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집] 2022년 1월, 유튜브 보며 고양이님 들과 겨울나기
새 달력을 펼치는 것으로 새해 2022년을 맞이 합니다. 숫자만 바뀌었지 어재와 다름 없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우리 세대 평균 기대 수명이 팔십 이라고 하니 한 서른번 쯤 남은 일월 일일 중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작년에 동생네가 귀촌할 요량으로 멀지 않은 곳에 시골 땅을 매입 했습니다. 집을 짖겠다고 하는데 어디서 들었는지 건축 자재값이 올랐다며 날짜를 느긋하게 잡길래 한마디 해줬습니다. 기다렸다가 자재값이 조금 내려간다고 인건비는 그냥 있을 것 같으냐, 올라간 물건 값이 내려가는거 봤냐, 무엇보다도 앞으로 남은 서른번의의 찬란한 봄 중 하나를 까먹을 일은 아닐것 같다고 말했더니 한편 수긍하는데 두고볼 일입니다. 주변의 귀촌할 생각이 있는 지인들에게 빼놓지 않고 해주는 말이기도 하지요.
'심심함'은 늘 꼽히는 시골 살이의 단점일 겁니다. 특히 바깥일이 적은 겨울은 더욱 그럴 겁니다. 위의 매달 기록하는 달력도 참 한산 하지요. 집안에 반려 동물을 들일 거라는 계획은 없었지만 우연히 찾아온 고양이 손님이 긴 겨울 일상에 작은 기쁨을 선사해 줍니다. 언재 다리가 부러졌냐며 신나게 뛰놀고,
따뜻한 아랫목에 누웠길래 이불을 덮어주면 이내 덥다며 박차고 나왔다가,
기묘한 자세로 낮잠을 주무시는 고양이님들 입니다.
처마에 고드름이 달리고 산책길 가의 작은 시내가 얼어 붙었지만 영하 십오도로 내려간 날이 대여섯 날쯤 된 것을 보면 올해 일월은 작년보다 춥지는 않았습니다.
눈도 서너번 쯤 내렸고 아침 눈밭에 길고양이 들이 발도장을 귀엽게 남겨 놓았습니다.
우리의 인터넷 환경이 워낙 우수하다 보니 OTT(over-the-top media, 이게 또 뭔소린가? 전에 VOD 라고 하더니 회원제로 각종 수익 모형을 세워 놓고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는 통에 따라잡기 벅차다!)에 유튜브 등 각종 동영상을 보는 재미에 한동안 그 단점이 줄어드는 듯도 합니다. 특히 개인 미디어 성격이 강한 유튜브가 매우 흥하니 각종 개인 컨텐츠들이 풍부해졌습니다. 인문, 시사 분야의 컨텐츠를 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과학, 기술을 담은 내용도 많습니다. 국내에서 우리말로 만들어지는 양이 굉장히 늘었는데 코로나 팬데믹에 재택 근무자(혹은 조기 은퇴자나 아쉽지만 퇴직자)들이 많아진 탓이 아닌가 싶군요.
그런데 희안하게도 무슨 자기가 좋아서 한걸가지고 시혜라도 배풀겠다는 듯이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누가 해달라고 했나? 유튜브가 돈이 된다는 소릴 듣고 나왔다가 성에 안차서 화가났나 싶기도 하구요. 거기에다가 기를 쓰고 티를 잡아내 댓글로 비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개인이 제작한 콘텐츠이니 좀 어설플 수도 있지 뭐 그리 대단한 것 한다고 들 아웅다웅인지 모르겠네요.
뭔가 궁금한 것이 있어 자료를 찾아보면 죄다 유튜브에서 검색 됩니다. 동영상 설명이 직관적이니 좋긴 한데 너무 겉핧기 이거나 어이없는 것들도 많습니다. 제목에 '경악' '충격'이 난무하고 양자역학, 상대론 등을 수분내 끝내 준다느니 비밀을 풀어준다는 영상들이 넘칩니다. 제목에 맞는 본론은 어디가고 만담으로 내용을 채우기도 하는데 이재나 저재나 참고 보다가 끝내 헛소리로 가득찬 영상에는 욕을 한바가지 해주고 싶다가도 오죽하면 그러랴 싶어 정성이 가상한 생각에 좋아요를 눌러주곤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상황을 마치 일반론 인양 말하는 경우는 애교이고 유사과학에 가짜뉴스까지 있으니 취사선택하려면 신경이 곤두 설 때도 있습니다. 정말 '모르는게 약'인 시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조금 이라도 인기가 있으면 따라하는 내용들이 넘쳐납니다. 짧게 요약한 동영상도 많은데 참 염치 없게도 남의 저작물들을 자기 의견 가감없이 베껴내도 되는걸까 싶습니다. 다행히 게중엔 아주 통찰력 있게 보여주는 동영상 '강좌'들도 발견됩니다. 다행이고 고마울 따름 입니다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양질의(물론 저의 개인적 평가이긴 하지만) 컨텐츠에는 구독자 수는 고사하고 보기(뷰) 횟수가 처참해서 안타 깝기도 합니다.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은 방송통신 대학교 "신현욱 교수님의 영문 소설읽기"[
링크] 입니다. 부분 발췌가 아니라 장편소설 전문을 강독해 주십니다. 그리고 인하대학교에서 은퇴하시고 일반인들을 위해 유튜브 강의를 하시는 "차교수와 물리산책"[
링크]은 약간의 회비를 내는 회원이기도 합니다. 물리학을 만담이 아니라 실제 문제를 풀어주셔서 아주 좋아라 합니다. 요리 채널로 "백종원의 요리비책"[
링크]은 시골 살이의 큰 고민 중 하나인 '먹기'에 상당 부분을 해결해 주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조미료를 쓰니 마니, 설탕이 너무 많으니 적으니 그런 논란일랑 집어치우고 내손내밥을 독려해 주어서 아주 좋습니다. 덕분에 내놓을 수 있음직한 메뉴가 댓가지는 될 것 같네요. 농촌을 돕자는 취지로 철마다 많이나는 채소를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소개해 주니 텃밭 산물(가지, 호박, 토마토 등)을 좀더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음식뿐만 아니라 간식꺼리나 음료까지 섭렵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겨울엔 뱅쇼(vin chaud)라는 음료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입맛이 꿀꿀할 땐 가볍게 돼지 뒷다리 살 간것을 볶고 파와 고추기름을 내서 마늘을 듬쁙넣고 끓여낸 짬뽕라면,
아침공부 하다 심심할 때 먹는 표준 조찬 입니다. 커피, 뱅쇼, 야채 샐러드, 바게뜨에 그릭요거트, 계란 후라이, 우유와 곡물가루. 써놓고 보니 무척 고급집니다!
요리를 따라 해보다 나름 응용도 해봅니다. 아침엔 수제 치즈를 뿌려 넣은 야채 샐러드와 파스타, 푸실리, 마카로니를 만들어 먹습니다. 치즈와 버터를 손수 만들어보면 우유 일 리터에서 나오는 양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중에서 파는 가공 유제품 가격이 갸우뚱 해집니다. 제아무리 대량 생산 한다지만 무슨 수로 그가격에 가능 할까 싶기도 합니다.
입이 궁금 할 땐 식빵을 살짝 구워 만든 러스크, 머핀.
늬들 머하냐?
소한대한 지났다고 낮날씨에 봄의 기운이 나네요. 곧 감자도 심어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스믈 댓번 남은 봄 중 하나를 쓰게 되려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