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10월 02, 2022

[양평집] 2022년 9월, 가지 가지~ 밤 밤~

[양평집] 2022년 9월, 가지 가지~ 밤 밤~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 동남부 지방을 지나며 상당한 피해를 주었다고 합니다. 이곳 양평에도 비가 억수로 내려서 곳곳에 작은 산사태가 났더군요. 다행히 우리동네는 이렇다 할 피해는 없었습니다. 마당에 작은 항아리를 놓아 두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무려 200mm 이상 고여 있어서 '깜짝' 놀랬습니다.

올해는 추석이 좀 일럿습니다. 시골로 내려온 후로 형제들이 우리집으로 모입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차례를 지냈죠. 음식을 준비하고 차례를 지내는 일이 아파트 실내처럼 번잡하지 않아서 참 좋습니다. 커다란 평수의 아파트였더라면 좋았겠지만 서민이라 삼십여평 콘크리트 상자(?) 안에서 어른 대여섯이 복작대면 그또한 명절의 맛이긴 하겠으나 정신 사납다고 할 만 합니다. 널찍한 마당과 텃밭이 있는 시골집에서 추석을 지내고 있는데 귀찮음은 없고 차례를 지내고 나도 홀가분 하군요. 이 또한 공간이 주는 편안함 이겠지요. 

보름달이 뜬 날 따뜻한 코코아 한잔들고 마당에 나가 보름달 구경을 했습니다. 입추가 지났다고 월말에는 제법 쌀쌀 합니다. 아침 기온이 10도 언저리에 머뭅니다. 얇은 패딩이라도 걸쳐야 마당에 나갈 수 있군요. 해가 짧아지고 서편에 노을이 길게 드리웁니다. 미인의 눈썹 같은 초승달을 보며 옛 연인의 얼굴을 떠올려 봅니다. 나처럼 행복하게 지내길 바래봅니다. 

 

올해 밤이 참 많이 달렸습니다. 동네가 야트막한 야산에 둘러 쌓여 있는데 밤나무가 꽤 많이 있습니다. 산아래로 건물(주말에만 오는 이동식 농막들)이 있어서 접근하기에 용이하지 않지만 그래도 밤을 줍습니다. 토종밤이라 그런지 밤알이 자잘해서 손이 부르트게 까봐야 한입에 털어먹을 정도니 허망 합니다. 그래도 밤이 아주 답니다. 밤을 쪄서 찻 수저로 후벼내 우유와 꿀을 넣고 걸쭉하게 갈아 마시면 한끼로도 거뜬 합니다. 밤이 몸에 그렇게 좋다더군요.

 

올해 텃밭의 주산품은 가지 입니다. 예년에 비해( 그래봐야 꼴랑 3년차) 두배는 더 나오는것 같군요. 넘쳐나는 가지는 튀겨도 먹고 부쳐도 먹고 쪄먹습니다. 돼지고기 다짐육을 사이에 넣고 튀긴 중국식 가지튀김, 두부와 가지볶음, 


 

토마토 가지 스튜, 가지 파스타...

  

내년에 놀이공방을 차려보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우는 중입니다. 그때는 이웃들과 지인들을 초대해볼 생각인데요, 뭐라도 입맛 다실 것을 대접해야 겠기에 이런저런 요리를 연마 중 입니다. 작년에는 제빵을 연습해 봤고 이번에는 스파게티, 파스타 요리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아직 폰타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만 조만간 직접 소스를 만들어 보렵니다. 텃밭 채소가 풍성하지 않을 땐 로컬 푸드점의 매대를 이용하는데 동네 이웃의 텃밭 작물을 서로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려 봅니다.

  

음료로 우유와 요구르트도 좋지만 가끔 와인이나 맥주, 심지어 위스키도. 주말 아침부터 알콜 음료를 마셔도 스스로 봐줍니다. 한가로운 시골 생활이지만 그래도 주말이면 느긋해 져야 하니까요.

  

이웃에서 여주를 나눠 주셔서 얇게 썰어 말려 차를 우려 마시려고 합니다. 당뇨에 좋다는 군요. 겨울 반찬으로 쓸 요량으로 표고버섯, 밤, 고구마 줄기, 토란대, 가지를 가을 햇볕에 말렸습니다.

 

김장 배추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서서히 결구를 맺기 시작하구요 마을 논에 벼가 고개를 숙이기 시작 했습니다. 올겨울 김장은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합니다.

