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집 2021년 7월, 어휴~ 덥다
월초에 간헐적으로 폭우를 쏟더니 일기예보에서는 그게 장마였다고 합니다. 작년 이맘때 한달 내내 억수같은 비가 내렸던 것을 생각하면 순한 장마인가 싶습니다. 이 또한 지구 이상기온 때문이겠지요. 하순들어 연이어 폭염 입니다. 매일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는 날의 연속이고 열대야에 잠들기 어려운 날의 연속입니다. 마침 머리가 길어서 면내 미장원에 가야 하는데 그것마져 귀찮아서 집에서 해결볼 요량으로 바리깡을 구입 했습니다. 그리고...
원래 이럴려고 그랬던 것은 아닌데 평생 안하던 짓을 했습니다. 다들 흉하다고 하네요. 더위에 땀이 많이차서 자주 머리감고 말리고 하는게 여간 귀찮지 않았는데 한번 깍고 나니까 이렇게 편할 수가 없군요. 시골에 사니 이래저래 처음 해보는 짓이 심심치 않게 늘어 갑니다. 그중에 제빵도 있었지요. 이제 빵은 사다먹는 법이 없습니다. 참깨빵, 통밀빵 등등 기분에 따라 구워 먹습니다.
지난달에 만든 블루베리 쨈과, 이웃에서 나눠 주신 살구로 쨈을 만들어 놓고 빵에 쨈 발라 먹습니다. 대개 아침은 간단히 먹는데 오트밀, 달걀, 요구르트, 유우, 쨈바른 빵에 마당에서 뜯은 쌈채소 샐러드 등이 주 메뉴 입니다. 도시 살 때 모닝 커피 한잔이 멋인 줄 알았는데 그거 다 '개뻥' 입니다. 시골살이 덕에 삼시세끼 챙겨먹게 되었다고 할 만 하네요. 아마 시간 여유가 많아서 일 겁니다. 그 여유 덕분에 다시 잡은 연필과 공책은 여전 합니다. 여름 꽃을 꺽어 화병에 꼽아 옆에 둔다고 미적분이 술술 풀릴 리야 있겠습니까 만은 그렇다고 성질은 안납니다. [K-MOOC] 다변수 미적분에 이어 이번 달에는 12주짜리 [K-MOOC] 벡터 미적분을 수강 완료 했네요. 뿌듯하기 그지 없어요.
책상 위에서 연필들이 어지럽게 굴러 다니길래 짜투리 나무토막에 구멍을 내서 연필꽂이를 만들었습니다. 큰구멍이라 포스너 비트를 사용했습니다. 구멍이 크고 깊게 뚫어야 해서 탁상 드릴, 벨트샌더 등 목공 한답시고 사놓은 전동공구를 써봤네요. 목공... 곧 근사한 작품이...? 아.. 아직 덥네요. 날 선선해지면 해보는 걸로 하겠습니다.
텃밭에는 고추, 가지, 호박, 토마토, 수박 들이 주렁주렁 매달렸습니다.
수박이 토마토 처럼 달렸는데 실한 놈을 남기고 솎아 줘야 할텐데 너무 귀여워서(?) 그냥 두고 있네요.
수박중에 일찍 달린 것이 선명하게 줄도 잡히고 했길래 땃더니 설익었네요. 자르고 보니 이래서 얼마나 아쉽던지요. 그래도 안쪽으로 익은 속은 달았습니다.
토마토가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무섭게 달립니다. 열과 현상이라고 겉 껍질이 터지기도 하는데 버리면 안되죠. 우유와 매실청을 넣고 곱게 갈아서 샤베트나 스무디로도 먹고, 공부하다 갈증날 땐 쥬스로.
장마 같지는 않았어도 거센 비에 마당 꽃들이 수난입니다. 특히 우박까지 겹쳐서 내리는 통에 말이 아니게 됐습니다만 그래도 여름 꽃들이 나와 주었습니다. 씨앗이 발아해서 3년만에 꽃을 보여준 참나리꽃, 그리고 백합. 백합향이 이리 좋을 줄은 몰랐네요.
글라디올러스가 예쁘긴 한데 너무 여리고 개화 기간이 짧네요. 내년엔 구근을 더 사다가 모아 심어야 할까봐요. 그리고 여름 정원을 빛내주는 플록스.
도라지꽃, 바늘꽃
푸성귀도 예쁜꽃을 피웁니다. 상추와 치커리 꽃. 부추꽃도 이쁘게 핍니다.
사초와 송엽국, 그리고 수국
바질도 꽃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메리골드도 나왔구요. 허브류는 워낙 잘 자라서 특별히 관리해 주지 않아도 풀하고도 경쟁해서 지지 않더군요. 민트류처럼 다년초도 있고 카모마일은 씨가 떨어져 알아서 싹이 나옵니다. 아침 저녁으로 허브향을 맡을 수 있고 이맘때 풀처럼 우거지는데 예초기(전동식을 씁니다. 엔진식은 매연이 심해서....)로 막 밀다보면 풀향과 함께 허브향이 진하게 배어나오죠. 풀 깍는 일이 즐거울 수도 있어요.
그리고 수련 항아리에 해마다 개구리가 살고 있네요. 얘네들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이달 들어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이 시작되었나 봅니다. 문화센터 기타 강습도 모두 중단되었군요. '목포의 눈물' 배운다고 했는데 아쉽습니다.
월초에 바이올린 켜는 조카가 다녀 갔습니다. 원두막에 앉아서 듣는 바이올린 선율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다음에 또 온다고 해서 신청곡을 부탁해 뒀습니다. 시골 느낌이 좋다더군요. 가을에는 마당에서 작은 모닥불 음악회라도 열어 볼까봐요. 20대 중반의 예쁜 기악전공 청년 입니다. 꿈을 펼칠 수 있길 바래 봅니다. 그런 세상을 물려 주어야 할텐데요.