지만 마을과 좀 떨어져 있고 지대도 다소 높아 해충(파리,모기)으로 인해 괴로운 적은 없다. 가끔 반딧불이를 볼 수 있었는데 작년부터 보질 못해 아쉬울 뿐. 뱀은 몇번 봤지만 무서울 것 까지는 없었다. 생쥐도 두어번 본 것 같다. 살림하는 집들이 이웃에 없고 곡식창고가 없는 탓인지 덩치큰 쥐를 본적은 없다. 가끔 고양이가 잡아다 먹다 남긴 사체를 보곤 하는데 덤덤해졌다.

둘째, 배달, 장보기 등 불편함. 도시 살때도 배달음식을 시켜보질 않아서 아쉬운줄 모르고 있다. 다만 마당일 하다가 가끔 짜장면이나 치킨 배달이 생각나긴 한다. 요리하는 취미가 생겨서 오히려 장보기가 기다려지고 재미있다. 마트의 식품 코너를 기웃거리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대중 매체에서 요리 프로그램을 보다 군침이 돌면 레시피를 적어두고 있다. 시골에도 택배와 우편이 잘 전달 되니 아쉬울 것이 없다.

셋째, 지하 주차장. 날씨에 차량이 그대로 노출되면 차가 금방 망가진다고 한다. 나는 원래 차량에 애정(?)이 없다. 십이년차에 접어드는 내 차는 땡볕 아래에서도 영하 삼십도에도 잘 버티고 있다. 이제 노쇄해 가는지 올해 들어 여기저기 탈이 나기 시작해서 수리비가 꽤 들긴 했다. 십여년간 삼십만 키로쯤 달려 줬으니 탈이 날 만도 하지.

넷째, 풀과의 전쟁. 내집 마당 평수가 작아서 그런지 마당관리에 애를 먹는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텃밭과 마당이 전부 화단인 탓에 철따라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풀이 좀 과하다 싶을땐 가끔 예초기로 밀어주면 그만이다. 가드닝은 귀족의 취미다. 

다섯째, 이웃. 불편할 이웃이 없다. 참 다행이다.

여섯째, 난방비. 한겨울 난방비가 몇백만원 이라고 하는데 정말일까 싶다. 추우면 옷을 끼어 입자. 현재 내가 사는 집은 날림으로 지어졌다. 오래된 시골집에 샌드위치 패널로 대충 늘린 이 집은 단열의 개념이 박하다. 아침 저녁 책상에 앉아 있을라 치면 무릎과 발이 시려서 담요를 덮고 실내에서도 털 장화를 신는다. 그렇다고 도망갈 정도는 아닌데?

일곱째, 고립. 취미를 가져보자.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고 아마추어무선으로 통하니 고립되었다는 느낌은 없다. '반도체 설계', '미분방정식 풀이'를 취미라 우기고 있다. 좀 난해하다 싶은 문제를 두어개 풀면 하루가 후딱이다. 면마다 각종 문화 강좌가 개설되어 있어 한두 과목 수강하니 고독하지 않다. 나이들어가며 주변이 한산해지고 무료할 때가 있지만 어디인들 그렇지 않겠는가. 내가 재미있으면 사람들이 찾아온다.

여덟째, 재활용 쓰레기. 제아무리 촌이라도 일주일에 한번씩 수거해 간다. 쓰레기는 비닐 봉지에 잘 싸서 눈비 안맞게 보관해 두면 잘 가져간다.

아홉째, 지하수 동파, 지붕 누수, 보일러 고장, 전구 갈기등 각종 시설 고장. 명색이 공돌이 출신인데 이쯤이야. 배수관에 낙엽이 쌓여 지붕에 오르면 상쾌함은 덤이다. 천둥 번개가 치면 무섭기는 하다. 전신주에 벼락이 떨어져 관정 펌프가 타버린 적도 있었다. 예고 없이 전기가 나가고 물이 안나오면 당황 스럽긴 하다. 하루정도 세수를 안하다 보면 한겨울에는 일주일에 한번 씻어도 무덤덤해진다. 눈이 너무 많이 내리면 길이 막히는 경우도 있다. 예순이 넘어 눈사람 만드느라 하루가 유쾌하다.

열번째, 음주. 시골에 와서 땀흘려 일하다 마시는 반주에 술이 는다고 한다. 이웃과 품앗이 하다보면 일하는 시간보다 술마시는 시간이 많아진다. 첫해는 끼니때마다 반주로 막걸리 한잔이었다. 문득 이게 아닌데 싶어져 끊었다. 요즘은 기분 낼때 가끔 한잔.

열가지를 나열하고 보니 나는 돌아갈 해당 사항이 없다. 계속 시골에 눌러 살아야 할 모양이다. 이쯤되면 나는 운이 '참' 좋다. 사주에 말년운이 좋다더니 말이다.

끝으로, 시골살이는 전부 손수해야 하니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가지치기 하다 사다리 삐끗하여 떨어질 뻔 했다. 도시에 살았더라면 다루지 않았을 각종 농기구들도 조심 해야 한다. 매사 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