 

화단의 미니사과가 빨갛게 익었군요. 먹음직 스러워서 한개 따서 씹어봤는데 그냥 관상용임을 다시한번 깨닫습니다.

가을 꽃으로 구절초가 한창이네요. 한송이 꺽어 키보드위에 올려 놓으니 제법 가을 향이 나서 글도 잘 써지는 군요. 아침 일찍 일어나면 영문 기사 한편을 읽어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 합니다.

 

더 뉴요커(The Newyorker)에서 내가 아침마다 파스타 먹는줄 알고 이태리 정통 파스타 소스 비법을 공개했더군요. 유머 글이긴 한데 서양식 따끔한 맛이 있군요. 모르는 단어가 좀 있긴 한데 크게 어렵지 않아서 느낌이 금방 전달되어 옵니다. 한번 읽어보시길....  

Your Italian Mother’s Secret Pasta-Sauce Recipe
By Giulia Rozzi / September 23, 2022
https://www.newyorker.com/humor/daily-shouts/your-italian-mothers-secret-pasta-sauce-recipe ]

이제껏 살아오며 부모님과 형제들 사이에 이런저런 애환이 이제는 추억이 되려 합니다. 자주 전화 드려야 겠습니다.

지난 4월에 우리집 마당에서 태어난 고양이가 이제 훌쩍 자라 세녀석 모두 중성화 해줬습니다. 고양이는 중성화로 더 편안한 생이 될거라는 수의사의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어쩐지 측은해 보여 애잔 하군요.

취미 시즌제를 시행 중인데 이번 계절에는 아마추어 무선(HAM Radio)입니다. 초고속 인터넷 시대에 구식 취미냐구요? 제가 구식이거든요. 아마추어 무선을 왜 하려는지 궁금 하신 분을 위해 설명을 대신해주는 동영상이 있으니 들어보시죠.

마당을 가로질러 30미터가 넘는 길이에 높이가 무려 10여미터 짜리 안테나를 쳤습니다. 로우 밴드(3.5Mhz)의 전파가 활성화 된다는 겨울을 대비합니다. 이 안테나를 친 날 우연이겠습니다만 저멀리 무려 1만 6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우루과이 햄과 교신을 했으니 성공적이죠. 동으로 난 창문 아래에 둔 책상위에서 햇볕을 받으며 공부도 하고 무전도 치죠.

 

한 십년전 쯤에 만들었던 전자 키어(Elec-Keyer)를 손봤습니다. 스완(Swan 500CX)이라는 오십년 묵은 무전기를 가동하려는데 전신 교신을 위한 배려가 모자라서 이에 맞춰 마이크로 컨트롤러의 키어 소프트웨어를 수정한 겁니다. 묶혀둔 소프트웨어를 다시 꺼내보면 '오! 이걸 내가 만든건가요?'라는 생각이 퍼뜩 드는 까닭은 소싯적 자부심 이겠지요. 전신이라는 백년전 통신 방식을 오십년된 진공관식 무전기에서 불편하다고 오늘을 사는 내가 최신 반도체 기술로 보완 한다는 것이 어째 모순이 아닐수 없군요. 그렇게 우리는 급격히 변한 시대를 살아왔고 또 살아가려나 봅니다. 실로 백만년(?) 만에 유튜브 영상을 제작해 봤습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전자 키어 입니다.  

 

오늘 10월 1일부터 '다음' 계정으로는 로그인 못한다고 하면서 카카오 계정을 만들라고 하는데 그거 참.... 예전에 하이텔(HiTEL)이 없어지면서 '디동(go DIG)'에 써놨던 글들 다 없어지고 네이트(NATE)도 없어지면서 비행시뮬레이션 카페(NEFS)의 글들도 다 없어지던 기억이 소환 됐습니다. 저들은 백업을 해준다 해서 받아보면 엉망이더군요. 뭐 대단한 글들을 적었던 것은 아니더라도 한 시절 추억이 사라진 기분에 편치 않았습니다.

다음(DAUM.net)이 카카오(KAKAO.net)로 넘어 가길래 또 재현되는 느낌이 들어서 국내 포탈의 카페 게시판은 끊고 블로그 시작하고 페이스북을 시작하게된 동기였지요. 구글(google.com)이라고 사업적 판단에 따라 다르지 않겠지만 적어도 그들은 사용자를 무서워 할테니 사과문으로 퉁치는 과감성은 없으리라 믿어봅니다. 이제 다음의 '전자공작' 카페도 못들어 갈듯 합니다.

이렇게 사라져 가는 것들과 함께 또 이어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